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로 기후변화 이슈는 뒷전…더 늦으면 안돼
공익·국익 간 보완 필요, 과학적 정보와 지식 제공 ‘절실’

 

[이투뉴스] 올해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체결 20주년, 교토의정서 체결 15주년, 교토의정서 발효 7주년이 되는 해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제침체가 계속되면서 각국은 대응 방안 모색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회성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부의장은 20년 전 기후변화협약과 생물종다양성협약을 이끌어냈던 지구환경 보호의 결과물과 동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젠 그 흔적이 희미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토의정서는 지난해 남아공 더반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를 거치면서 이름만 남았다”면서 “20년 전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탄생시켰던 리우선언은 올해 리우+20회의에서도 의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지구촌의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협약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지난 20년 동안의 전·후 10년은 분위기에서부터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1990년대는 세계경제가 호황이었고 사람들은 자국의 환경문제 뿐 아니라 글로벌 환경에도 신경 쓸 만한 여유가 있었다.

오존층 보호를 위한 몬트리올의정서가 체결된 것도 이 때였다. 기후변화협약과 리우선언, 생물다양성보호협약, 교토의정서 등 글로벌 환경보호의 열기는 대단했다.

1987년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작성한 '우리 공동의 미래' 보고서가 제시한 지속가능발전의 필요성과 당위성, 비전은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조직 원리로 인식되면서 이 시기를 풍미했다.

2000년대는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로 시작됐다. 세계를 군림하던 미국은 중동과의 국지전,테러와의 전면전을 치르고 있었다. 게다가 세계경제는 불황기에 접어들었고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국가부채, 실업, 빈부격차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사이를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문제가 파고들 여지는 없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현재진행형이지만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위기를 벗어나게 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부 과학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할 뿐이다.

▲현재의 감축 노력으로는 기후안정화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화석에너지 소비와 시멘트 생산에서 비롯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76억톤에 이른다. 교토의정서가 지켜졌다면 71억톤에 머물렀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전체적인 기후안정화 일정에서 지난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할 수 있다.

연간 76억톤의 배출량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450ppm 안정화 목표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의 탄소 사이클 분석모형에 따르면 450ppm 안정화를 이루려면 1990년부터 2100년 사이에 탄소 배출량이 연평균 55억톤에서 72억톤 사이를 유지해야 한다.

결국 앞선 76억톤의 수치는 과학자들의 온실가스 안정화 모형을 벗어난 것으로 기존 목표로 했던 기후안정화 방안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화석에너지 소비와 시멘트생산, 온난화에 의한 바다 및 육지 생물의 탄소흡수력 감소를 감안했을 때 450ppm 안정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 지난 2010년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던 제32차 ipcc 총회 현장.
▲최근 국제협상의 논의 방향이 변화하고 있는데.
-코펜하겐과 칸쿤, 더반 등 최근 3년간의 기후변화협상의 큰 흐름은 상향식(bottom-up) 글로벌 대책 접근법이다. 상향식 접근법은 지난 2007년 '발리 행동계획'에서 처음 언급됐다. 상황과 능력에 맞게 가능한 것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해 점진적으로 큰 합의를 이루자는 것이다.

1997년 만들어진 교토의정서는 하향식(top-down) 접근법에 따랐다. 앞서 만들어진 오존협약도 마찬가지다. 감축 목표를 정하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토의정서의 실패로 하향식 접근법의 신뢰가 깨졌다.

교토의정서로 글로벌 합의는 이끌어냈지만 실제로 이행과정에서는 약속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과정을 선택하든지 기후변화협약의 최종목표는 기후안정화다. 코펜하겐 합의에 따라 각국은 자발적 감축행동계획을 제출했다. 이 계획들이 모두 실현된다고 가정했을 때 온도상승은 3~3.9도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자발적 계획의 적합성을 2015년에 검토할 예정이다.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지구 온도 상승을 2도로 낮추려면 추가적인 감축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에 따를 것인지, 언제 적합성 여부를 검토할 것인지와 관계없이 인류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20년 전이나 3년 후나 기후안정화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기후변화 과학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증세가 나타났을 때 이미 치료가 늦어버린 병을 예로들 수 있다.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을 증명하기 위해 확실한 증거를 찾는 날이 온다면 이미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진입한 것이다.
오존층은 프레온가스(CFC)를 제거하면 복원되지만 기후는 현재 배출돼있는 이산화탄소를 없앤다고 해도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는 기후시스템의 관성 때문이다. 대기 중에 오랫동안 잔류하는 이산화탄소는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대양(大洋)의 이산화탄소 흡수, 배출부터 온난화까지 걸리는 시간 등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뛰어넘는다. 확증을 잡았을 때는 대책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예방 차원의 대응이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관성은 사회경제시스템에도 작용한다. 세계 에너지공급시스템에서 주류에너지의 교체는 평균 50년이 걸렸다. 수십 년 동안 활용되는 에너지인프라와 경제사회 인프라 전황에 소요되는 시간과 기후대응이 요구하는 생활관습 변화에 대한 거부감 등 사회경제시스템은 관성의 지배를 받는다.

친환경 저탄소 발전소 대신에 관성과 타성에 젖어 익숙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생산한다면 이후 약 30~40년 동안 매일 1만5000톤에서 3만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인구 100만명 도시의 하루 배출 총량을 석탄발전소 하나가 모두 배출하는 것이다.

인류는 기후시스템과 사회경제시스템의 관성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 및 예방 시기를 놓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책 도출이 지연되고 있으며 대응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더블딥 현상은 거시경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에너지 정책 사이의 괴리감이 크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이례 없는 전력대란을 겪었다. 낮은 전기요금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전력대란 이후에도 전기요금은 원가 이하로 책정돼 있다.

물론 정부가 요금인상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전기요금도 올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세 부과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톤당 약 50달러로 글로벌 탄소세가 부과된다면 화석에너지 소비에서 비롯된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상당부분을 2030년까지 현재 수준으로 묶어둘 수 있다.

탄소세가 부과되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20원, 석탄발전 단가는 kWh당 50원가량이 상승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이 에너지비용이 상승할 경우 정부가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을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 향상 등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나라들의 대응 상황은 어떤가.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공급을 원하는 게 한국의 소비자다. 지구온난화 방지 비용은 부담하지 않으면서 기후안정화를 원하는 게 세계의 에너지 소비자다.

소비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있는 정부는 많지 않다. 한국의 전력수급 과제와 글로벌 기후안정화 과제의 핵심은 같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보조금지원제도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IPCC 3차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1톤 제거에 투입되는 비용은 탄소가격제도(탄소세)에 비해 높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및 확산은 보조금지원제도에서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는 차선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탄소세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 향상 등과 같은 저탄소·탄소절감의 기술을 개발하고 자극하는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개발과 보조금지원제도의 선순환 여부가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자생력과 지속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보급 확산에 따른 학습효과는 자체적인 기술발전혁신으로 이어져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비용을 낮춘다. 그 결과로 시장 확대와 투자증가, 연구개발 확산 공급가격 하락, 보급 확산 등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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