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파워·베스타스 등 인수설과 함께 유럽 긴장
중국, 자국 시장 구조조정과 세계 시장 개편 '태풍의 눈'

[이투뉴스] 세계 풍력발전설비 시장에 구조조정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자본능력을 갖춘 제조업체들은 기업인수를 계획하고 있다. 그렇지 못한 중소규모 기업들에게는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나머지 방법은 인수대상이 되는 것이다.

◆ 톱텐 기업들의 인수설로 시작된 전초전

구조조정의 시작은 글로벌 톱10내 기업들에게서 시작됐다. 특히 베스타스(Vestas)라는 이름만으로 충격을 더한다. 이 덴마크 기업은 꾸준히 넘버 원 자리를 유지해온 세계적인 기업이다.

이들은 지난해 매출 톱 자리를 유지했지만, 결국 적자를 기록했다. 중장기 목표를 변경하고, 회계 결과를 공개하자, 주가는 폭락했다.

회사 최고 재무책임자(CFO)와 몇몇 임원들이 사퇴했고, 기업은 근로자 가운데 10분의 1을 퇴출시키며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럽 언론들은 베스타스의 행보를 주목했고, 결국 지난 16일 덴마크 일간지<Jyllands-Posten>은 관련 기업 유력관계자의 발언을 빌려 베스타스의 매각설을 보도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지난 9일 블룸버그 등을 통해 인도 풍력터빈 제조사 수즐론 에너지(Suzlon Energy Ltd)가 독일 자회사 리파워(Repower)를 매각하거나 주식을 대량 판매할 계획임이 알려졌다.

리파워는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풍력터빈 제조업체로 독일 풍력산업의 선도주자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기업의 재무상태가 어려워진 가운데 지난해 10월 수즐론이 리파워를 완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수즐론 역시 꾸준한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쟁이 심화되고 설비단가가 하락하자 재정형편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프랑스 알스톰(Alstom) 등 꾸준히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나타난 가운데 최근 수즐론이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됐다.

◆ 유럽이 떨고 있다…"먹느냐 먹히느냐"

베스타스의 위기와 시장 구조조정의 신호탄과 함께 유럽이 긴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태양광 기업들의 연이은 파산에 이어 에너콘(Enercon), 지멘스 윈드(Seimens Wind) 등의 터빈 제조사들마저 무너진다면 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

독일뿐만 아니라 스페인, 덴마크, 벨기엘 등 유럽 전역에서 풍력 산업의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

이들은 해결책으로 보다 빠른 기업인수와 제휴를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Spiegel)> 역시 지난 12일 풍력산업의 위기를 진단하며 "기업인수와 제휴를 통해 성장을 논의하지 않으면 무너진다"고 전망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만(Oliver Wyman) 역시 최근 연구를 통해 "현재의 공급과잉은 기업인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그렇지 않으면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4년간의 풍력 붐이 불러온 공급과잉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터빈 제조사들은 세계 전역에 27GW용량의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이 기간 동안 시장은 매년 35%씩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 풍력발전 붐에서 공급과잉이 비롯됐다. 현재 수요 전망의 약 40% 초과된 공급능력은 기업들의 경쟁을 심화시켜 급격한 단가하락을 불러오고 있다.

툰시 탄티(Tunsi Tanti) 수즐론 사장은 지난 1월 독일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 도이치란드(Financial Times Deutschland)를 통해 "수많은 제조업체가 등장해 2008년보다 25% 단가가 하락했다"며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돌아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분석기관 블룸버그(Broomberg) 역시 "세계적인 가격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2009년 MW당 121만유로에 거래된 터빈 가격이 지난해 91만유로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긴축재정에 들어간 베스타스의 시장점유율이 12.9%, 리파워 매각설에 휩싸인 수즐론이 7.7%의 시장점유을 기록했다는 덴마크 시장조사기관 BTM의 조사결과는 매출과 흑자의 개연성이 약해졌다는 점을 증명한다.

◆ 경쟁과 시장을 좌우하는 중국

이 같은 경쟁을 주도하는 것도, 풍력 시장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도 중국이다.

 

▲ <출처 btm>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순위를 보면 베스타스가 선두자리를 지킨 가운데 골드윈드(GoldWind), 시노벨(Sinovel), 유나이티드 파워(United Power), 밍양(Mingyang) 등 중국이 가장 많은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는 크고 작은 터빈제조사가 80여개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세계 시장에 진출한 몇몇 기업들이 글로벌 단가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컨설팅 업체들의 주된 분석이다.

산업뿐만 아니라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세계 최대 시장은 유럽이 아니라 아시아다. 유럽은 세계 물량 대비 비중이 24.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6년은 전 세계 물량의 51%를 기록했다.

지난해 설치된 42GW 가운데 아시아에 설치된 물량은 약 22GW. 그러나 실상은 아시아가 기록한 성과라기보다는 중국 시장의 기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 시장은 지난해 17.6GW로 성장했다. 아시아 두 번째인 인도가 3.3GW를 설치했다. 나머지 국가들에 1GW 남짓 분량이 설치됐을 뿐이다.

이 같은 거대 자국시장을 바탕으로 중국은 자국 기업들의 지원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가고 있다. 기업들은 자국 시장을 영양분으로 강하게 성장하고 있고 아울러 강하게 도전하고 있다.

◆ 중국의 적자생존 구조조정이 다가온다.

특히 이들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앞으로의 세계 구조조정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력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골드윈드, 시노벨 등의 매출이 전년대비 크게 하락한 원인 역시 기술 수요를 불러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덴마크 기업컨설팅 업체 마케(Make)는 중국기업들의 매출하락을 자국시장의 변화로 지목했다. 베스타스가 매출 1위를 놓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독립적인 전력생산자들이 기술력이 낮은 제품에 실망감을 느끼면서 대용량의 값비싸고 좋은 품질의 제품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를 단행하며 기술격차를 좁힌 중국 제조사들이지만 아직까지 기술 신뢰도는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기업들이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 인수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베스타스 인수설 역시 연관된다.

아울러 올해 중국의 거대 제조사들이 자국 내 중소규모 제조사들의 공급능력을 흡수해 세를 확장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툴시 수즐론 사장은 현재 중국 내 80개 터빈 제조사가 5개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프랑크푸르트=길선균 기자 yupin3@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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