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ㆍ안건 단독 선정 때문

향후 20년 이상 추진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에너지부문 최고의결기구인 국가에너지위원회가 28일 돛을 올린다. 청와대는 이를 위해 총 25명의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중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당연직위원 9명을 제외한 민간위원 16명에 대한 인선을 매듭지었다. 정부는 16일 각 민선위원에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위원 선정 사실을 알리고 28일 청와대에서 위촉식을 하기로 했다. 위촉식 직후 국가에너지위원회는 1차위원회의를 통해 4가지 안건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출항 전부터 암초를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업계와 재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독단적으로 핵발전소 및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저장시설 건설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산업자원부 등 정부의 단독 결정권을 강화한 인선과 안건 결정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특히 1차위원회의 안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민간위원도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법 조항에 대한 잡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인선과 안건 문제가 또다시 시비에 휩싸인 셈이다.
한편 정세균 산자부 장관은 지난 8월10일 "국가에너지위원회는 앞으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골격이 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8월29일 한명숙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지난 3월3일 공포된 에너지기본법의 시행령을 제정했다. 그 후 2개월 반 만에 국가에너지위원회 인선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산자부는 국가에너지위원회 내년 예산으로 6억원을 기획예산처에 요청한 바 있다.

 

◆인선=친(親)정부 브레인 껴안기(?)
소식통에 의하면 국가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확정된 16명은 지난 10월 이미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총 9명의 당연직위원은 그보다 먼저 확정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 이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지가 16~17일 확인한 민간위원 16명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인선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불협화음이 들리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노무현 정부의 브레인 인물이 대거 포함됐다는 것이다. 
에너지분야 한 전문가는 "이같은 인선과 안건 결정은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산자부의 에너지정책에 정통성만 높여주는 셈"이라며 "결국 산자부의 조직 확대와 예산 확보에 힘을 실어주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드 인사라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현 정부의 핵심 인물로 민간위원 인선을 마쳤다"면서 "결국 정부가 모든 국가에너지 정책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낙하산 인사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에너지 전문가가 없는 시민단체 인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외 인사 중엔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공기관 출신보다 교수 등 객관적으로 검증된 전문가를 인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각계 에너지원별 전문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시민단체는 "국가에너지위원회 민간위원을 산자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 방식도 문제"라며 "게다가 하위조직인 전문위원회 간사도 3급 이상의 정부 공무원이 맡기로 한 것 같은데, 이 역시 문제가 많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1차위원회의=4가지 안건의 의미 퇴색
국가에너지위원회는 28일 청와대에서 위촉식을 하고 1차위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국가에너지위원회는 ▲미래 에너지정책여건 전망 ▲에너지 복지구현 방안 ▲원자력사업 정책방향 ▲에너지산업 해외진출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2030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명확한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30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35%로 끌어올리고 ▲석유의존도를 35% 이하로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율을 9%로 끌어올리고 ▲에너지원단위를 선진국 수준인 0.2로 낮춘다는 게 골자다.
이와 관련 학계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정부가 획일성 없는 일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에너지위원회 1차위원회의 안건에 대해 이들은 "정부가 원자력산업 육성과 에너지재단 위상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안건"이라며 "국가에너지위원회가 특정 산업과 특정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일에 나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인선보다 국가에너지위원회 하부조직인 전문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가 먼저 정비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임의로 안건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국가에너지위원회의 하부조직인 전문위원회를 먼저 구성해 안건을 결정하고 본회의에 그 안건을 상정하는 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에 국민에게 공개해 언론과 업계 등의 필터링을 거치는 작업도 생략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가에너지위원회의 1차위원회의 안건을 보면 에너지관리공단과 에너지재단의 업무와 별반 다르지 않아 더욱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8월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에너지정책ㆍ에너지기술기반ㆍ자원개발ㆍ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 전문위원회를 각각 설치하고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및 비상시 에너지 수급계획 ▲국내외 에너지개발 ▲에너지 관련 교통 및 물류 ▲에너지에 관련된 사회적 갈등 예방 및 해소 ▲에너지에 관련된 예산의 효율적 사용, 재원확보, 세제 및 가격정책 ▲원자력발전정책 및 기후변화협약 대책 등을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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