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피크 대비 최적안…㎾당 45만원 국가적 편익비용
별도용도별 요금제 적용. 관련 정책부서 운용 등 절실

[이투뉴스] 지난해 9.15 정전대란 이후 전력수급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제 전력수급 비상사태라는 용어는 그리 낯설지 않다. 예전에는 하절기 전력 피크수요를 걱정했으나 이젠 여름, 겨울철을 가리지 않는다.

최대 전력량은 연일 사상 최대 기록치를 경신하고 있다. 냉방사용으로 인한 하절기 전력부족 뿐만 아니라 난방기기의 전기화로 인해 겨울철에도 전력피크가 발생하는 것으로 국가적인 측면에서 에너지수급 애로와 함께 손실 또한 막대하다.

이에 최적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분산형 전원인 열병합발전이다. 열병합발전은 대규모 형태의 지역냉난방사업과 소규모 형태의 구역형 집단에너지, 자가열병합발전으로 크게 나눠진다. 이 가운데 자가열병합발전은 사업체, 대형건물, 공동주택 등에 주로 설치돼 자가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소용량의 열병합발전설비를 말한다.

소규모 형태의 자가열병합발전은 대규모의 지역냉난방에 비해 분산형으로 대규모 발전소 투자부담을 줄이고 건물단위에 최적화해 에너지 이용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력부족 문제의 최적 대안으로 소규모 자가열병합발전이 대두되고 있는 배경이다. 대규모 중압집중식 발전소는 건설에만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비용 또한 수천억원이 들어간다. 이에 반해 자가열병합발전은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규모로 단기간에 설치해 운영이 가능하다.

친환경성 또한 효과가 크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으나 설치 및 운영비용이 막대한데다 아직 기술개발 수준도 미흡한 편이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경제성을 고려할 경우 가장 적합한 대안 중 하나가 자가열병합발전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같은 보급확대의 당위성에도 불구 보급속도는 더딘 편이다.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자가열병합발전을 2013년까지 국내 총 발전용량의 3.5%수준인 270만㎾까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19년까지 218만㎾로 목표를 낮췄고, 이어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아예 항목 자체가 없어졌다.

 

서울대병원에 설치된 자가열병합발전 설비.

 

◆국내 발전용량의 0.2% 그쳐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자가열병합발전은 225개소에 457대가 설치돼 224㎿의 용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총 발전용량의 0.2% 수준으로 일본이 944만㎾로 국가 총 발전용량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설치장소는 공동주택에 164개소가 설치돼 68㎿를 생산하고 있으며, 피크저감 수단으로 업무용 빌딩 12개소에 77㎿가 설치됐다. 용도별 보급현황을 살펴보면 설치용량의 경우 복합건물 34.2%, 공동주택 30.3%, 산업체 14.8% 순이며, 설치개소는 공동주택이 72.9%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복합건물이나 산업체의 경우 수㎿에서 수십㎿까지 설치하는 반면 공동주택은 1㎿ 이하의 소형용량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발전 가동률은 크게 줄었다. 이는 전기요금 대비 급격한 가스요금 상승으로 자가발전단가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일부 시설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연도별 보급실적
 

 

2007년 기준으로 가정용의 경우 전기요금은 3.98% 증가한데 비해 열병합용 가스요금은 53% 이상 늘었다. 업무용의 경우에도 전기요금이 14.45% 증가한 반면 가스요금은 60%에 육박하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연도별 가스 및 전기요금 변동추이

 

◆전력부하 평준화 효과 막대
자가열병합이 갖고 있는 효과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전력수요 피크시의 부하를 낮춰 전력부하 평준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가스저장시설 건설비용 절감은 물론 발전소 건설비용, 송배전망 건설비용 저감에 기여한다. 기존 발전시스템인 화력발전 및 보일러에 비해 30% 이상의 에너지이용효율을 향상시키고 CO2배출량은 25% 이상 감소시키는 고효율 에너지절약 시스템이다.

아울러 단위건물에 설치, 운영돼 생산한 전기 및 배열을 직접 사용함으로써 한전의 송전손실 4%와 지역난방 열배관 원거리 이용에 따른 열손실 15%를 최소화할 수 있다. 주사용 연료가 천연가스라는 점에서 안정적 연료공급과 친환경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편익적인 측면에서의 효과가 크다. 한국도시가스협회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발전소 건설회피 비용, 송전선로 손실저감 비용, CO2 저감비용 등으로 ㎾당 45만원 상당의 국가적 편익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스수요관리 편익의 경우 1년간 공동주택 천연가스 사용실적을 분석한 결과 TDR(계절별 수요격차) 지표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가스수요가 특정 월에 집중되는 비중치가 낮다는 의미다.

