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100MW 오창 현대아반시스 양산 임박
CIGS 박막 태양전지 성장성 가늠자 될 듯

▲ 충북 청원군 오창읍 현대아반시스 cigs 박막 태양전지 생산공장 전경.

[이투뉴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보안요원들이 공장 정문에서 차량을 멈춰 세웠다. 낯선 외부인의 방문을 경계하는 눈치다. 한동안 출입허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통화가 오갔다. 곧이어 차량을 막아선 바리케이드가 열렸다. "감사합니다. 이제 들어가셔도 됩니다."

지난 3일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 내 현대아반시스 CIGS(구리인듐갈륨셀레늄) 박막 태양전지 생산공장. 오는 10월 시제품 생산을 앞두고 장비 반입과 설치가 한창인 이곳은 입구부터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상업생산을 위한 CIGS 생산공장이 국내에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어떤 설비가 투입되는지, 공장배치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자체가 보안사항이다. 이 공장 내부를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내부 사진촬영도 불허했다. 현대아반시스는 현대중공업과 세계 최대 유리업체인 프랑스 생고방사(社)가 각각 1100억원씩 2200억원을 투자해 만든 합작법인이다.

"여기가 생산라인입니다. 우린 이 분야 1위 일본 솔라프론티어(Solar Frontier)와 맞붙어 볼 생각입니다.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프로젝트 PM인 김형식 현대중공업 상무가 생산라인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열어 젖히며 말했다. 갓 설치된 자동화기기 특유의 금속성 냄새가 훅 끼쳐왔다.

▲ cigs 태양전지 생산라인 일부 (제공-현대아반시스)

공장 면적은 3만6000여㎡(약 1만1000평), 생산능력은 연산 100MW다. 일부 설비는 아직 비닐이 벗겨지지 않은 채 시운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처음 속살을 처음 드러낸 CIGS 생산라인은 직렬화, 내부화된 기존 결정질 생산라인과 달리 각 공정이 공장 중앙부 클린룸을 중심으로 병렬 배치된 점이 특징이다.

기존 라인이 A공정을 거쳐 B, C공정으로 순차 연결되는 식이라면, 이 공장은 A공정을 거쳐 다시 몸통에 해당하는 중앙부에 머물다 B공정으로, 거기서 다시 중앙부로 돌아와 C공정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일련의 과정은 중앙제어실을 통해 가장 수율을 높은 상태로 전자동 운전된다.

솔라프론티어사가 공정별로 일을 묶어 처리하는 배치타입(batch type)인 반면 현대아반시스는 연속적으로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인라인타입(in-line type)이다. 생산성 측면에서 한수위라는 설명이다.

정승조 현대아반시스 대표이사 부사장은 "박막전지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앞서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강점이 많은 산업"이라면서 "이번 공장 건립도 일부 장비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등 경쟁사보다 설비투자비를 크게 낮췄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추후 증설에 나설 경우 아반시스 독일 공장의 절반 수준으로도 가능하다. 통상 CIGS는 결정질 대비 2~3배의 초기투자비가 소요된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다. 현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이 공장을 400MW로 키운다는 계획 아래 이미 21만1500㎡(약 6만7000평)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다.

▲ 현대아반시스 cigs 박막 태양전지 생산라인. 사진촬영이 제한돼 현대아반시스 측이 일부 라인만 촬영해 제공했다.
관건은 박막 태양전지에 속하는 CIGS 태양전지의 경쟁력 확보다. CIGS의 경우 효율 측면에선 결정질보다 낮고 카드뮴텔루라이드(CdTe)보다는 높다. 현대아반시스의 양산효율은 12.3% 수준. 가격 측면에서도 최근 결정질은 급락했으나 인하여력이 제한적인 박막은 판세가 다소 불리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CIGS는 공급자측면에선 초기투자비가 높은 반면 결정질 대비 원재료 사용량은 적고, 사용자 측면에서는 설치면적은 다소 증가하지만 EPBT(Energy Pay Back Time. 제조시 투입되는 에너지를 발전으로 회수하는 시간)가 짧다"면서 "이는 CIGS특징으로 태양광이 안 좋거나 일부 그늘이 져도 지속적인 전력생산이 가능하며 열계수가 낮아 사막에서는 결정질보다 월등히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특히 합작사인 생고방이 유리가격을 전향적으로 공급키로 했기 때문에 결정질과 경쟁해도 경쟁력이 있다. 여기에 미관도 수려해 지붕형이나 BIPV용으로 사용이 확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CIGS는 박막전지 중 가장 높은 효율을 갖고 있고 우주선에서 사용될만큼 성능이 안정적이라 시장수요가 아몰퍼스 실리콘(a-Si)에서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20년 이상 제품을 보증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산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산업은 규모와 가격 측면에서 중국에 밀린다는 분석이다. 기술과 자본의 장벽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CIGS 박막 태양전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앞서 삼성SDI는 삼성전자로부터 넘겨받은 정부 R&D과제를 수행하면서 CIGS 양산화 시기를 엿보고 있다. LG도 LG이노텍을 통해 CIGS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결정질로는 더 이상 선두그룹과 경쟁이 어렵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제조방식으로는 삼성SDI가 현대아반시스와 같은 스퍼터링(Sputtering) 기술을, LG이노텍이 코에바포레이션(CO-evaporation)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보다 수년 앞서 이번에 상업생산에 나서는 현대중공업의 도전이 향후 시장에서 CIGS 태양전지의 잠재력과 시장성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지는 이유다.

