정치권 관심사 멀어져 18대국회 통과 힘들 듯

[이투뉴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 기능 통합 법안이 폐기수순으로 접어들자 한전과 대척점에 있던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표정관리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반면 한전은 낙담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력노조 관계자는 "이번 국회가 절호의 기회였는데 이를 놓쳤다. 총선 이후 다시 법안을 발의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초 정태근 의원(무소속·당시 한나라당)이 지난해 10월 해당법안을 발의할 때만 해도 법안 상정은 별 무리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정 의원은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 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과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지경위원 25명 전원이 이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계통운영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해 발생한 '9·15 정전사태'에서 비롯됐다.

전력계통망 소유와 운영의 이원화로 위급상황에서 유기적인 대응이 어려웠다는 지적에 따라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정전사태로 코너에 몰린 지식경제부도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커져갔다. 학계·연구계 전문가들은 전력산업 전반에 관한 방향 설정 없이 무조건 통합 체제로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 발전용량의 15%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발전사들은 '선수가 심판까지 겸하면 곤란하다'는 논리로 맞섰다. 한전이 계통운영 기능을 소유할 경우 민간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도 변수로 작용했다.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의 비준안을 강행처리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계통운영 통합문제는 동력을 잃어갔다.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던 이 법안들은 한전의 입법 로비에 힘입어 반전을 기대해 볼만한 상황을 맞았다.

비록 지난 8일과 10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처리되지 못했지만 김영환 위원장이 14일까지 기일을 정해 심사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하지만 당초 14일로 예정됐던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는 하루 앞당긴 13일 열렸고 해당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전체회의 말미에 "전력구조 개편안에 관한 논의가 계류돼 있는데 내일(14일)까지 기간이 지정돼 있으므로 상임위에서 논의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14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이로써 계통운영 기능 통합 법안의 2월 임시국회 처리는 무산됐다.

향후 임시국회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18대 국회 처리는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를 두고서는 정치권이 반대여론에 밀려 슬그머니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일부 찬성측 의원들도 목소리를 높였지만 막판에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면서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상 폐기됐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측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송배전과 계통운영을 통합하게 되면 전력시장 운영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전이 내세운 논리는 애초부터 명분이 약했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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