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혁을 일으켰던 책과 시대 상황 분석

[이투뉴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1950년 10월 27일 평양 탈환 환영 시민대회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했던 이 말은 사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뭉치면 서고, 흩어지면 넘어진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 라는 격언을 인용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햇볕 정책' 또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이라는 이솝 우화와 밀접하다.

기원전 6세기를 살았던 노예 출신의 이솝이라는 저자의 삶과 생각이 현대 한국 정치사의 주요 대목에까지 암암리에 연결되는 셈이다.

책과 저자, 그리고 시대는 삼각형의 세 꼭짓점처럼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다.

콘텐츠 맥락만으로 책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지만 책을 이루는 세개의 꼭짓점들을 한눈에 살핀다면 독서의 풍요로움이 한층 더할 것이다.

특히 한 시대를 풍미하고 세상의 주목을 받은 책과 저자는 그만큼 많은 사연과 후일담을 남길 수밖에 없어 시대적 배경과 저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책 밖의 이야기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삼중주의 서장을 누가 먼저 이끄는지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분명하지 않다. 시대가 저자를 낳고 저자는 책을 쓰며, 책은 다시 세상과 시대를 만들기 때문이다. <한비자>를 쓴 한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비는 전국 시대(B.C. 475~B.C. 221)가 낳은 인물이다.

전국 시대의 약소국인 한(韓)나라에서 태어난 그는 유가인 순자(筍子)의 문하에서 공부했으나 유가를 묵가와 더불어 혼란을 조장하는 사상으로 강하게 비판하며 법가의 기틀을 세웠다.

"항상 강한 나라도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드는 자가 강하면 나라가 강하게 되고, 법을 받드는 자가 약하면 나라도 약해진다"는 그의 주장은 나라와 나라간의 피흘리는 전쟁이 일상인 전국 시대의 혼란상을 떠나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나라를 침략했지만 한비의 냉철한 사상을 대부분 실천한 진시황(秦始皇)은 서기전 221년 중국을 통일했다. 1776년 미국에서 출간된 토머스 페인의 <상식>은 한권의 책이 시대를 격동시킨 뚜렷한 사례이다.

미국 초대 부통령이자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는 "페인의 펜이 없었더라면 조지 워싱턴의 칼은 쓸모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빈번히 영국과 갈등을 빚고 있었지만 미국인들의 독립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던 실정에서 페인은 <상식>을 통해 미국이 단지 영국의 폭정에 맞서는 게 아니라 명백히 독립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6쪽 분량의 이 소책자는 출간 첫해에만 50만부가 팔렸다. 당시 미국 인구가 고작 300만이란 점과 문맹률이 높았던 시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글을 읽을 줄 아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상식>을 읽은 것이었다.

미국 독립의 불가피성과 필연성을 구구절절 설파한 <상식>의 내용들은 고스란히 1776년 7월 4일의 독립선언문에 반영됐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는 김환영 중앙일보 심의위원이 세상을 흔든 책과 그 책의 저자들 그리고 그들의 시대를 조망한 책이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에는 모두 36권의 책과 그 지은이들이 소개된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강한 울림을 던지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까지 5000년 시공간을 오간다. 박람강기(博覽强記), 넓게 보고 명료하게 기억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구성이다.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는 모두 312쪽이며, 가격은 1만 3800원이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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