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법안이 국회 계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기후특위 의결에 이어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놓고 또다시 지루한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60여개의 법안을 상정하고 여야 합의를 이뤘지만 정족수 미달로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이번 회기에 배출권거래제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2015년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권 말기에 들어선 MB정부가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 더 이상 강한 압력을 넣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기에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각계의 이권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배출권거래제가 처음부터 법안 발의 과정을 다시 밟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각종 환경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산업계도 배출권거래제의 필요성 정도는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행할 것인가에 대한 찬반 논란은 진행형이다.

그런데 과연 산업계는 배출권거래제를 단순한 규제로만 인식하고 있을까. 물론 탄소시장에 대한 대비가 어려운 일부 중소기업들로서는 배출권거래를 부담스러워 하는 게 당연한 듯하다. 관련 정보와 전문 인력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반면 배출권거래제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산업 관계자들이다.

이미 20년 전 CCS를 상용화시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경우 최근 개최된 기후변화총회에서 CCS의 CDM 사업 포함 결정이 상당히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CDM 사업에 CCS가 포함되면 그동안 저장해뒀던 이산화탄소나 앞으로 저장할 이산화탄소를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업 프로세스가 새롭게 구성되고 검증 시스템이 만들어지려면 일정기간이 소요되겠지만 단순히 격리 수준에 그치던 이산화탄소가 수익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CCS와 탄소시장의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국내 CCS 기술 연구에 관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다양하다. 발전사는 물론 조선, 지질 탐사업체, 플랜트 업체 등 산업계의 거물들은 대부분 연관이 있다.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기 위해 연구 인프라를 동원하고 있는 회사는 모두 CCS 기술에 관심을 갖거나 R&D를 진행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CCS 기술 R&D를 진행하면서 탄소시장이 열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가까운 미래에 국내는 물론 해외 탄소시장에서 CCS 기술의 가치가 재조명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보다 CCS가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성이 더 높은 산업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탄소시장이 열리면 CCS 상용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기업들도 이 사실은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룹 차원에서 이미 투자를 시작한 기업들도 여럿이다.

게다가 석유를 생산하고 있는 중동지역 국가들이 CCS에 관심을 갖고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석유나 가스를 뽑아내고 남은 자리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화학물질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지층이 안정적이며 저장 공간도 충분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와 조선사, 플랜트 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력과 중동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른 나라보다 이 지역 CCS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쯤 되면 배출권거래제는 단순한 규제가 아닌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시장 개척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자칫 눈치만 보다가 새로운 시장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각계의 더 먼 곳을 바라볼 줄 아는 성숙한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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