소비자적 측면에서는 에너지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합효율이 80% 이상으로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비용이 10~35% 이상 절감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선과제 많은 정책과 제도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 자가열병합발전 보급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책적, 제도적으로 많은 개선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근본적으로 전기사업법 및 집단에너지사업법 등 국내법에서는 소형열병합발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통상 설비용량이 10㎿ 이하인 것을 지칭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다보니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렵고 상황에 따라 정책방향이 변경되는 등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 제3차,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다가 제5차 기본계획에서 제외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와 함께 집단에너지 공급구역 내 타 열원사용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의 보장이다. 현재 집단에너지사업법 제6조와 시행령 제8조에 의거 지역난방이 공급되는 공급대상지역 내에서는 소비자가 타 열원의 사용을 원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

현실적으로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에 자가열병합발전이 진입되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반면 지역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을 경우 지역난방은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있는 지역에서도 공급이 가능하다. 형평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요금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가열병합발전과는 달리 집단에너지사업은 CHP가동보다는 HOB가동을 통한 열 생산 위주로 수요패턴이 다름에도 불구 ‘열병합용 1’ 이라는 동일한 용도요금으로 분류되어 있다.

따라서 자가열병합발전 요금을 집단에너지와 분리해 별도의 용도별 요금으로 적용돼야 한다. 자가열병합발전은 연중 일정한 가스 소비패턴을 가져 TDR을 개선하는 등 편익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 전력피크 시간대 발전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20% 이상의 가스요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실제 ESCO사업을 통해 자가열병합발전을 가동한 공동주택 주민들이 요금으로 인한 경제성 저하로 집단민원을 일으켜 ESCO자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지식경제부 관련부서가 실상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지원금 제도개선도 과제다. 현행 설치지원금은 한국가스공사 자체자금으로 ㎾당 5만원에 불과하다. 총 건설비의 2% 수준이다.

김용하 인천대학교 교수는 국가편익비용을 반영해 ㎾당 5만원인 설치지원금을 45만원 수준으로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 경우 총 건설비의 10~15% 수준의 지원금 지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하절기 냉방용 요금제 적용과 발전장려금 지급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가열병합발전 연료요금은 ‘열병합 1’로 계절별 차등요금이 적용되지만 계절별 요금격차가 ㎥당 최대 35.49원에 그쳐 하절기 가동률 향상을 위해서는 하절기 냉방용 요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한전에서 다양한 제도를 통해 전력피크 시 일정량 이상의 전력을 수요가에서 줄이도록 유도하고 그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가열병합도 피크전력 감소 측면에서 동일한 수준의 지원금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급하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일정규모 이상 공동주택에 설치를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과제다. 국가 예비전력 확보를 위한 조치로 32평 기준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설치 시 5년 이내 투자회수가 가능하고, 수도권 보금자리나 재개발 및 재건축 예정지에 자가열병합발전시스템을 설치하면 52만3000㎾의 예비전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나와 있다.

부산광역시의 경우 신규 공동주택 건립 및 기존 아파트 리모델링 시 건축위원회 심의 및 인허가 등 행정절차 상에서 자가열병합발전 설치를 적극 유도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비상용 예비전원으로서의 효과가 충분한 만큼 비상발전기를 대체하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국내법규는 자가열병합발전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소방법 개정을 통해 자가열병합발전기가 비상발전기를 대체토록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비상용 디젤발전기의 경우 연료저장탱크를 이용하므로 운전시간에 제약을 받으나 도시가스를 이용한 자가열병합발전기는 환상망을 통해 연료공급 중단이 없으므로 비상용발전기 설치의무 조항을 재난대비용 상용발전으로 설치하도록 관련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소방방재청의 질의답변을 통해 가스엔진의 경우 2개소 이상의 수급지점에서 가스를 공급받을 경우 비상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유권해석이 내려졌으나 구체적으로 가스엔진을 포함한 자가열병합발전설비의 비상전원을 인정하는 법규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도와 정책 수립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관련부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집단에너지나 가스냉난방은 지식경제부 내에서 관련업무를 맡고 있는 부서와 담당자가 존재하나 열병합발전과 관련해서는 정책부서 어느 한 곳, 담당자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시장에서 아무리 당위성을 주장해도 근본적으로 이를 논의할 정책 파트너가 없는 셈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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