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량탄 고갈 추세 속 저열량탄 수요 증가
혼소비율 50% 이상…폐자원 연료화도 각광

 

▲유연탄 하역 중인 수송선박<자료사진=중부발전 제공>

[이투뉴스]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으로 전 세계적으로 석탄이 현실적인 대안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발전연료와 철강제품 원료로 쓰이는 유연탄 수요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품위 석탄(고열량탄) 가격이 급등해 석탄화력발전소의 주연료인 고열량탄 수급여건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단위전력 생산을 위해 상대적으로 열량이 낮은 저열량탄 사용량이 늘면서 발전용 석탄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석탄은 국내 발전설비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연료로서, 원전에 쓰이는 핵연료와 함께 발전연료의 주축을 이룬다. 게다가 국내 대부분의 석탄화력발전소는 고열량탄의 하나인 역청탄 사용에 맞게끔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발전업계로선 악화되고 있는 석탄 수급 여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발전회사들은 저열량탄 혼소비중을 늘리거나 우드펠릿, 슬러지 등 바이오매스 혼소발전을 추진하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해 탄력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저열량탄 혼소비율 갈수록 확대

발전회사가 해마다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 부문은 연료비다. 발전원가를 구성하는 주요항목 가운데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특히 경영평가에서 연료수급 부문 배점이 높아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발전회사들이 유연탄 가격 급증 현상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전력의 5개 발전자회사에 따르면 역청탄 등 고열량탄 가격 상승에 따라 아역청탄 등 저열량탄 혼소 비율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발전회사별로 저열량탄 혼소 비중은 50%에 이른다. 발전원가를 절감하고 석탄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역청탄이나 갈탄과 같은 저열량탄은 말 그대로 열량이 낮아 가격도 저렴하다. 저열량탄 기준열량은 발전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10년 전 kg당 5800kcal 수준에서 현재 4600kcal 수준까지 하향화됐다.

호주탄을 놓고보면 FOB(본선인도가격) 기준 고열량탄은 톤당 120달러, 저열량탄은 톤당 11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저열량탄 역시 수요 증가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현재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열량탄은 기존 발전설비에 단독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고열량탄과 적정비율로 섞어쓰면 안정적인 연소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저열량탄 혼소를 위해 설비를 개조해왔으며 일부 발전사는 저열량탄만을 사용하는 발전소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11월 여수화력 2호기를 저열량탄 전소가 가능한 340MW급 순환유동층 석탄화력발전소로 개조해 상업운전 중이다.

최근 수명을 다한 여수화력 1호기도 2호기와 동일한 설비를 채택, 2016년 3월 유연탄발전소로 재탄생하게 된다. 순환유동층보일러는 6000kcal 내외의 고열량탄 대신 4000~5000kcal 내외의 저열량탄 연소가 가능하다.

남부발전은 2014년까지 국내 최대규모인 2000MW급 순환유동층 삼척그린파워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kg당 4600kcal 수준의 저열량탄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간 1200억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부발전 역시 2016년 준공 예정인 태안화력 9, 10호기에 대해 저열량탄 혼소비율을 크게 늘린다는 구상이다. 전소 발전소 설계도 검토하고 있다.

 

▲ 채굴작업이 한창인 탄광 현장<자료사진=남동발전 제공>

◆우드펠릿 등 바이오매스 연료화도 '각광'

유연탄에 우드펠릿, 하수슬러지 등을 섞어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각광을 받고 있다. 연료비가 저렴할 뿐 아니라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의무량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부발전은 2010년 태안화력 3, 4호기에 국내 최초로 하수슬러지 혼소설비를 갖춰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동서발전 당진화력, 중부발전 보령화력, 남동발전 삼천포화력에서도 하수슬러지 혼소발전을 하게 된다.

중부발전은 최근 전북 익산시에 우드칩 생활폐기물 고형연료(RDF) 전용 열병합발전소를 준공했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말 동해 목질계 바이오매스 전소발전소 건설에 착수했다.

신규설비로 유동층보일러를 채택한 회사들은 향후 RDF나 폐플라스틱 고형연료(RPF) 등 폐자원을 연료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설비 안전성 향상 관건…관련기술 연구 활발

저열량탄이나 바이오매스 등 연료 다변화 추세에 따라 설비 안정 운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료 혼소가 보일러나 환경설비 운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 운영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남부발전 하동화력본부는 산·학·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연료연소기술협의회(EUCOTEC)를 발족, 최신 연료 연소 기술 협력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국내 발전산업 원가 절감을 위한 저품위탄 사용확대 ▶CO2 저감을 위한 우드펠릿 혼소 ▶국내 최초 보일러 내 탈황기술 개발 ▶석탄 연소 연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동화력은 이와는 별도로 저품위탄의 안정적 사용 확대를 위해 전담조직인 연료연소기술센터 설립, 최적연소기술개발, 실시간 연소감시를 위한 연료 연소통합관리시스템 개발, 연료 DB 구축 등을 추진해왔다.

이밖에도 발전회사들은 최적 혼소기준 정립을 위한 연구개발뿐 아니라 안전운전을 위한 설비 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발전회사 한 관계자는 "갈수록 고열량탄 수급여건이 어렵고 발전사 간 연료구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저열량탄 사용이 늘고 있다"며 "저열량탄 혼소비율을 확대하거나 전소발전소를 짓는 등의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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