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삼성경제연구소 기후변화센터장

강희찬
삼성경제연구소
기후변화센터장

[이투뉴스 / 칼럼]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후변화 속도를 줄이기 위해, CO2 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CO2는 전체 온실가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유발한다는 과학적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 목표를 CO2 줄이기만 하면 모든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는 식의 접근 방식은 문제가 있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CO2 감축에만 집착하는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폐단들을 살펴보자.

우선, 전세계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을 주목해 보자. 선진국들은 “개도국에게도 CO2 감축의무를 부과해서 기후변화 대응의 부담을 나누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개도국 녹색시장에 녹색기술(산업)로 진입하고 싶은 의도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처럼 CO2 저감 부문에서는 앞장서서 개도국에게 의무부과를 외치는 선진국들이 정작 개도국들이 당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적응에서 기금을 모으자 하면 왜 그렇게 소극적인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 적응 분야는 CO2줄이기와 무관하고 이는 곧 돈벌이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한국의 상황을 보자. 한국 정부가 내놓은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보면 다음의 공식이 성립하는 것 같다. “기후변화대응 = 온실가스 줄이기 = 저탄소 에너지 확대”. 정부가 내놓은 기후변화대응 정책을 좀 더 세분해서 살펴보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원자력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 탄소를 포집하여 땅에 저장하는 기술, 바이오에너지 기술,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고효율에너지 제품 확대가 거의 대부분 이라는 점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정책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생긴다. 예를 들어 보자. 만일 누군가 전기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가정용 발전기를 발명했다고 해보자. 더욱 감사한 것은 가격도 저렴해서 이 가정용 발전기가 불티나게 팔려서 거의 모든 가정이 집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자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화석에너지 사용량이 감소하여 온실가스가 줄어들고 기후변화의 속도가 줄어들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아마도 사람들은 기존에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까지 사용하며, 에너지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원자력 사용에서 찾을 수가 있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 신축이 늘어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이 증가하면 화력발전소 신축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 기대와 정반대다.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 설비용량이 1995~2010년 사이 8.6GW에서 17.7GW늘어나는 같은 기간에 기력을 포함한 화력발전 설비 용량도 20.1GW에서 40.7GW로 늘어났다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려고 한다. 2011년에 발표된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한국의 전력 소비는 2024년까지 매년 3.9% 성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원전을 향후에 아무리 늘려도 한국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각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었다며 자신 있게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감소 추세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제조업 생산량 감소와 이로 인한 에너지 사용 감소로 인한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소란스럽지 않지만 기후변화 대응 부분에서 왜 선진국이라는 불리는 지를 우리는 연구하고 배워야 한다. 이들 북유럽 국가들의 가장 큰 특징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고민하고, 앞장서서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실행하고 있다는데 있다. 북유럽에서 잠시라도 살아본 경험이 있는 한국 사람은 모두다 손사래 치며 말하는 것이, “정말 이런 나라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에너지를 걱정 없이 풍족하게 쓰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이들 국가에서는 정말 적응하기 어렵다는데 모두 동의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CO2를 줄이는 게 맞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줄였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거리에 가득하고, 에너지 절약 제품만 고집한다고 CO2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경기침체로 CO2가 줄어든 것은 말할 가치도 없다. 우리의 인식이 변하고, 이로 인해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기후변화의 피해와 그 위험성이 공유되어 CO2가 감소돼야 비로소 기후변화를 잘 대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정부의 노력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지역단위, 더 작게는 마을단위와 가정 속에서의 실천과 고민 속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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