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늘려야 vs 없애자’ 논란 커질 듯
조력발전 지속·에너지가격시스템 두고도 이견

▲ 정치권이 격변하는 총선·대선을 해를 맞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공약을 분석해보니 원자력 확대-축소, 에너지가격시스템 변경 등 서로 많은 이견을 보여 정책변경 여부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투뉴스] 올해는 정치권이 격변하는 해다. 4.11 총선이 얼마전에 끝났지만 12월에는 이보다 더 큰 판인 대선이 남아있다. 총선과 대선은 정부 정책에도 큰 변화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특히 정권이 바뀔 경우 아예 ‘새판짜기’식의 정책변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따라서 에너지·환경분야 역시 선거결과에 따라 상당한 정책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우선 ‘쇄신을 통한 개혁’과 ‘정권심판론’이 맞붙은 총선에선 우여곡절 끝에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났다. 당초 야당이 우세할거라는 전망에서 벗어나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넘는 152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선거 직후 성추문과 논문표절 논란으로 김형태, 문대성 당선인이 탈당, 결국 과반수에는 아슬아슬하게 미달되는 결과를 얻었다. 친박연대와 친여 무소속의원들을 끌어안아 180석을 넘겼던 18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와 함께 비록 선거에서는 패배했으나 민주통합당의 경우 18대 81석에 불과하던 의석수가 19대 들어 127석으로 부쩍 늘었다. 민주당과 정책공조를 표방한 선거연대를 통해 통합진보당 역시 진보성향의 민노당 5석에 비해 크게 증가한 13석을 차지함으로써 입김이 더 세진 것으로 평가된다. 즉 친야 성향의 무소속 의원 2명을 포함할 경우 야권 전체의 의석수가 142석에 달해 새누리당과의 정책대결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에너지·환경정책의 경우 당분간 현재의 기조와 비슷하게 흘러갈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이 과반에 근접한 의석을 차지한데다 친여성향인 자유선진당을 감안하면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은 유지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19대 국회가 개원된 이후에는 원자력발전 확대 및 에너지 세부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원전 확대발전을 주장한 새누리당 및 현 정부와 다르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공식적으로 탈원전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환경분야에서도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둘러싸고 야당의 적극적인 대응도 예고된다.

여야의 총선공약을 자세히 분석, 올해 국내 에너지 및 환경정책의 변화요인을 점검해 본다.

■ 새누리당, 원전 확대 등 현 정부정책 대부분 승계
에너지와 환경분야에서 새누리당 총선 공약은 기존 정책에서 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현 정부와 비슷했다. 우선 지속가능한 친환경사회를 건설, 현세대와 미래세대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와 기후변화 대응 및 이상기후에 대한 적응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친환경사회 건설에 대한 세부 실천방안으로는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내실화하고 어린이와 노인 등에 대한 환경성질환 저감대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화학물질 등록?평가제도 도입을 통해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환경보건센터 등을 활용한 환경성질환 조사?연구 및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는 에너지 수요관리와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를 내걸었다. 특히 원자력을 청정에너지에 포함시켜 보급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현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확대보급 및 수출전략화라는 발걸음과 보조를 맞췄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는 국익 관점에서 점진적?단계적으로 FTA 체결을 추진함과 동시에 녹색성장전략(환경+원자력+신재생에너지)과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 진출을 통해 신흥시장에서의 발언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 대비 30% 저감하기 위해 올해부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본격 운영하고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청정?녹색기술 개발 및 보급확대 정책을 위한 지원방안도 공약에 담았다.

이 외에도 안정된 취수원 확보, 우수관거 개량 및 하수저류시설 확충 등을 통해 집중호우같은 기상이변에 능동적인 대응을 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산?강?바다 등의 생태계 복원과 생태공원 조성으로 국민생활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환경정책과 관련해서는 훼손된 도심하천 50곳을 생태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은 물론 백두대간, 국립공원, 습지 등 훼손?단절된 생태우수지역 50곳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도시 내에 사람과 야생생물이 공존하는 다기능 생태공원 50곳을 조성하는 한편 생태관광지에 체류하며 자연을 체험하는 생태탐방연수원 4곳(지리산, 설악산 등 산악형 2개소, 도시형 해안형 각 1개소 등)과 생태탐방로(2000km)를 조성키로 했다.

