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 교수
[이투뉴스 칼럼]과거에는 우리나라 삼천리금수강산 어디를 파도 물이 나왔다. 땅이 물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물은 빗물이었다. 그 물은 지하수가 되어 개울에 항상 물이 흐르게 했다. 지금도 개천에서 가재도 잡고 물장구도 치던 추억이 아련하다. 포장이 되지 않은 산길에는 지렁이, 개미, 땅강아지, 두더지 등의 무수한 생명체들이 부지런히 땅에 구멍을 뚫어 빗물이 땅속에 침투되는 것을 도왔다. 자연의 일부로서 모든 생명체가 힘을 합하여 조화롭게 물 관리를 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도시화가 되면서 땅이 포장 되고, 지붕으로 덮여서 더 이상 땅이 물을 품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지하수는 공짜라는 생각으로 너도나도 지하수를 퍼 쓰고, 지하철이나 높은 빌딩의 지하층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지하수위를 낮추는 일까지 자행되고 있다. 빗물은 땅에 안 집어넣고 지하수를 많이 퍼서 지하수 수위가 떨어지는 것은 수입은 없는데 지출만 많은 가정의 가계부를 보는 것과 같다. 이젠 물이 흐르는 하천과 그 옛날의 낭만적인 추억 모두를 우리 후손들에게 전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 지표면에 살면서 빗물의 침투를 도와주던 생명체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물 순환의 왜곡이 심해져 이젠 물 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비가 많이 올 때면 유출저감 효과가 떨어져서 홍수가 일어나고, 각 도시마다 물을 자급하는 능력이 떨어져 단수나 화재 등 비상시에는 속수무책이 된다. 작년에 구미시의 단수 사고시, 돈 많이 들여 멋있게 만든 물인프라가 정작 필요할 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경우를 보아왔다.

이에 대한 대책은 땅에 빗물을 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의외로 간단하여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누구든지 큰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첫째, 빗물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처리하도록 한다. 건물의 홈통에서 떨어진 빗물은 홈통 밑에 있는 침투박스를 통해 흘러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정원은 보일락 말락하게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물이 오목한 곳을 찬 다음 흐르도록 한다.
둘째, 빗물이 천천히 흐르도록 한다. 두 지점 사이의 최단 거리로 흐르게 하기보다는 지그재그로 흐르도록 한다. 또한 물이 지나가는 길목에 장애물을 두어 거기서 에너지를 소진한 후 내려가도록 한다.
셋째, 빗물이 땅에 많이 닿게 한다. 오목한 곳이나 작은 웅덩이를 만들어 그리로 물이 들어가게 하고, 그곳에 물을 채운 후에 흘러 내려가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이 하여 연간 강우량이 300㎜도 안 되는 미국 애리조나 사막지역의 산에 물이 흐르고 숲이 우거지게 만든 사례가 있다.

4월 5일 식목일날 돈 많이 안들이고 나무도 심고 물 관리도 할 수 있는 오목형 나무심기를 제안한다. 나무의 주위를 오목하게 파서 거기에 물이 저류되고 침투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우리는 여기저기에 오목형 물 관리를 적용 할 수 있다. 경사면에 눈썹모양으로 땅을 돋우어 위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이도록 하는 것, 또는 주위의 돌멩이와 나무를 모아 작은 옹달샘을 만드는 것이다. 물관리를 하천변에서 커다란 시설 한두개로 하기보다는 유역전체에서 작은 시설을 많이 설치하는 면(面)적인 물관리를 하는 것이다.

어느 경사면 한군데를 정하여 지역주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 경사면 전체에 오목형 물 관리의 시범사업을 해보자. 그러면, 경사면 하류의 홍수가 줄어들 것이고, 또 지하수위 보충으로 개울에 물이 흐르고 그곳엔 가재와 개구리 등이 놀며, 더불어 옛 추억까지 회복될 것이다.

땅에 비를 품게 하라. 그러면 하류 사람은 물론, 자연도, 그리고 후손들도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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