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개발 분야 프리미어리그 진출
공격적 기업 인수로 자급률 3배 늘어

[이투뉴스] 국내 자원개발 공기업 중 가장 '핫'한 기업을 꼽으라면 한국석유공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석유공사는 몇년새 해외 기업들과 대형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에너지자원 자주개발률 향상을 이끌고 있다.

석유공사는 GS에너지와 한국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아랍에미리트(UAE) 유전 개발에 나선다. 이와 관련 최근 아부다비에서 UAE 국영석유사인 아부다비 석유공사(ADNOC)와 미개발 유전 3곳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은 본계약 따라 ADNOC가 소유한 육상광구 2곳과 해상광구 1곳의 조광권 지분 40%를 보유하고 유전을 공동 운영하게 된다.

계약이 체결된 3개 유전은 부존량이 이미 확인된 개발을 앞둔 유전이어서 이르면 2014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약 20년간 하루 최대 4만3000배럴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중 컨소시엄 지분에 해당하는 1만7000배럴은 우리나라 자주개발물량을 작년 46만5000배럴 대비 3.7% 늘리고 자주개발률을 0.5%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다.

지식경제부는 "2개의 육상 광구 사이에는 매장량 30억 배럴 이상의 대형 유전이 존재해 유전 추가 발견이 기대된다"며 "셰일오일 개발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계약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영국,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만 진출한 유전개발 분야의 프리미어리그로 불리는 국가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는 양국간의 정상급 외교가 가장 큰 바탕이된 결과로 분석되지만 석유공사가 몇년새 꾸준히 몸집을 키워온 대형화도 계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석유공사의 몸집 키우기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석유공사는 얼마 후 미국 사모투자펀드(PEF)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리버스톤홀딩스, 석유기업 렌브라바트니크가 소유한 에너지기업 엘파소의 석유개발·생산 부문 경영권을 엑세스인더스트리와 함께 71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엘파소는 시가총액 228억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48억6000만달러, 영업이익 11억32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2010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1억3936만배럴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석유공사는 앞서 영국 자회사 다나 페트롤륨을 통해 미국 헤스가 북해 해상에 보유하고 있는 비턴 유전 지분 28.3%를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다나는 이번 지분매입을 통해 일일 5500배럴의 생산량을 추가 확보하게 됐으며 이미 보유하고 있던 비턴 유전 지분 4.7%를 합해 총 33%의 지분을 갖게 됐다.

석유공사의 이 같은 대형화 움직임은 2009년 이후 계속돼 왔다.

중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등 엄청난 자금과 노하우 등을 앞세운 해외 메이저 석유기업 및 국영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몸집이 커져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풍부한 자금을 활용해 유전 지분 매각을 꺼리는 자원부국을 대상으로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로 자원에 대한 장기 구매원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방법으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770억달러의 자금을 해당국가에 장기 저리로 제공해 12건의 계약을 체결하는 수완을 보였다.

일본은 2010년 에너지 기본계획을 개정해 2030년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40% 이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적극적인 자원확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공기업과 민간기업 합병으로 탄생한 인펙스를 일일 생산규모 70만배럴의 지역 메이저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집중 지원하고 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는 산유국으로 자국 석유개발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기술,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근 해외자원개발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전략적 제휴를 계획하고 있고, 인도국영석유공사(ONGC) 등의 해외자산 인수를 위해 2010년부터 향후 10년간 300억달러를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투자위험이 큰 개도국에 전략적으로 진출해 자원을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국영석유공사(Petronas)는 짧은 자원개발 역사에도 2010년 기준 일일 생산량 180만배럴로 쉘(Shell)과 같은 글로벌 메이저 회사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결국 우리도 이런 경쟁국들과의 싸움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장점이 필요했고, 대형화가 그 해답이었다.

석유공사는 대형화를 위해 페루 페트토렉와 캐나다 하베스트, 카자흐스탄 숨베, 영국 다나 등 해외 자원탐사·개발 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다.

하베스트와 다나의 경우 그동안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말그대로 대형사업으로 하베스트 일일 5만1000 배럴, 다나는 일일 4만9000배럴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우리나라는 2007년까지 일일 12만 배럴의 생산량을 갖춘 것에 비하면 두 회사의 인수만으로 불과 3년 사이에 일일 10만 배럴 생산량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대형화 노력 덕분에 석유공사의 지난해말 기준 석유 매장량은 약 13억2000만배럴, 생산량은 약 21만9000배럴로 증가했다. 지난 2008년 매장량과 생산량이 각각 5억5000만배럴, 5만7000배럴인 것에 비하면 4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석유·가스 자주개발률도 2010년 10.8%를 기록해 최초로 두 자리 대에 진입했다. 이는 2007년 4.2%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3년새 3배가 증가한 수치다.

석유공사의 대형화는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말까지 일일 생산량 30만배럴, 확보 매장량 20억배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주개발률은 20%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자주개발률 20%는 전략적 완충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인 만큼 유사시 우리의 비상대응 능력이 갖춰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수치다.

이를 위해 올해까지 대형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수기업과 기준 보유 자산의 생산성을 높이고 철저한 경제성 평가를 통해 유망 자산을 신규로 인수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석유기업으로서 자립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탐사역량 강화, 기술력 제고, 부채 관리, 인력확보 등 내실 강화에도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석유공사는 대형화는 올해 마무리 짓지만 장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석유·가스 자주개발률 35%이상, 자산 목표는 30조원의 세계 50위권의 대형 석유개발회사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겠지만 단기적이고 부정적인 시각에 집착해 일희일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전 세계가 자원확보를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인 만큼 한순간도 걸음을 멈출 수 없다는 의지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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