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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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 칼럼] 3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주 『SBS 스페셜』에서는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일본 대지진, 그 후 1년”이라는 타이틀로 후쿠시마 사건 1년이 지난 현지의 상황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었다. 취재진은 지난 1년간 후쿠시마 원전과 1km 떨어진 후바타 마을을 포함하여 재난 피해자의 생활을 밀착 취재하였다고 한다.

영상의 기록은 상상 이상이었다. 폐허가 된 후쿠시마 지역은 방사능 피폭으로 폐기물조차 치우지 못하고 방치해둔 상태였고 반출이 불허된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만이 그 땅을 지키고 있었다. 일본인 아내를 잃은 한국인 김일광 씨,  일본인 남편을 잃고 유복자를 낳아야 했던 한국인 홍경임 씨의 경우를 비롯하여 직장을 가진 남편을 남겨두고 아이들만 데리고 안전 지역으로 이주하여 “리틀 후쿠시마”라는 반핵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한 일본인 부인의 삶 등을 보면서 아무도 이런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며칠 전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언급에 의하면 1만9000여명이 사망 혹은 실종되었고, 재산 피해액은 17조엔 (약 238조원)이며, 이재민은 총 47만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으니 원전 사고 하나가 가져온 피해는 어지간한 전쟁 피해를 넘고 있다.

또 다른 일본 정부의 발표를 보면 후쿠시마 사고로 방출된 세슘-137은 15,000 테라 베크렐(Tera Becquerel)로 히로시마 원자폭탄 168.5개의 위력을 가졌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 원자폭탄 168개가 한꺼번에 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상상하기에도 끔찍하다.(노르웨이 기관의 추정에 의하면 36,000 테라 베크렐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단 한 번의 원전 사고는 수백 개의 원자폭탄이 투하된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은 일찌감치 원전의 단계적 폐기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지금은 총 54기 가운데 2기만 운행 중이며 원전을 잠정적으로 폐기하는 정책을 확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의존율은 26%인데 2024년까지 이를 설비 용량 기준 32%로 확대한다고 한다. 정부는 향후 2015년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입, 원전 안전에 대비한 50가지 대책을 완료할 계획이기 때문에 원전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차피 원전 의존율도 높고 거기에다 전기료까지 싸서 전기 사용이 갈수록 늘고 있는 마당에 원전 폐지론은 아무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 사고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 책임의 원칙으로 ‘예방의 원칙’이 있다. 당장 현실적 위험이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면 예방 차원에서 주의를 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국민에게 50년 혹은 100년 뒤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기를 원하는가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원자력 발전도 마찬가지다. 우리 후손의 안전을 위해서 그리고 이 땅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하여 이제 원전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할 시점이다.

당장 원전을 폐지할 수는 없지만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전력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려간다면 못 할 이유가 없다.

국민에게 물어보자. 후쿠시마 사고를 겪더라도 원전을 확대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불편해도 그런 사고의 위험이 있는 원전을 줄여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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