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정부는 지난주 전기 먹는 하마로 알려진 시스템에어컨(EHP)을 에너지 효율등급 표시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에너지 효율향상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정부가 이처럼 시스템 에어컨을 그동안 장려해오다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어 규제하기로 나선 것은 값싼 전기료를 빌미로 민간은 물론 정부 기관까지도 EHP를 앞다투어 설치하고 있기 때문. 누누이 강조해온 바와 같이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석유와 석탄 등 일차에너지를 원료로 생산한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은 자원배분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싸다는 점을 악용해 그동안 전기난방이 횡행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 심지어 서울대학교까지 전체 난방시스템을 EHP로 바꾸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전기난방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앞서 지난해 10월 전기 냉난방 수요 억제를 위해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융자,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 혜택이 주어지는 고효율 인증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이번에는 효율등급 표시대상으로 지정함으로써 규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또한 값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천대받아온 가스엔진히트펌프(GHP)를 고효율 인증대상으로 지정했다.

우리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로 환영한다. 지난해 9월 정전대란으로 경험한 것처럼 우리나라 전기사정은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전기사용 증가폭이 1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5.9% 늘었다.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폭으로 전기사용이 증가한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가 다른 난방 에너지보다 값이 싸고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전기값은 물가상승 억제라는 정치권의 논리에 따라 생산원가 만큼 올라가지 않지만 가스나 등유 등 다른 난방 에너지는 그때그때 원가가 반영돼 전기와 경쟁할 수 없는 구조다. 전기값을 올려주지 않아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적자폭은 커지고 매년 누적적자는 늘어가고 있다. 이 역시 국민에게는 언젠가는 돌아오는 부담이다. 특히 전기를 많이 쓰는 계층의 전기료까지 전국민이 부담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형평성에서도 크게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등유와 가스 냉난방을 점차로 전기가 대체함으로써 2006년 전기난방 수요가 18.6%였으나 작년에는 25.4%로 폭증했다. 저렴하고 편리한 전기난방 수요 증가의 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분야의 기술개발을 저해하는 것도 큰 문제다.

심지어는 공장에서까지 전기사용을 늘림으로써 에너지 효율개선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보조금까지 줘가면서 에너지절약 시설 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나 가격이 견인하는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자금이 오히려 소진되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료가 싸기 때문에 에너지 요금을 줄이기 위한 투자에 나설 유인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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