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값이 싸서 펑펑 써대는 전기 외에 우리나라는 역시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헐값으로 제공되는 물도 펑펑 쓰고 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2050년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중 가장 물 부족이 심각한 나라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은 1453㎥로 세계에서 129번째다.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수돗물 사용량은 하루 275리터로 독일(151리터) 영국(139리터)을 훨씬 웃돌고 있다. 사용가능한 수자원량 중 실제 끌어다 쓰는 비율이 4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국가별 1인당 연간 이용 가능 수자원량을 보면 아이슬란드가 57만8818㎥로 세계에서 가장 많고 미국이 1만169㎥로 58위, 북한은 3366㎥로 92위, 이웃 일본은 336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흔히 연간 이용 가능 수자원량이 1000~1700㎥이면 물 부족국가로 분류한다. 1000㎥미만이면 물 빈곤국으로, 쿠웨이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가 전기를 펑펑 쓰는 것처럼 물도 절약 개념없이 남용하는 것은 바로 전기와 마찬가지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그나마 전기는 원가보상률이 90% 수준이지만 물은 그보다도 못하다. 우리나라의 물값은 ㎥당 610원이지만 덴마크는 1만1344원, 프랑스는 4599원, 독일은 3008원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원가를 받지도 못한 채 헐값에 상수도를 공급하고 있다.

대중목욕탕이나 사우나에 가보면 물을 아무런 절약 의식없이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물을 사용하고도 잠그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경우도 많고 물을 틀어놓고 옆에서 다른 짓을 하는 사람도 많다. 물도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수도요금 중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30~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네스코 보고서에 의하면 이런 물 과소비로 인해 1인당 물발자국이 1629㎥로 인구 500만명 이상 102개 국가중 40번째. 결코 영예롭지 못한 기록이다. 경제규모나 무역규모 등은 세계에서 12~15위를 오르내리고 있지만 물 절약 의식이나 기타 윤리의식 등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경제 등 국력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격이다.

벌써 제주도는 물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지역에 따라서는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물 부족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절약 및 효율개선이 제 5의 에너지로 불린다. 자원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적게 쓰고 효율을 높이느냐가 특정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세상이다. 물도 마찬가지.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은 많지 않은데 지금처럼 아무 절약 의식없이 펑펑 쓰기만 한다면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물 부족국가를 넘어 물 빈곤국가로 추락할지 모른다. 물 절약 운동을 국가적으로 벌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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