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기업탐방-GU㈜> 수처리기업서 재생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소형풍력은 실증발전단지로 신뢰성 높일 터"

▲ 이종래 gu

[이투뉴스] 지난 2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당목리 17번 국도. 차량이 2차선 국지도로 방향을 틀자 한유로운 농촌풍경을 배경으로 수직축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GU㈜가 5000여평 규모 자사 2공장에 세운 소형 풍력터빈이다. 공장 벽면에는 '환경·소수력발전 전문기업'이란 명패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공장입구로 들어서자 널찍한 야적장 가득 철탑 구조물이 시뻘건 녹물을 뒤집어 쓴 채 쌓여있다. 터빈을 지지하는 타워 구조물이다. "그거 일부러 비맞히는 겁니다. 도금 잘될라카면 녹이 이래 잔뜩 생겨야 좋다 아닙니까." 밀짚모자를 눌러쓴 경상도 억양의 남성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청바지에 작업용 조끼를 걸쳤고, 한쪽 손에는 도면이 들려있다. GU㈜의 이종래(61) 사장이다.

1995년 설립된 GU㈜는 군(軍)시설 폐수처리시설로 출발해 개인하수처리시설, 오존산화장치, 인공습지 등의 친환경복원사업과 소형풍력, 소수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두루 다루는 환경·에너지 전문기업이다. 화성시 봉담읍에 본사를, 안성시 원곡면과 죽산면에 각각 1, 2공장을 두고 있다.

이날 방문한 2공장은 수처리사업으로 성장한 이 회사가 신사업 분야로 선택한 재생에너지 부문의 소형 수직축 풍력발전기와 초소수력발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공무원 출신인 이 사장은 앞으로 소형풍력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란 판단에 7~8년째 자체 터빈 상용화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 gu 안성 제2공장 전경

물론 도전은 녹록치 않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설계가 수십번은 바뀌었고, 그 때마다 해체된 터빈과 자재가 공장 한켠에 고철로 쌓여갔다. 하루에 수백만원씩 들여 타워 꼭대기에 설치한 시제품이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곤두박질 치는 일도 예사였다. 여기에 수직축 터빈은 효율이 낮고 대형화가 어렵다는 이론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는 학계의 시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GU㈜와 유사한 형태로 상업화를 시도했던 기업들 대부분이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사업을 접거나 성능미달 불량터빈을 내놓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이같은 부정적 인식을 터빈 제조사의 탓으로 돌린다. 믿을만한 제품을 만들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 사장은 "풍력은 안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데, 이는 싸꾸려 자재를 사서 싸게 납품하고 사후서비스도 완벽히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직접 발전단지를 운영해 품질을 검증하고 증명해 보인뒤 영업에 나서겠다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GU㈜는 강원도 고성군 해안에 자사 터빈으로 구성된 실증 발전단지를 구축키로 하고 약 200kW 규모의 발전사업허가를 냈다. 하지만 지역주민 반대로 건설이 미뤄지자 강원도 제안을 받아들여 이미 풍력단지가 조성된 영월군 북면 접산 일대에 각각 5kW, 15kW, 20kW 실증용 터빈을 설치했다.

이 사장은 "소형 수직형 풍력의 경우 효율은 낮지만 소음이 없고 설치장소 제약이 없어 도심을 비롯해 전력계통이 들어가지 않는 해외 오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시장전망은 밝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안성시 일죽면 방초리에 설치된 하이브리드 인공습지.(울타리 안쪽)

사실 GU㈜는 본업이랄 수 있는 환경사업 부문에서는 폐수처리부터 하이브리도 인공습지 기술까지 자체 노하우를 확보한 기술형 벤처기업이다. 하이브리드 인공습지는 다양한 형태의 인공습지를 결합해 하천수중의 유기물 및 영양염류를 제거하는 자연형 하천정화 기술이다.

기존 오폐수 및 하수처리 설비와 달리 약품이나 동력장치가 필요없고 모듈형 담체 및 황토담체를 적용해 기존 인공습지보다 적은면적에서도 안정적인 처리효율을 나타낸다. GU㈜는 지난해 이 기술로 오염하천정화분야의 녹색기술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

▲ 초소수력발전 시스템의 수자원공사 성능검증 장면.

10kW급 이하의 튜코(Turgo)타입 초소수력 발전기도 GU㈜의 숨겨진 기대주다. 이 시스템은 보(湺)나 별도의 저류시설이 필요한 일반 소수력과 달리 계곡이나 용수로 등 낙차가 크지 않은 곳에도 공간제약 없이 설치할 수 있다.

 GU㈜는 이 발전기의 핵심기술인 튜코컵과 터빈, 노즐 등을 국내여건에 맞게 자체 개발했다.  5kW급 모델은 지난해 11월 수자원공사에서 성능검증을 마쳤다. 애초 소수력 발전기는 하수처리 후 흘려버리는 물에서 에너지를 얻어보자는 이 사장의 생각으로 개발이 추진됐다.

이 사장은 "계곡이나 저수지 등 낙차 및 일정 수위가 있는 지형과 하수처리장 방류조, 광산·폐광산에서 쏟아지는 갱내수에 설치하면 기존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녹색기술"이라며 "우리 하이브리드 인공습지에도 소형풍력과 소수력을 모두 적용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GU㈜의 화성본사 사무실 정중앙에는 "모으고 키워서 베풀자"란 사훈이 걸려있다. "돈이란 건 10억원만 넘어가도 자기 것이 아닙니다. 욕심낼 거 없지라예. 사업을 할라면 우선 같이 뛰는 사람을 배부르게 케야하고, 그 담엔 나누고…." 사훈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별뜻 아니란 표정으로 이 사장이 건넨 답변이다.

<안성·화성=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영월군 접산에 설치된 실증용 풍력터빈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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