공정별 특성을 설명하던 박정우 현대아반시스 엔지니어링 부문 이사는 "최근 일부 중국 태양광기업마저 무너지면서 시장에서 마치 태양광이 대안이 아닌 듯한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태양광이 답이라는 확신과 중국을 2~3년 앞서 따돌릴 수 있는 기술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창=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인터뷰] 김형식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사업본부 상무
"시장 독식의 주인공, 우리가 될 것"
 

▲ 김형식 현대중공업 상무

"당장은 어렵다 해도 태양광 시장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현대중공업이 국내 CIGS의 선구자로 나섰는데, 이처럼 몇 년 앞서면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향후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김형식 현대중공업 상무는 이번 CIGS 공장 프로젝트의 총괄매니저다. 그룹 자동화 연구실 출신인 그는 미국 연구법인 최고재정책임자(CFO) 등을 거쳐 2009년 귀국과 동시에 이 사업의 기획 업무를 맡았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이후에는 아반시스와 3개월 실랑이를 벌여 계획에 없던 국산화 장비를 투입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이번 CIGS 투자가 여러 측면에서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고 단언했다. "이미 확보한 결정질 라인과 함께 잠재력 높은 CIGS 박막전지에 투자함으로써 '600MW 대 100MW'라는 영업적 포토폴리오를 완성하고 시장선점의 계기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상무는 "대기업은 태양광 등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가 지속적으로 이 사업에 투자하는 것과 환경오염 이슈가 있는 CdTe 대신 CIGS를 선택한 것도 그런 사명감이 바탕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박막 태양전지 시장은 밝게 전망했다. 향후 전체 태양전지 시장의 30% 가량을 박막이 점유해 나가는 가운데 그 시장의 절반 이상을 CIGS가 차지할 것으로 봤다. 김 상무는 "효율과 환경 친화성을 놓고 볼 때 CIGS는 시장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태양전지"라고 주지했다.

'현대중공업이 업황이 좋지 않아 태양광을 접을 것이란 소문이 있다'는 말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 상무는 "태양은 뜬다. 우린 불굴의 정신과 확고한 신념으로 계속 갈 것"이라며 "결국 살아 남는자가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고, 그 주인공은 바로 현대중공업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CIGS 박막 태양전지는…

이른바 2세대 박막전지군에 속한다. 극소량의 폴리실리콘을 사용하는 아몰퍼스 박막(a-Si)과 달리 구리 (Cu), 인듐(In), 갈륨(Ga), 셀레늄(Se) 등의 화합물을 유리 위에 증착(蒸着)해 만든다.

이른바 2세대 박막전지군에 속한다. 극소량의 폴리실리콘을 사용하는 아몰퍼스 박막(a-Si)과 달리 구리 (Cu), 인듐(In), 갈륨(Ga), 셀레늄(Se) 등의 화합물을 유리 위에 증착(蒸着)해 만든다.

a-Si나 CdTe보다 효율이 높고 카드뮴 같은 환경 유해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주력 박막전지 제품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용화 효율은 12% 안팎이며, 실험실 수준의 최고효율은 20.3%다.

고온이나 그늘에서도 발전효율이 균일해 지붕형이나 건물일체형(BIPV)으로도 선호되고 있다.

▶ 현대아반시스 CIGS 태양전지 모듈. 출력은 130W이며 광전환효율은 12.3%다. 무게 16Kg이며 설치가 용이하도록 백레일(Back-rail)이 부착돼 있다. 크기는 가로 1587mm, 세로 664m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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