친환경 녹색기술 개발 및 환경산업 육성에 대해선 국내외 물관련 기업 및 연구기관, 인력양성기관 등을 연계하는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선진 막여과 기술을 적용하는 정수장을 확대하여 세계 물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밖에 전기전자제품?자동차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 사업을 확대하고, 중소환경기업에 대해서는 창업초기부터 해외수출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함으로써 일자리와 환경산업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공약은 전반적으로 현 정부 에너지·환경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은 정부 정책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단언할 정도다.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투톱으로 하는 친환경에너지 보급확대와 배출권 거래제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원자력발전 확대 전면 재검토
민주통합당 에너지·환경정책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신재생 등 친환경에너지 보급 확대를 내세운 것은 비슷하나 원전이 아닌 안전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면에 내 세웠다. 즉 이전까지 조심스런 태도에서 벗어나 원자력발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원자력 등을 주축으로 하는 현 에너지체제를 녹색 대안에너지체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생태적 사회경제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 원전 확대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에너지소비 절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탈원전을 해야 하는 이유도 적시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거센 ‘탈핵’ 바람이 불면서 원자력에 의존할수록 지속가능한 에너지수급체계를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탈핵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형 사회시스템 구축이 필수라면서 국내 1인당 전력소비량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며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정책 추진도 표방했다.

탈핵 로드맵 추진 및 가동중 원전의 안전대책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2024년까지 원전 14기 추가건설을 제시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30년까지 원전 비율을 59%로 확대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원전 추가건설을 중단함과 동시에 설계수명이 종료돼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원전 수명연장은 안된다며 한 발 더 나갔다.

에너지절약 실천방안으로는 대형건축물 및 공동주택 건축시 에너지절감 의무화 제도 마련과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 육성, 집단에너지 활성화 등을 통해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에너지효율화사업 참여 확대, 에너지절약 시설투자에 대한 자금지원 및 세액공제 확대, 대기업의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 등을 내걸었다.

원전의 대안으로 내세운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 확대와 관련해서는 MB정부 보다 강도 높은 지원책을 내놨다. 우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통해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에너지원별 탄소배출량을 감안한 에너지가격체계로 조정하겠다는 공약을 더해 눈길을 끌었으며 신재생 관련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대해서도 국가 온실가스 중·장기 감축목표를 재설정, 실질적인 기후변화대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론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예상배출량(8억1300만톤)의 30%를 감축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이 실효성있게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도의 조기 시행안도 마련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4대강 사업이나 원전중심의 에너지·환경정책은 성장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면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이더라도 토건 중심의 구조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토건사업을 녹색으로 치장한 ‘녹색성장’의 폐해를 정리하기 위해서 지속가능발전 패러다임의 이해와 수용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인식에 따라 환경정책 역시 현 정부의 4대강 위주사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자연과 생태계를 고려한 친환경 재자연화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야만 도시의 녹지공간이 확대되고 수도권 대기질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를 보전하고 무분별한 국토의 난개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국립공원 내에 대형 케이블카 설치공사와 함께 지역주민의 동의없는 골프장도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갯벌훼손 우려가 있는 가로림만 등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반대, 환경훼손 위험이 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역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생활환경분야에서는 석재제품의 석면포함 여부 검사 제도화를 비롯해 석면 허용기준 세분화 및 강화, 지하철 역사의 비산방지제 코팅 등 피해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자연방사성 물질로부터 안전한 환경 조성, 환경성질환 상시 감시체계 구축 및 화학물질 관리체계 강화방안도 마련했다.

