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간 전력 계통운영(SO) 기능 통합법안이 폐기수순을 밟고 있다.

정치권이 총선모드로 전환하면서 해당법안이 관심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로서도 논란이 많은 법안을 처리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로부터 SO 기능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한전은 낙담한 기색이 역력한 반면, 전력거래소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민간발전업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2월 국회 회기가 연장된 데다 총선 이후에도 임시국회를 열 수 있는 만큼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SO 기능 통합 문제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의 신중한 태도는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수개월 간 SO 기능 통합문제를 둘러싸고 이들이 벌여온 신경전은 대체 무엇 때문이었고 남은 건 무엇일까.

발단은 지난해 9월15일 발생한 순환정전 사태였다. 전력수급 비상상황에서 한전과 전력거래소, 지식경제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고, 결국 SO 기능을 한전에 통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9·15 순환정전 사태는 하나의 구실일 뿐 전력산업 내부의 헤게모니 다툼이 이 사안의 근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전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일환으로 SO 기능을 전력거래소에 내줬지만 이를 되찾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특히 전력노조는 전력산업 수직재통합론까지 언급하며 이번 법안 처리를 강하게 주문해왔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이 같은 부작용과 비효율성을 낳았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한전은 왜 SO 기능 통합을 주장하는 걸까.

SO 기능이 한전에 통합될 경우 한전은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전력수급 및 발전기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등 계통운영 전반에 관한 막강한 권한을 지니게 된다. 전력산업의 여러 부문 가운데서도 알짜배기에 속하는 업무다.

민간발전사는 SO 기능이 한전에 넘어가면 급전 우선순위에서 한전 발전자회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발전기 가동률이 떨어지면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SO 기능 통합법안이 정전사태와 관련해 어떤 해결책도 줄 수 없는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점이다. 현재 전력산업계는 구조개편 논의가 중단된 상태로 수직적 구조도, 완전한 경쟁체제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거래소의 SO 기능만 떼어 한전으로 돌리는 건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 것일까. 그보다 전력산업 구조를 과거처럼 수직통합체제로 갈 것인지, 경쟁체제로 갈 것인지 명확한 방향 설정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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