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제종길 소장 "저탄소 녹색성장에 '녹색'이 없다"
[창간특집] 제종길 소장 "저탄소 녹색성장에 '녹색'이 없다"
  • 김부민 기자
  • 승인 2012.04.3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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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은 지속가능한 발전개념 포함해야
원전과 4대강이 정책 중심… 환경은 관심 밖

 

"MB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녹색'의 의미가 왜곡된 정책입니다."

제종길 국회기후변화포럼 기후변화정책연구소장은 현재 녹색성장 정책은 '녹색'을 위장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정권 초기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지만 어느 순간 4대강 사업과 원자력이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녹색' 본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제종길 소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양·환경 생물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환경문제를 공론화시켰으며 국회기후변화포럼 설립을 주도 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의 기후변화 대응 인식 제고와 지속가능한 녹색정책 추진을 위해 에너지·환경 분야 각계 전문가들의 정책 제언이 담긴 '국가기후변화정책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생태·환경 분야의 연구자로 시작해 국회의원, 환경전문가 등 다양한 이력으로 '녹색'을 경험한 그를 만나 지속가능한 '에너지·환경'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4년간 녹색성장 정책을 평가한다면
▶녹색은 최종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을 포함해야한다. 이산화탄소 감축과 에너지 절약, 쓰레기 문제 등 환경 전반에서 생활 속 삶의 방식까지 모두 녹색으로 가야한다.

최근의 녹색은 겉만 화려하고 알맹이가 없는 빈껍데기를 떠오르게 한다. 심지어 녹색이 아닌 것들을 녹색이라고 말하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은 내용보다는 ‘녹색’이라는 단어 자체의 유행이 강조된 측면이 있다. 요란하기만 하고 현실성과 지속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책 설정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실행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 환경을 배려하기는 어렵다. 

-전국에서 '녹색' 열풍이 불고 있는데
▶각 도시마다 기후변화 관련 행사가 개최됐지만 전시성 캠페인에 그치고, 오히려 단순히 ‘녹색’이라는 단어를 또 다른 사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물론 그간의 ‘녹색’ 이미지 확산으로 기후변화 대응이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에너지절약과 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비전도 없이 외침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 순위는 상승하고 있고, 경제 발전 속도보다도 배출량 증가 속도가 빠르다.

-에너지 문제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는데도 우리나라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사고의 확률이 낮다고 해도 일단 발생하면 다 잃게 된다. 전쟁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원전은 가상의 적과 전쟁을 하는 셈이다.

원전을 계속 운영하겠다면 그에 맞는 안전·방어 전략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제는 일본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우선 원전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시설유지비, 인력운영비부터 연구개발비, 안전대책 비용 등 예산의 쓰임새를 시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한국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연습이 돼 있는 나라다. 과거 전력회사에서는 전기 사용을 권장한 덕분에 발전량과 사용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제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자 싸고 용량이 큰 원전이 해결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는 기술의 한계점만 부각시킨다.

결국은 정책 의지의 문제다. 원전에 쏟고 있는 노력의 절반만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제한된 국토의 면적과 기타 자연 조건 등을 미루어 봤을 때 신재생에너지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상황이 열악하다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겨울에 태양을 활용하기 어렵지만 이를 활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자연에너지가 풍부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는 게 아니다. 미래에 국가를 유지시킬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환경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이 늘고 있는데
▶유럽의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인 독일과 후쿠시마 이후 원전 정책을 재검증 하고 있는 일본 등의 원전 폐쇄 분위기는 정부의 합리적인 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판단하고 저항한 결과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운동은 전반적인 시민사회의 인식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운동을 이끌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늘었지만 결집된 힘은 보이지 않는다. 저변은 없고 리더만 남았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해야할 만큼 경제가 어려워지니 돈이 더 들어가거나 불편한 생활이 연상되는 친환경(환경을 우선시 생각하는 것)의 개념이 사치스럽게 비춰지고 있다.

이제 정부보다는 시민들이 가진 영향력이 더 큰 시대가 왔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대항하는 것은 쉽다. 오히려 넓은 범위의 환경운동은 불특정다수의 국민들을 설득하고 인식을 변화시키는 일이 어렵지만 훨씬 의미 있는 일이다.

▲ 생태관광 지역인 증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금만들기 체험. 사진 왼쪽 네 번째가 제종길 소장.

-올해 한국생태관광협회 회장이 됐는데

▶자연도 보호하면 돈이 된다는 생각은 아직 일반 시민들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생태관광은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건강한 관광문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으로 운영하는 일회성 여행이 아니라 자연보호와 경제성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에서 생태관광은 환경·경제·사회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사업이다.

그동안은 자연체험이나 환경교육 활동의 개념으로 잘못 인식된 부분이 있다. 단순히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자연을 체험하는 여행'이 아니라 환경과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건전한 여행이다.

이런 점에서 생태관광은 효과적인 녹색성장 모델 가운데 하나다. 생태관광은 기존의 대중관광이 관광지의 환경과 사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질 높은 관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대안 관광으로 알려져 있다.

<생태관광>

1992년 리우 환경개발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이 언급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연이나 지역 문화가 잘 보전된 지역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여행으로 이 때 사용되는 경비가 자연 보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2002년을 생태관광의 해로 지정했으며 오는 9월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세계생태관광총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반 환경보호 시민단체들의 자연보호와 지역 공동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으로 도입됐다. 1994년 시화호 방조제 완공으로 해안 환경파괴에 따른 영향성이 이슈화되면서 필요성이 부각됐으며, 1995년과 1997년 각각 생물다양성 협약과 람사르 협약에 우리나라가 당사국으로 가입하면서 생태관광의 개념이 본격 확산됐다.

환경부는 1999년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생물자산 보전 방안으로 생태관광을 제안했다. 현재 남해안의 순천만과 서해안의 강화도 및 증도가 생태관광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갈라파고스 제도, 호주의 필립섬 등이 대표적이다.


제종길 소장은... 

건국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건대와 서울대에서 동물분류학·해양생물학으로 각각 석·박사를 받았다. 호주 Deakin University에서 해양생물유전학을 수학했으며 20년 가까이 한국해양연구원에서 근무했다.

특히 환경분야에 관심을 갖고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위원, 해양수산부 국제회의 전문위원,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문위원,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생태환경분과 위원을 역임했다.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권에 환경 문제 논의를 주도했으며 2007년 국회기후변화포럼을 창립했다.

현재 국회기후변화포럼 기후변화정책연구소장과 한국생태관광협회 회장,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도시와 자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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