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통해 매년 동반성장…해외시장서 새로운 도약 예고

[이투뉴스] 국내 정유시장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4대 정유사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전략에 따라 국내 정유시장의 색깔도 변한다.

이들 정유사는 때론 동반자로 때론 경쟁자로 국내 정유시장의 성장을 주도한다. 이들은 지난해 약 164조원이 넘는 매출을 합작했다. 

정유사별로는 SK이노베이션 약 68조원, GS칼텍스 약 48조원, 에쓰오일 약 31조원, 현대오일뱅크 약 17조원의 실적을 거뒀다.

작년 전체 매출은 2010년 정유사들이 약 111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약 50%가량 증가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정유사들이 이처럼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금액의 증가때문이지만 정유사간 경쟁이 실적 향상을 가져온 실질적인 이유로 보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고도화 시설 신·증설에 따른 정제마진 증가를 상승의 한 요인으로 분석했고, 윤활유·석유화학·석유개발 등 비정유 부문의 성장도 주요 요인으로 평가했다.

이들 모두 다른 정유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설 투자와 신규 사업에 거금을 선뜻 투자하는 등 체질변화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제2고도화설비를 준공했고, GS칼텍스는 고도화설비를 준공 및 네 번째 고도화설비를 기공했다.

에쓰오일은 작년 파라자일렌 생산공장을 준공했고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를 SK에너지·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 등으로 독립시켜 맡은 분야에 집중하게 했다.

정유사들의 경쟁과 동반성장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사에 맞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이투뉴스>에서 4대 정유사의 서로 다른 미래 전략을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 '글로벌'
국내 정유시장에서 맏형격인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사업전략은 '글로벌'로 정의 내릴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SK이노베이션은 계열사를 통해 세계 곳곳의 투자처를 찾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만 머물러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비전인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달성하기 위해 꾸준한 해외 진출과 자원개발(E&P)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루브리컨츠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현지 생산시설과 판매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 윤활유 업체인 사 페트로롤리엄(Sah Petroleum Limited) 지분 87%를 매입할 계획이다.

SK루브리컨츠는 앞서 지난해 스폐인 에너지기업 렙솔(Repsol)과 스페인 남동부해안에 윤활기유 공장을 건설키로 한 바 있다.

SK에너지도 베트남 중 꽛 정유공장(Dung Quat refinery)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는 북미 자원개발(E&P) 업체를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지난해 해외 석유개발을 통해 매출액 1조원 성과를 거두며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어 해외진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은 해외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국제 무대에 더 적극 진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계획을 기반으로 올해 매출 목표를 78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작년 68조보다 약 14% 정도 향상된 수치다. 

◆GS칼텍스 '도전'
GS칼텍스의 올 한해는 '도전'으로 말할 수 있다. 국내 시장 1위 탈환과 글로벌 기업 도약 등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GS칼텍스는 국내 시장에서 매출과 점유율 면에서 SK이노베이션에 다소 뒤쳐져 있다. 지난해 한 때 SK이노베이션을 따돌리기도 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지난해 약 48조나 되는 매출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내수시장 확대와 함께 신규 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미개발 3개 광구 개발과 관련 본계약을 체결했다. GS칼텍스는 인도네시아의 2개 해상 탐사광구에 대한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원유확보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UAE와 본계약 체결 당시 "40년 석유·에너지 사업에 종사한 이래 가장 기쁜 날"이라고 표현했다.

GS칼텍스는 윤활유 및 윤활기유 분야에서도 급성장을 노리고 있다. 이미 전체 생산물량 중 70%를 중국, 인도, 태국 등 13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중국법인과 모스크바 지사 설립 등을 통해 사업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JX NOE, 쇼와셀, 타이요 오일 등 일본 기업들과의 협업도 진행해 음극재 사업 및 파라자일렌 증설 사업에도 힘을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205억5900만달러를 수출한 공로로 '200억불 수출의 탑'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GS칼텍스는 하지만 제3중질유분해시설이 완공되는 2013년에는 270억달러 수출액을 달성하는 등 더욱 힘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 '재도약'
현대오일뱅크는 '재도약'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최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대주주가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서 현대중공업으로 바뀌면서 과거 느슨했던 경영의 고삐가 바짝 당겨졌다.

현대중공업 계열 편입 후 생산설비 확충, 기업문화 개선, 고도화율 개선, 회사채 신용등급 상향 등이 이어지면서 직원들의 자신감과 소비자 인지도도 크게 올랐다는 평가다.

재도약을 노리는 현대오일뱅크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다른 정유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현대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매출액(약 18조원)은 전년(약 13조원)보다 약 40% 이상 늘었고 올해도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 네트워크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에서 그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상하이와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 본격 진출채비를 마쳤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5년에는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에 추가로 지사를 설립하고 오는 2020년까지 해외 지사를 10여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착해 BTX 생산공장을 대규모로 짓기로 하는 등 신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고 미뤄왔던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8월중 상장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올 하반기 기업공개 시장의 대어급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쓰오일 '상생'
에쓰오일은 그동안 생존이 가장 큰 목표였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을 큰 화두로 삼고 있다. 에쓰오일은 사실 지난해까지도 앞만보고 달려왔다.

국내 정유업계 후발주자인 에쓰오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급증하는 실적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전년보다 55% 이상 급증한 약 31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번에도 수출이 효자노릇을 했다. 수출이 전체 판매물량 중 61%나 차지했다.

에쓰오일은 해외시장을 전략적 목표로 삼고 설비투자를 강화해 고품질의 석유제품을 수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주력했다. 수출에서 생존전략을 찾은 것이다.

에쓰오일이 워낙 앞만보고 달리자 비판의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의 시민영웅 시상, 사회복지모금 기탁, 울산 태화루 복원비 기부, 마포구 공덕동 본사서 문화행사 개최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최근 나세르 알 마하셔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알 마하셔 대표는 일본 사우디페트롤륨(SPL) 사장을 역임해 동아시아 지역의 마케팅 활동과 판매 네트워크 구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안정적이고 우수한 품질과 오랜 기간 국내외 시장에서 쌓은 탄탄한 고객 기반 및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향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