이밖에 공동주택 시공시 친환경 건축자재 의무화 ▶수도권특별대책 대기관리권역을 수도권 전체지역으로 확대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로 오염물질 배출 저감 ▶도시지역 생태계 회복의 허브 역할을 하도록 도시 내 대규모 생태광장 조성 추진 등도 포함했다.

■ 통합진보당, 당 강령에 핵발전소 폐지 명시
통합진보당 에너지·환경정책은 같은 야당인 민주당에 비해 더 공격적이다. 총선공약 보다 훨씬 강력한 당 강령에 아예 핵발전소 단계적 폐기와 재생가능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명시했을 정도다. 여기에 물 전력 가스 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 추진을 중단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총선 공약을 통해 통합진보당은 올해를 탈핵 원년으로 삼아 에너지복지 실현, 전기요금 특혜 및 원자력 르네상스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보면서도 MB정부가 핵발전을 계속 늘리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만큼 올해 탈핵기본법을 만들어 원전의 단계적 폐기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말썽이 되고 있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등 노후발전소를 폐쇄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에너지가격 정비와 관련해선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가 산업용 원가회수율이 89.4%에 불과해 대기업 특혜가 분명한 만큼 현실화를 통해 이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업용·일반용 경부하 요금과 심야전력 요금제 폐지를 통해 3교대 노동과 24시간 대형마트 영업도 규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통합진보당은 원자력문화재단을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활성화로 에너지 전환 혁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인천만, 아산만, 가로림만 등 서해안 조력발전소 건설 역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현 정부정책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줬다.

저소득층 주택 단열 효과 개선 사업 등 에너지 복지를 실현하고 녹색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과 4대강 사업 등으로 파괴된 생태계를 되살려 생명이 넘치는 자연으로 복원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밖에 추가적인 댐 건설 중단을 통한 물 관리정책 전환과 환경인지 예산제도 도입으로 친환경예산 확대 등도 포함시켰다.

■ 원자력·에너지가격·신재생 보급론 등 첩첩산중
지난 2008년 18대 국회가  넘어올 때 에너지·환경분야의 최고 관심사는 에너지공기업 민영화였다. 하지만 이번 19대 국회에서 펼쳐질 에너지·환경정책은 각 당 공약에서 살펴봤듯이 원자력발전의 지속 내지 확대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포함시켜 지속적인 확대·보급을 추진하는 새누리당에 맞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정반대의 노선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범야권 공동정책 실천과제 합의안’에 원자력을 주축으로 하는 에너지체제를 녹색 대안 에너지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명시했을 정도다. 물론 단계적 축소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즉각적인 폐지를 주장하는 통합진보당 간에 온도차는 있지만 脫원전이라는 큰 틀에서 의견을 같이 하고 있어 새누리당과 정책변화를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비상발전기 고장 은폐 등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고리원자력 1호기의 재가동 문제를 놓고 양측이 첫 번째 공방을 벌일 개연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 에너지가격시스템을 둘러싸고도 여야 간 적잖은 공방이 예상된다. 인상요인 누적에도 불구하고 물가불안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동결하고 있는 현 정부와 새누리당에 비해 야권이 일제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합진보당은 산업용 경부하요금은 물론 심야전력 할인까지 문제삼을 태세다.

신재생 등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강화는 여야가 고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보급정책이 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에너지공급자가 확대에 적극 나서는 RPS제도를 옹호하는 반면 야권은 대규모가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산형 보급을 주장하는 것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조력발전 역시 환경단체 및 지역주민의 심한 민원에다 야권까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도입여부를 놓고 막판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의 처리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단독과반은 놓쳤지만 자유선진당 등 친여성향 의원을 포함할 경우 여전히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정부는 기대하고 있으나 선진화법 처리에 따라 의석수에 의존한 밀어붙이기 형태의 국회 운영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역시 에너지·환경정책의 연속성 여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라는 점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현 추세와 야권 대선주자들의 성향을 감안할 때 최종 확정되는 야권후보 역시 친환경에너지를 주창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가들은 올해 중요한 에너지·환경정책의 변화 내지 확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고 내년 대선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방향키를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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