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이후 50개 장단기 개선대책 추진
원전운영 개선 종합대책 발표…안전성 대폭 강화

▲ 신고리원전 1,2호기 전경

[이투뉴스]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1년여가 지났지만 국내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정부는 원전 안전성을 강조하며 각종 개선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원전 반대 여론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리원전 1호기 전력공급 중단사고 등 원전 사고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는 상황. 국내 원전 안전을 위한 당국의 대책은 무엇이며 현재 어떤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지진·해일도 견딜 견고한 방어선 구축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은 지금 2.1km 길이의 해안방벽 증축공사가 한창이다. 이 공사를 통해 고리 1호기는 7.5m에서 10m로, 고리 2호기는 9.5m에서 10m로 방벽이 보강된다.

지반가속도 기준 0.18g 이상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지진 자동정지 설비도 내년 3월까지 모든 원전에 도입된다. 이미 고리 1·4호기, 영광 1·2호기, 월성 2·4호기, 울진 2·4·5호기 등 9개 호기에 설치가 완료된 상태다.

이처럼 원전 당국은 후쿠시마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지진과 해일 등 재해로 인한 전력 공급 차단으로 원전이 멈추고 비상시스템마저 정상작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벌인 원전 안전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지진 발생→대형 해일→전력 상실→대형 원전 사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56개 장단기 개선대책을 도출했다.

여기에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이 제시한 대부분의 안전 설계 사항이 포함됐으며, 당국은 2015년까지 1조1000억원을 들여 안전 개선대책을 완료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사고 규모가 커진 것은 쓰나미로 인해 전력계통이 침수되면서 냉각시스템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원전 침수에 대비해 비상발전기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든 원전의 비상전력계통에 방수문과 방수형 배수펌프가 설치된다.

또 침수피해에 따른 정전사고로 냉각계통 펌프 및 열교환기 기능이 마비될 경우에 대비해 이동형 발전차량을 확보하는 한편 소방차를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옥외 설치된 냉각수 및 화학물질 탱크에도 방호벽이 갖춰진다.

원전 전원이 완전히 끊겨 모든 냉각기능이 상실돼 핵연료가 녹아 내리는 최악의 경우 수소 발생으로 인한 폭발사고를 막기 위해 전원 없이도 작동되는 피동형 수소제거 설비(PAR)가 설치된다.

고리 1호기, 신고리 1·2호기, 월성 1호기, 신월성 1·2호기에 이미 설치가 완료됐으며 내년 말까지 모든 원전에 도입될 예정이다.

중대사고로 인한 격납건물 내 과도한 압력상승 예방을 위한 여과배기와 감압설비도 구축되며, 원자로 냉각기능이 오랜 시간 고장날 경우 외부에서 비상냉각수를 투입할 수 있도록 1,2차측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유로도 설치된다.

▲ 고리원자력본부는 현재 해안방벽 증축공사가 한창이다.

◆오는 7월까지 원전 특별점검…노후 설비 교체도 추진

최근에는 지난 2월 발생한 고리 1호기 전원 공급 중단사고 등에 따른 대책도 마련됐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13일 ▶원전설비 건전성 강화 ▶투명성 제고와 소통 강화 ▶한수원 조직문화 쇄신과 역량강화 ▶협력업체 역량 제고 등 4대 분야, 15개 추진과제로 구성된 '원전운영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까지 비상 디젤발전기를 포함한 원전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특히 20년 이상된 원전 9기에 대해서는 문제 발생이 우려되는 설비를 선별해 교체를 추진하기로 했다.

원전 운영에 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시민단체 원전 전문가를 포함하고, 감시 기능도 환경안전성 모니터링 위주에서 원전 운영 전반으로 확대된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원자력발전 설비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면서 "한수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의 역량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추가 도입될 원전 안전 대책은

앞으로 도입되는 신형 원전에도 더욱 업그레이드된 안전 기술이 반영된다. 3세대 원전 기술 추세에 맞춰 한국이 독자 개발한 신형 경수로 'APR1400'은 사고 저항성과 안전설비 신뢰도를 크게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고리 3·4호기에 적용되는 APR1400은 암반부지에 설치하는 것을 조건으로 0.2g의 내진설계 기준을 적용한 기존 원전과 달리 비암반 부지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0.3g으로 상향 설계했다.

또 방사선 방출을 최소화하고 수소에 대한 방어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사고 발생시 원자로가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설계개념을 채택했다.

개발 추진 중인 3.5세대 신형원자로 'APR+'에는 펌프 없이 원자로 열을 식힐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되며, 2028년 원형로 건설을 목표로 개발 중인 4세대 원자로 '소듐냉각고속로'에는 면진베어링시스템과 피동형 잔열제거 시스템 등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안전설비가 도입될 예정이다.

잔열제거계통은 지진에 대비한 면진계통과 함께 소듐냉각고속로가 지닌 주요 안전장치 가운데 하나다. 정전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노심으로부터 발생하는 잔열을 동력원 없이도 대기 중으로 방출할 수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후쿠시마 사고 직후 정부와 함께 50개 장단기 개선대책을 추진 중"이라며 "2020년까지 원전 R&D에 6조원을 투입하는 등 안전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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