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재배는 줄고 망고 등 열대작물 재배 늘어

 

▲ 한반도 미래 기온전망-2011~2040(왼쪽), 2071~2100(오른쪽)

[이투뉴스] 한반도가 변하고 있다. 해마다 따뜻해지던 날씨는 지금의 경제를 반영하듯이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북극의 찬공기를 한반도까지 내려오게 해 겨울은 춥고 여름은 무더운 날씨를 만들었다.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성 기후로 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30년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과거 30년 대비 0.2도 상승했으며 강수량은 3.4% 증가했다.

수치만이 아니다. 이제는 한반도 기후변화가 생활 속에서도 그 힘을 드러내고 있다.

▶ 꽃 없는 꽃축제…지자체 몸살

지난달 24일 '광양 국제매화문화축제'는 폐막을 하루 앞두고도 청매실 농원 일대에 꽃이 거의 피지 않았다.

다른 꽃 축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달 31일 개막한 진해군항제는 축제 시작 이틀 후에야 꽃망울이 터져 개막식날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앙상한 나무와 사진을 찍고 돌아가야 했다.
 
이같은 현상은 이른바 '지구온난화의 역설'로 불린다. 북극권에 갇혀 있어야 할 찬 공기가 풀리면서 남하해 올해 2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2.1도 낮았으며 3월도 0.2도 낮아진 것.

꽃 없는 꽃 축제는 최근 몇년간 반복되고 있다. 지자체 역시 개화시기를 맞추기 어려워 축제 기간 설정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진해시 관계자는 "예산 집행, 추진위 구성, 홍보물 제작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보통 4~5개월전 축제 날짜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 상 매년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꽃이 피기를 바라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 사과를 수입해서 먹는 시대가 열린다

대구 부사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사과, 감귤의 주요 재배지는 충북을 거쳐 강원도 남부 지역으로 진출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6년 4만3650헥타르에 이르던 사과 재배면적은 2007년 2만9000헥타르로 줄었다. 이제 경남도와 전남도에서 사과 과수원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반면 아열대성 작물인 감귤은 제주에서 남해안으로 재배지가 넓혀지고 있다.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은 최근 전남과 경남 등 남해안에서도 재배가 가능해졌다. 포도와 복숭아 역시 주산지가 경북에서 강원으로 북상 중이다. 추운 곳에선 작농이 불가능하던 쌀·보리도 강원도에서 생산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평균기온이 2도씨 오르면 감귤은 전북, 경북까지도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 밝혔다.

▶ 따뜻해지는 한반도 이대로 괜찮을까?

문제는 이같은 기후변화가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다는 데 있다. 특히 1차 산업의 경우 그 피해가 심각하다.

현재 한반도는 온도상승으로 인해 작물의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원예작물의 생산과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수산물의 산지 지도가 바뀌고 있는 것을 비롯해 쌀 품질 저하 및 수량 감소, 과실 착색불량, 당도저하, 새로운 병해충 잡초 증가 등 피해는 날로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월동해충 및 새로운 고온성 병해충의 확산이 우려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조기에 방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미비한 상황이라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어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2001년부터 생산량이 1000톤 이하로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연근해에서 자취를 감췄다.

기후변화는 2차 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날씨에 민감한 의류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올 봄의 경우 이상기온으로 최저기온이 0~3도까지 떨어지며 제품 재고 증가와 봄 상품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FnC코오롱 관계자는 "예전에는 계절별로 여름 상품과 겨울 상품, 간절기 제품 수요를 예측해 생산량과 판매 물량을 조정했지만 최근에는 1~2주를 단위로 상황에 맞춰 제품을 내놓는 등 탄력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체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봄·가을 상품 판매량은 예전에 비해 20~30% 정도 줄었다.

▶ 온난화는 새로운 기회도 제공한다

한반도 아열대 기후화는 언제냐가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때문에 이제는 농축산가도 기후변화에 발맞춰 품종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던 망고나 구아바, 파파야, 아보카도 등 아열대 과일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또 남부 지역은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이모작도 가능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기온 상승으로 대체작물 선정과 재배 기술이 필요하다"며 "망고, 키위 등 아열대 대체작물 개발은 물론 작물별로 재배 한계선 이동에 따른 지역별 기술 보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온난화로 인해 북극해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항로도 열릴 전망이다.

북극해 항로란 러시아 시베리아연안을 따라 베링해에서 노르웨이의 북대서양으로 연결되는 북동항로와 베링해에서 캐나다의 북극해연안 여러 군도 사이를 거쳐 그린란드 서쪽으로 빠져 북대서양으로 연결되는 두 항로를 말한다.

언제나 얼어있던 이 두 항로는 2008년 여름 동시에 녹으면서 우리나라에는 또 하나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유럽을 가는 항해 거리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가는 남방항로보다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항해일수가 24일에서 14일로 열흘정도 줄어든다.

또한 아덴만에 출몰하는 해적들의 위험도 없어 안전한 항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러시아 서쪽 베렌츠해 연안에 매장돼 있는 많은 양의 석유와 가스 그리고 지하자원의 개발도 시작돼 이들을 개발할 해양플랜트 부문이나 선박들의 수주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세계적인 조선소가 있는 우리나라에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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