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지자체·학계·법조계 동참 잇따라…원자력계 여론향배 촉각

[이투뉴스] '탈핵 바람'이 심상치 않다. 환경단체와 반핵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교수, 법률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 각계각층에서 탈핵 바람이 거세다.

특히 단순히 모임을 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호 연대를 모색하며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형국이어서 원자력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전국 45개 지자체 단체장들은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선언문'을 채택했다.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자는 게 탈핵선언의 골자다.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에서도 에너지 전환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지자체 참여는 에너지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수도 서울이 에너지 소비 도시에서 에너지 생산 도시로 갈 것을 천명한다"며 "서울시는 2014년까지 원전 1기를 줄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이 같은 흐름에 합류했다. 지난 16일 민주통합당 전·현직 국회의원 33명으로 구성된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공식 출범했다.

탈핵 국회의원 모임은 ▶원자력 확대정책 폐기 ▶국가에너지 기본정책 재검토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원전의 단계적 축소 ▶신규원전 즉각 중단 ▶원자력안전 규제강화 등 5대 과제를 내세우며, 이를 당의 19대 총선 정책공약으로 채택해줄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총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이명박 정부의 원자력 확대정책을 폐기하고, 시민의 안전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마련을 위한 국회차원의 책임 있는 역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탈핵을 선언한 전국 지자체와의 실질적인 협력 등 탈핵·에너지전환을 모색하는 세력과 연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5일에는 울산에서 지자체 탈핵 도시 선언과 정치권의 선거 공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탈핵골목순례단'이, 지난 7일에는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가 출범하는 등 '탈핵'을 전면에 내세운 모임의 출범도 잇따랐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탈핵에너지교수 모임'이 출범, 친원자력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내 학계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탈핵'을 중심으로 한 연대 바람은 내달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도 맞불을 놓는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야당과 참여연대 등 42개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을 결성, 지난 15일 출범식을 갖고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에 반기를 들었다.

핵안보정상회의 대항행동은 회의기간 국제포럼 등 정상회의에 항의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달 23~24일 경남 합천에서 원폭 피해자들이 함께하는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도 열린다.

원자력계는 이 같은 각계 움직임이 여론에 미칠 파급력을 의식해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4월 총선 이후 야당이 승리할 경우 중앙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이 힘을 잃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원자력계 한 인사는 "후쿠시마 사고 1주기를 맞아 반핵·탈핵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우리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지만 까딱 잘못하다가 그로기 상태에 몰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등 향후 원활한 원전 사업 추진을 위해선 인력 양성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찬반 입장을 어떻게 절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지 일방적으로 한쪽을 죽이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 확정한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통해 2016년까지 원전 7기를 추가 건설하고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6%에서 59%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