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보경 명예교수, 공학한림원 에너지포럼서 지적
정책 우선순위 산업보호→소비자 후생으로 바꿔야 주장

[이투뉴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경제·산업 보호에 지나치게 치우쳐 각 부문간 형평성이 결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송보경 서울여대 명예교수(소비자리포트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7회 에너지포럼에서 “절약과 효율화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에너지 소비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모두 바뀌어야 하지만 산업보호에 치우친 에너지정책 때문에 소비자의 희생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책이 기업에는 너그럽고 소비자에게는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송 교수는 “정부의 에너지정책의 우선순위가 공급에서 수요로, 산업보호에서 소비자 후생으로, 압박에서 설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면서 “누진제와 같은 편향된 요금체계로 일반 소비자를 압박해 수요·공급을 조절하는 정책이 에너지소비의 형평성 결여를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동안 공급자 중심에서 정책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에너지정책에) 소비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이젠 같은 사실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의 격차를 좁혀가는 ‘리스크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효율화에 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십 년 동안 전기요금의 혜택을 보고 있어 에너지절약에 대한 의지는 부족한 반면 소비자들은 조금만 전기를 많이 사용해도 요금폭탄을 맞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이날 송 교수는 정부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고서는 에너지 소비문화가 달라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리포트’가 조사한 기후변화 방지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정보 부족 ▶불편함 감수 ▶개인의 행동이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생각 ▶귀찮음 등이 행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 꼽혔다.

단순히 가전기기의 플러그를 뽑거나 절약상품 구매를 넘어서 소비자의 절약생활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행동에만 기대는 것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대형 승용차를 선호하고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이용하는 등 자동차 사용에 익숙한 문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전기요금 현실화, 장기로드맵 제시해야

발표에 이어 ‘에너지 소비문화 달라져야한다’를 주제로 이뤄진 토론에는 김재철 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와 유제인 트레인토리아 사장, 토모히로 카네코 일본 경제산업성 과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김재철 교수는 지난 9·15 정전 이후 동계수급대책 단장을 맡은 경험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강력한 수요대책을 위해서는 일반 소비자에게만 절약을 강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전기 사용이 많은 업종의 대기업들이 절약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소득대비 에너지사용량이 많은 이유는 에너지다소비 산업과 제조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며 “일반 가정에서는 오히려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전기사용량이 적다”고 설명했다.

소비 패턴을 바꾸기 위해 가장 강력하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요금정책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기가 저렴한 에너지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앞으로 전기요금이 올라갈 것이라는 중·장기 전기요금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제인 사장은 심야전기요금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전기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전기요금이 현실화되면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제도와 파이낸싱기법을 활용한 비즈니스모델이 활성화 될 것”이라며 “에너지절약이 곧 에너지생산”이라고 말했다.

카네코 과장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전력수급 상황이 악화됐지만 순환·계획 정전과 에너지절약에 대한 국민실천이 조화를 이뤄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면서 “특히 공장과 대기업들은 평일·주말 교대근무를 통해 피크를 억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의 원전정책 변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직 국가 차원에서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자는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나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날 포럼에서는 최근 전기위원회가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한편 송보경 교수는 이번 동계수요관리의 성공 이유를 ▶구체적인 정보제공 ▶정부 및 공공기관의 솔선수범 ▶기업의 협조 등으로 판단하고 향후 정책 추진시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로 꼽았다.

그는 또 “에너지절약으로 원전하나를 줄이겠다고 했을 때 원전 건설비용의 절반이라도 투자해야지 모든 것을 자발적인 의지에 맡기고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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