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초기시장 창출에 역량 집중…지능형 서비스산업 활성화 기대

[이투뉴스] 차세대 전력망 시스템 '스마트그리드'는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수급난의 대안으로 꼽힌다. 지능화된 전력망을 구성해 전력수요를 효율적으로 관리, 제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정착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여전히 실체가 불투명하다는 우려 속에 관련산업 성장은 더디기만 하다. 정부는 2030년 110조원 이상의 스마트그리드 시장 창출을 가져올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공급 위주의 전력시장은 변함 없이 견고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 투자 촉진을 유도하는 사업 전망도 확연하지 않다. 업계는 초기시장 형성이 지체되고 상용화 로드맵이 나와주지 않는다면 관련시장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009년 11월 스마트그리드 추진전략을 발표한 이후 2009년 제주 실증단지 구축, 2010년 국가 로드맵 수립, 지난해 11월 지능형전력망법 제정 등 산업 육성을 위한 관련절차를 순차적으로 밟아왔다.

그러나 초기시장 창출을 위한 정책방안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마련한 제1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통해 스마트계량기, 전기차 충전기, 에너지저장장치 등 관련기기 보급사업을 통해 초기시장 창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는 올해 스마트그리드 시장 성패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16년까지 핵심기기 보급 대폭 확대

2016년까지 5개년의 사업계획을 담은 1차 기본계획은 핵심기기 보급과 지능형 수요관리 시장 운영, 서비스 사업 육성 등 세부 사업방안과 투자계획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초기시장 창출을 위해 우선 핵심기기 보급 확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계량기(AMI)를 2016년까지 2가구당 1대꼴로 보급을 늘려 기존 기계식 계량기를 AMI로 교체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만 되면 지난해 72만대(3.6%)에 불과했던 AMI 보급량을 2016년 1000만대(50%)까지 대폭 늘어나게 된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도 크게 증가한다. '그린카 산업 발전전략 및 과제'의 전기차 보급목표와 연계해 2016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15만기를 설치해 전기자동차 보급을 촉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내 국가단위 충전인프라 구축계획을 수립, 충전전력 사용정보와 충전소 위치 등 실시간 정보제공 체계도 마련키로 했다.

1만kWh 규모의 실증단계에 머물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도 2016년까지 20만kWh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이는 1만7000여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를 통해 상가나 빌딩 등에서 전기요금이 낮을 때 충전하고, 높을 때 방전함으로써 전력수요와 요금절감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요관리사업자, 전기차충전사업자, 에너지저장사업자를 육성하고, 스마트계량기·충전기·밧데리 등 제조업을 활성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능형 수요관리제·차등요금제 도입 관건

▲ 지능형 수요관리 개념도

지능형 수요관리 제도와 다양한 차등요금제 등도 도입된다. 이들 제도는 기기산업과 함께 초기시장 형성에 핵심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능형 수요관리 제도는 스마트그리드 기술력을 활용한 전국단위 수요반응(DR) 서비스 사업으로 다양한 사업자 참여를 기반으로 하게 된다. 수요관리사업자가 상가·빌딩 등과 계약해 감축 가능한 수요자원을 확보해 입찰에 붙인 뒤 전력거래소 감축 지시에 따라 수요를 줄이면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기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던 부하관리 프로그램이 수요감축에 반응하는 속도가 느리고 대용량 수요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 제도는 AMI, EMS(에너지관리시스템) 등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반응이 빠르고 소규모 수요자원 확보가 용이해 상시체제 운영도 가능하다.

눈에 띄는 점은 수요감축 이행에 따른 정산금뿐 아니라 용량대기에 따른 정산금도 지급된다는 것이다. 사업장이든 일반 건물이든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하고 수요를 줄여야 하는데다 일단 시장에 자원을 등록하면 연간 대기상태에 놓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발전기 입찰시장에서 입찰에 참여한 발전기가 가동지시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앞서 최근 LS산전, 금호이엔지, 우암코퍼레이션, 씨브이네트, 하이텍이피씨, 벽산파워, KT 등 7개사는 지능형전력망 사업 가운데 수요반응 서비스 사업자로 등록했다.

이들 업체는 전국 단위의 소규모 사업장이나 건물주들을 대신해 수요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에너지 컨설팅이나 통합검침 등 각종 부가서비스가 접목될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사업모델은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 특히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거래소는 오는 6월께 지능형 수요관리 시장을 개설해 용량을 확보한 뒤 7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6년까지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20만kW 규모의 지능형 수요관리 자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시범사업이 얼마나 활기를 띠느냐가 향후 연관산업의 향배를 좌우할 전망이다. 스마트그리드 수요자원을 발굴, 보급, 확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과 제품 개발이 연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당사업의 기반구축 사업자인 전력거래소는 이 사업을 스마트그리드 비즈니스 모델의 '첫 단추'로 규정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정부는 제주실증단지 운영 결과 등을 고려해 다양한 차등요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 실시간 요금제 운영기술을 확보하고 차등요금제 확대와 피크요금제 실시 등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00여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해온 주택용 선택형 차등요금제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실시간요금제는 수요반응과 연계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제도 도입을 위해 다양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스마트그리드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 사업자의 참여율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하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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