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고리 1호기 전력공급 중단 사건 및 집단적 은폐와 관련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 1호기 발전소에서 일어난 중대 사건이 무려 한달동안 조직적으로 은폐되어 왔다는데 경악을 금치 않을수 없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한수원의 자체적인 의사가 아니라 부산의 한 시의원이 우연히 들은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감추기 어렵다.

집단 은폐 조작에 많은 사람들이 관여되어 있었는데도 한달 동안이나 비밀이 유지됐음은 물론 고리 원자력본부장은 물론 본사 사장 등 간부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런 류의 사건이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해 있고 이미 여러 차례 되풀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단 12분간의 전력공급 중단으로 원자로 냉각수의 온도가 섭씨 36.9도에서 58.3도까지 20도 이상 상승했다는 것도 처음 밝혀졌다. 다행히 12분만에 전력이 공급됨으로써 원자로 냉각은 바로 이루어졌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같은 사건이 언제 일어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지진과 해일이라는 엄청난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것이지만 고리 1호기 전력중단 사태는 인재라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2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 모든 원자력발전소는 결국 사람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안전관리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당연히 원자력발전소에 종사하는 한수원의 직원들은 물론이고 협력업체 종업원들도 각별한 안전의식이 뒤따라야 한다.

전력공급 중단에 대한 은폐 결정은 제1호기 발전소장이 결심하고 지휘했다지만 관련자들이 수십명에 달하는데도 한달 가까이 비밀이 유지됐다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로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사고가 난 2월은 한수원의 정기 3월 인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관련된 간부들이 자신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안을 숨기고 싶은 유혹이 컸을 것이다. 은폐 발전소장은 당일 안전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는 점 등이 사고사실 은폐 동기였다지만 진짜 이유는 인사에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력공급 중단과 같은 중대 사고가 일어날 경우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지 않는 자동 통보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개 항목에 달하는 4개 분야의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원전 종사자들의 안전의식과 안전문화의 확립이다.

차제에 원자력에 대한 확실한 인식도 필요하다. 원전의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서 앞으로 원자력 정책을 펴야만 국민의 이해를 얻을 것이다. 충분한 설명과 이해가 전제되었을 때 많은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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