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폐기' 독일 -'원전증설' 프랑스 신경전

[이투뉴스] 독일 연방의 커트 벡 라인란트팔츠 주지사는 지난 7일 프랑스 카테놈 원자력발전소와 페센하임 원전의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발전소가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룩셈부르크 역시 에너지부 장관을 통해 카테놈 원전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전 탈피를 선언한 독일과 달리 원전 정책을 강행 중인 이웃 국가 프랑스 역시 탈핵노선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다.

벡 주지사는 이번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에서 현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경쟁자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승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원자력 발전 정책 변화를 위해서다.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리 올랑드 후보는 2025년까지 현 58개의 핵발전소 가운데 페센하임 원전을 포함한 약 24개 발전소를 폐쇄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벡 주지사는 프랑스 대선 전에 올랑드 후보를 만나 대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밖에 연방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핵발전소 폐지를 주제로 프랑스와의 특별정상회담을 주장하고 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EU위원회의 귄터 외팅거 EU 에너지 위원 역시 지난 7일 "브뤼셀의 유럽위원회 회의에서 벡 주지사와 카테놈 원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며 "SPD와 녹색당의 요청에 따라 독일 연방정부와 카테놈에 관해 담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에너지컨설팅업체 캡 제이미의 콜레트 르비너 에너지 연구위원은 "후쿠시마는 원전 신축 계획을 둔화시키고,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등의 에너지 믹스에 모든 초점을 이동시켰다"며 "그러나 이는 사고 직후 전망한 원자력의 끝으로 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의 가장 큰 영향은 원자력 발전 탈피를 선언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들 간의 국가 간 상호 안전 기준 등을 쟁점화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해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 참사 이후 원전 산업을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시켰다.

후쿠시마 원전 근로자들이 누출된 방사능과 싸우고 수만명이 사람들이 붕괴된 자신의 지역에서 안정을 찾아 떠나가는 장면이 한 주간 전 세계에 중계됐다.

일본의 이 같은 충격적인 영상은 원자력 발전의 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독일의 탈 원전 계획은 현재 진행 중이며,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이후 국민 투표를 통해 원전 중단 계획을 명확히 했다. 스위스는 5개 핵발전소를 2034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같은 전략적인 에너지 전환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다음 세대를 위한 원전 신축계획을 그대로 이어나가겠다고 발 빠르게 선언했고, 미국 역시 원전 정책에 파란불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역시 경제 성장을 위한 에너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원전 신축계획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60개 국가가 세계원자력기구(IAEA)에 새로운 원자력 계획을 등록했다. 올해 벌써 베트남, 방글라데시, 아랍 에미리트, 터키, 러시아 등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시작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원전 정책의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던 일본은 사고 이후 크게 달라졌다. 몇 주내 마지막 54개의 원자로가 폐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고 이후 근본적인 안전 검사도 시작됐고, 일부는 현재 점검 작업을 이유로 전력망에 연결된 상황이다.

일본 리서치 연구소의 신이치로 다키구치 연구원은 "원자력 발전 탈피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력 발전의 비율을 줄여나가는 것이 현재 합의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의 존 리치 이사는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 불행한 사건을 통해 산업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더 발전된 안전 기술과 설비들이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십년간 세계경제를 주도한 일부 국가들의 정부는 전 세계의 에너지와 환경을 마음대로 사용했다"며 "이제는 종말이 왔고, 핵발전소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2022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완전 중지하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목표는 세계적인 실험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의 패트릭 크리퀴 CNRS 연구소장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답은 '불가능'"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야심찬 목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능한지 여부는 여지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프랑크푸르트=길선균 기자 yupin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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