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SR코리아 대표

[이투뉴스 황상규] 영화 '부러진 화살'의 주연으로 자신만의 관록을 보여준 배우 안성기씨가 최근 A사(社) 기업광고에 등장하여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때마침 선거를 앞두고 A사의 광고가 TV, 라디오, 인터넷 매체를 통하여 대대적으로 전해지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특정기업 홍보에 국민배우 안성기씨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반가운 일은 아니다.

A사의 광고는 이렇다. '수출이 매출의 90%를 넘고, 근속연수가 20년 가까이 되고, 국내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 17년 동안 노사분규 한번 없고, 많은 학교와 병원을 세운 기업'으로 소개된다. A사는 과연 말 그대로 공익에 기여만하는 기업일까. 만약 A사가 대중에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정보를 주지 않고, 국민 스타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한 쪽으로 치우친 홍보만 하였다면 이는 또 하나의 비윤리적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안성기씨는 그 동안 오랫동안 국제적인 어린이 보호단체인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 많은 활동을 해 왔고, 스크린 쿼터 문제 등 우리 문화 산업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공인'으로서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최근 A사의 홍보 광고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세상 대부분의 일들이 그러하지만, 특히 기업들의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하여,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공헌 등에서 소홀하기 쉽고, 어떤 경우는 더 큰 반사회적인 문제에 연루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사회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홍보와 표현 방법에 대하여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안성기씨의 A사 광고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퍼져 나갈 즈음, 바로 그 기업에서 '사내하청지회장'을 맡고 있는 한 사람의 호소문이 온라인상에 유포되기 시작했다. A사의 실상은 정규직(1만6000명)보다 하청 등 비정규직(2만2000명) 노동자가 더 많은 회사로서, 동일한 일을 하고도 정규직의 60% 수준에 불과한 차별적 대우를 받는 절망과 불평등의 사업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선업의 특성 상 산업재해, 직업병 등으로 사상자가 다른 산업분야 보다 훨씬 많은데, 이러한 사실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근속연수가 20년 가까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규직 직원이 전반적으로 고령화가 되고 있는 증거이며, 매년 천여 명의 퇴직자가 발생해도 신규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그 자리를 채우기 때문이라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통계적으로 노사분규 한번 없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 침묵이 강요되는 구조인가를 잘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비정규직의 애환을 겪어 본 사람이라면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안성기씨는 진정으로 A사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SR(사회적책임) 특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널리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잘 하고 있거나 잘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주의깊게 살펴보게 된다. 어려운 조건에 진정으로 열심히 모범적으로 노력하는 기업들은 큰 박수를 보내 주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또한, 문제가 있다면 이 문제를 직시하고 하나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 정보화 사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왜곡된 사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사실 여부 또한 곧 확인된다. 각기 다른 주장을 할 때는 사실 관계에 기초하여 비교 분석하고 객관적인 입장과 자세를 취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A사의 경우도 좀 더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홍보물을 제작했어야 한다.

다소 불편한 진실이라고 하여 덮어 버리거나, ‘녹색칠(Green Washing)’을 하여서는 대중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기업의 이미지와 가치 판단과 평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과 참여를 통해 결정이 난다. 한쪽으로 치우친 일방적인 주장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되돌아올 수 있으며,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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