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잇따른 사고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두 사고 모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게 한다.

특히 고리 원전 1호기 정전사고는 작업자 부주의와 현장 간부들의 조직적 은폐에 비상디젤발전기 결함까지 겹친, 그야말로 총체적 난맥상이 빚은 결과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결과 드러난 사실은 사안을 지켜본 이들의 가슴을 암담하게 한다. 사고 자체는 작업자가 감독자의 지시와 절차를 따르지 않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전형적인 인재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국가기반시설의 운영과 안전 관리체계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발전소장은 사고를 확인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이를 숨기는 데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간부들은 정전사고 사실을 모든 운전원 일지에서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섰다. 원자력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의 원전 안전관리시스템은 이렇듯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사고 후에도 작업지침은 무시됐다. 운전원들은 비상디젤발전기 2대 모두 가동 불능인 상태에서 핵연료 인출 등 정비업무를 계속했다.

사상 최대 규모라며 홍보에 열을 올려온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서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가뜩이나 원자력 정책을 두고 찬반으로 갈려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시점에 기름을 부은 것과도 같다.

고리 원전 사고 은폐로 집중포화를 맞은 시점에 연이어 터진 보령화력 화재사고는 단순 안전불감증을 떠나 관련기관 종사자들의 기강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한국중부발전은 상부에 늑장 보고함으로써 주무장관인 지식경제부 장관이 사고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뒤늦게 파악했을 정도로 미숙한 대응능력을 보여줬다.

그간 정부와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발전설비 운영 기술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숱하게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화를 부른 건 안전의식 부재(不在)였다.

이번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안전관리 기술력을 갖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기본 원칙부터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사고은폐, 현장 늑장 대처, 보고체계 허술, 컨트롤 타워 부재 등의 허점은 인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창한 기술을 요하는 부분이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반시설인 발전소에서 벌어진 잇단 사고는 분명 좋지 않은 조짐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심경은 불편하기만 하다.

한번 땅에 떨어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가 당국의 인식이 그간 얼마나 안일했는지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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