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감축목표 달성 위해선 목표관리제 보완 필요
신재생·저탄소분야 기술개발 동기부여 효과 기대
[이투뉴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꼽힌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수단을 사용하고 있는데 경제적 유인이 없는 직접규제 정책과 시장메커니즘을 이용한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 가운데 배출권거래제는 1970년대부터 대기오염과 수산업, 수자원·폐기물 관리, 토지이용 등 환경 및 자원문제를 논의하는데 활용돼 왔으며 1997년 교토의정서에 담기면서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와 더불어 이를 보완하는 감축정책의 일환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이후엔 모든 국가가 의무감축국
전 세계는 매년 개최되고 있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를 통해 탄소배출의 감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감축 수단에 대해서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의견차가 큰 상황이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38개 선진국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의무 감축을 배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개도국으로 분류됐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면서 의무감축의 압박을 받아왔다.
가장 최근에 개최됐던 남아공 더반 기후총회에서는 올해로 만료 예정이었던 교토의정서를 연장해 국제 기후변화체제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의무 감축에 참여하는 새로운 기후체제를 마련하자는 '더반 플랫폼'이 채택됐다.
실질적인 감축을 위해 필요한 의무감축 목표설정과 감축기간 및 방법, 개도국의 감축 지원을 위한 녹색기후기금의 지원방안 등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논의 과제로 남았다.
그러나 2010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세계 1위부터 3위에 속한 중국과 미국, 인도 등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더반 총회 이후 4·5위의 러시아와 일본, 8위인 캐나다는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BAU(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큰 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비용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의 운영 근거를 마련했다.
최근 탄소배출권거래를 주요 골자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정부 발의로 국회 기후변화대응·녹색성장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 적합성 여부 심사를 통과했다. 법사위의 국회 본회의 상정 의결을 비롯한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반 총회 결과에 따라 2020년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도입 전까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비의무 감축국가들은 감축의무를 부담하지 않지만,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자발적 감축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비용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의 배출총량을 정한 뒤 이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당사자가 초과한 양만큼의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경우 줄인 만큼의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에서는 배출권에 대한 시장의 수요와 함께 가격조절의 기능을 통해 수요량과 공급량이 결정된다.
다른 정책수단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으며 배출량을 절감하고 절약된 양만큼의 배출권을 시장에 매도함으로써 이윤을 얻게 된다. 반면 저감비용이 높은 배출원은 무리한 저감노력대신 배출권을 시장에서 매입해 의무를 대신하게 된다. 배출권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하면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의 대표적인 장점은 오염물질 저감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비용효율성이다. 거래비용이 없다는 가정아래 배출권거래제는 초기배분 방법에 관계없이 정해진 배출량 수준을 최소의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기술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다. 주어진 배출권 내에서 새로운 저감기술을 개발해 추가적인 저감이 이뤄질 경우 절약된 만큼 시장에 팔 수 있기 때문에 배출권시장을 목표로 한 기술개발에 동기부여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배출권거래제가 최소비용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율성 ▶경제부문간 및 참여자간의 형평성 ▶관련정책과의 연계성 ▶실제제도도입의 용이성 등이 충족돼야 한다.
임 연구위원은 "할당된 배출권의 거래를 통해 변화하는 거래 참여자들의 배출권을 정확하게 추적하고 주어진 기간 동안의 배출량의 감시와 검증에도 신경 써야 한다"면서 "배출권의 추적과 감시, 검증과정은 제도의 신뢰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배출권거래제' 설계 요구
배출권거래제가 다른 정책수단과 비교해 많은 장점을 가졌다고 해서 완벽한 온실가스 감축수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른 정책에 비해 정교한 오염물질 배출량 측정이 필요하고 배출권 거래와 관리, 배출원에 대한 모니터링 등을 위한 행정·거래 비용의 요구가 커질 수 있다.
또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위험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독과점시장과 불완전한 정보 등에 따른 배출권 시장과 가격의 불안전성 때문이다.
거래시장이 완전경쟁적인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배출권의 수요자나 공급자에 의해 가격이 왜곡되면 적정 균형 가격이 무너져 저감비용이 상승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울러 거래가 몇 단계에 걸쳐 이뤄질 경우 불량 배출권에 대한 책임소재를 밝히기가 어렵다. 만약 구매자에게 불량 배출권의 책임이 있다면 수요 위축으로 거래시장이 침체되고 가격도 하락하게 된다.
판매자의 책임일 경우 구매자는 무분별하게 배출권을 구입하려할 것이며 판매자는 경우에 따라 기업의 해체 등을 통해 이미 과도하게 판매된 배출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려면 국내 상황에 알맞은 세부사항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노희진 자본시장 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녹색성장 정책의 특성상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가 경제성장과 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기술개발과 감축을 위한 투자가 의무감축을 위한 비용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U, 국제경쟁력 약화 우려한 산업계 반발
우리보다 앞서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했던 유럽에서는 국가 간 감축의무 할당에 이어 국가별 배출허용량 부문, 업종 간 할당이 EU-ETS(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의 핵심 사항으로 대두됐다.
EU-ETS는 2005~2007년 1단계(Phase 1)를 시범운영한 이후 2단계(2008~2012년)를 운영하고 있으며 3단계(2013~2020년)가 시행될 예정이다.
유럽에는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활동의 강화로 탄소누출이 발생해 역내 주요 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악화된다는 우려가 산업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3단계 EU-ETS부터는 국가할당계획(NAP)이 전면 폐지된다.
발전부문은 2013년에 최소 30%, 2020년까지 100% 경매할 계획이며 다른 산업부문은 2027년까지 100% 유상할당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탄소누출로 인해 국제경쟁력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 부문에서는 허용배출량을 무상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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