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실증시설 '스텔라-1'
잔열제거계통·열교환기 등 주요설비 실증

▲ 연구원들이 스텔라-1의 주요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투뉴스] 원자력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 매장량이 60년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을 마냥 늘리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만이 대안'이라는 주장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은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에 대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꿈의 원자로'로 불리는 제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보다 우라늄 연료 활용도를 100배 이상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속중성자에 의한 핵분열 반응을 통해 소모한 핵연료보다 더 많은 핵연료를 만들어낸다는 게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6년까지 중형 소듐냉각고속로 칼리머(KALIMER)-600 개념설계를 완성했다. 건설경험은 아직 없지만 국내 고속로 설계능력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 성능을 실증하기 위한 종합효과시험시설(ITL) 1단계 설비가 최근 준공돼 관심이 집중됐다. 정확한 명칭은 소듐 열유체 종합효과시험시설을 의미하는 '스텔라(STELLA)-1으로, 원형로 잔열제거계통 관련 성능검증을 위해 제작됐다.

스텔라-1은 그간 설계 중심의 소듐냉각고속로 기술개발 능력을 하드웨어적 검증단계로 발전시킴으로써 국제 기술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론 기대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원전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타입의 원자로 건설에 밑거름이 될 소듐냉각고속로 연구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원형로 건설에 앞서 핵심연구를 수행하게 될 스텔라-1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찾았다.

◆SFR 핵심계통 축소 제작…각종 현상 모의 가능

 

▲ 원자력연구원 소듐기술실험실동에 설치된 스텔라-1 전경

스텔라-1은 원자력연구원 내 소듐기술실험실동에 자리잡고 있다. 봄을 맞는 길목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세찬 비와 강풍을 헤치며 연구원 정문에서 10여분 더 걸어서야 실험실동에 다다를 수 있었다.

연구인력이 북적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실험실동에 들어서니 몇몇 연구원만이 오가며 설비를 둘러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설비의 정상 가동 여부를 테스트하는 시운전 기간으로, 본격적인 연구는 올 하반기에 착수한다는 인솔자의 설명이 뒤따랐다.

실험실동에 들어서니 가로 24m, 폭 8m, 높이 22m(지하 2층~지상 4층) 크기의 스텔라-1이 눈에 들어왔다. 소듐냉각고속로 원자로계통과 핵심 안전계통인 잔열제거계통 열용량을 9분의1로 축소 제작해 실제 원자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현상을 약 600℃의 온도와 압력으로 모의할 수 있는 종합시험설비다.

스텔라-1은 잔열제거계통의 주요 열교환기기 성능 검증, 1차계통 기계식 펌프의 열유체 성능 시험 등 개별효과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시험시설로, 사업비 145억원을 들여 2009년 설계를 시작해 3년만에 완공됐다.

실제 핵연료 대신 전기가열봉을 이용해 소듐냉각고속로 내부와 같은 조건을 구현,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 없이 각종 현상을 정밀하게 모의할 수 있다. 1단계 실증이 끝나면 2016년 완공되는 스텔라-2를 통해 잔열제거성능 종합효과시험을 수행하게 된다.

잔열제거계통은 지진에 대비한 면진계통과 함께 소듐냉각고속로가 지닌 주요 안전장치 가운데 하나다. 정전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노심으로부터 발생하는 잔열을 동력원 없이도 대기 중으로 방출할 수 있다.

'노심→원자로 풀→잔열제거계통→대기'로 이어지는 비상 열 제거 경로를 통해 자연적으로 잔열을 공기 중으로 제거함으로써 소듐냉각고속로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잔열제거계통의 실험적 검증을 위해 구축된 것이 스텔라-1이다.

 

▲ 연구원들이 스텔라-1 내부 상황실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스텔라-1, 잔열제거계통 열교환기 성능검증 핵심

스텔라-1은 소듐-소듐 열교환기(DHX), 소듐-공기 열교환기(AHX), 기계식 펌프, 루프히터, 콜드트랩, 전자기 펌프, 소듐저장탱크 등의 주요기기로 구성된다. DHX와 AHX의 설계용량은 각각 1MW이며 열교환기를 통과하는 소듐 냉각재의 최대유량은 초당 10kg이다. 

주요 핵심 연구과제는 DHX와 AHX로 구성된 열교환기 성능 검증이다. DHX 성능실험은 고온 루프와 저온 루프 운전을 통해 DHX 전열관의 열교환 성능을 확인하게 된다.

또 루프 가열기를 이용해 고온의 소듐을 AHX 전열관으로 공급하고 이로 인해 뜨거워진 AHX 소듐 전열관을 외부 공기로 냉각함으로써 전열관을 통한 열 제거 성능을 실증하는 것이 AHX 성능실험이다.

이 과정에서 DHX와 AHX를 연결하는 소듐배관에서 소듐 유동 특성평가를 위해서는 배관에 설치된 전자기 펌프를 거치지 않는 유로를 통해 자연순환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이용범 원자력연구원 고속로실증연구부장은 "피동형 잔열제거계통은 정전과 같은 사고시 노심에서 발생하는 잔열을 동력원 없이 순수한 자연법칙만으로 제거해 노심을 안전한 상태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스텔라-1은 이러한 잔열제거계통의 실험적 검증을 위해 구축됐으며 올 가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해 데이터 수집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스텔라-1은 2020년 원형로 인허가 획득을 위한 핵심연구시설로 혁신적인 잔열제거계통 성능검증을 통해 인허가 요건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실증결과를 내놓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사용후핵연료 해결사 '주목'
우라늄 자원 활용 극대화 기대

원전의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는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다. 지금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어려워 원전 부지 내 수조에 임시저장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당장 2016년부터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장시설 확충 등 여러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사용후핵연료의 획기적인 처리방안으로 꼽히는 것이 소듐냉각고속로다. 사용후핵연료 처분량을 줄이고 폐기물 독성을 완화할 뿐 아니라 우라늄 자원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소듐냉각고속로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 방사성물질을 소듐냉각고속로 노심에서 연소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라늄-235만을 연료로 사용하는 경수로에 비해 우라늄-238까지도 연료로 활용할 수 있어 자원 이용률을 100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소듐냉각고속로가 기존 경수로와 또 다른 점은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물을 냉각재와 감속재로 사용하는 경수로와 달리 감속기능이 없는 액체소듐(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한다. 소듐은 열전달 능력이 우수하고 원자로 1차계통을 경수로와 같이 가압하지 않고도 대기압에서 운전할 수 있다.

다만 소듐은 물과 반응하면 급속한 화학반응을 일으켜 발열량이 높고 수소를 발생시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온의 소듐이 산소와 반응할 경우 화재를 일으키는 등 위험성도 동시에 지닌다.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면진설비와 피동형 잔열제거계통(PDRC) 등 각종 안전시스템에 대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