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공직기강 특별점검' 결과 발표
K 전 본부장은 해임 및 검찰 고발 조치
[이투뉴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원장 이준현, 이하 에기평)이 유관기관 접대비 등 비자금 마련을 위해 허위출장비를 청구하는 방법으로 수천만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운용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은 감찰정보와 비위첩보를 바탕으로 최근까지 에기평 등에 대한 '공직기강 특별점검'을 벌여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기관에 관련자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22일 밝혔다.
감사원이 제공한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K팀장(현직, 이하 전 직위로 표기)은 2009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에기평의 실장 및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대외기관 협력과 예산 및 인사관리 업무를 총괄했다.
이 과정에 전 K본부장은 대외기관에 대한 명절 선물비용과 법인카드로 사용하기 어려운 비공식 활동비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본부별로 200만~300만원씩 모두 700만원을 상납토록 요구했다.
이같은 지시가 떨어지자 각 본부장들은 소관 본부 내 팀장들에게 자금마련을 지시했고, 팀장들은 허위출장서를 품의하는 방법으로 수백만원을 만들어 K씨에 현금 및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에기평 직원들은 모두 122회에 걸쳐 허위 출장지출결의서를 작성하거나 251회에 걸쳐 출장일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출장비를 받아 차액을 수시로 상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K본부장은 이런방법으로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96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가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의 문제제기가 나오자 이 중 300만원을 부서장들에 돌려준 것으로도 밝혀졌다.
비자금은 국회 상임위 관리와 기관 내 행사비용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조사에서 K본부장은 상납으로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를 국회의원실 경조사비와 체육대외 경품 및 2차 노래방비, 국회 상임위(지경위) 사무실 과일세트, 야근직원 식대 등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K본부장은 지출에 대한 기억은 있으나 관련 증빙 자료를 제시할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일부 자금이 또다른 용처나 개인용도로 전용됐을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비자금 총책역할을 한 K본부장의 해임과 전력원자력 분야 평가관리와 부서원 근태관리 및 출장결재 업무를 총괄하며 이같은 비위를 방기한 B팀장의 정직을 에기평에 요구했다.
이와는 별도로 K본부장이 직위를 이용해 자금상납을 요구하고 일부 비자금을 용도불명하게 사용한 것이 업무상 횡령에 해당한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에기평은 지난 20일 지경부 감사담당관실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감사원 처분통보서를 받았으며,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자들의 문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사위가 대부분 에기평 내부 간부들로 구성되는데다 이번 비위가 기관장 및 핵심 간부들의 동조 아래 이뤄진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징계권자와 피징계자 구분이 애매하게 됐다.
한편 상급기관인 지경부는 이같은 에기평의 비자금 조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모 부서 팀장으로 일했던 C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지경부 아무개 정책관에 이같은 부정 상납문제를 밀고했다. 이에 이준현 원장은 지난해 3월 지경부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했다가 담당 국장으로부터 '상납받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구두주의를 받았다.
현직 기관장 개입 여부도 검찰 조사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감사원은 C씨가 자금상납 지시에 반발해 K본부장에 항의하자 K본부장이 윗선과 상의해 정한 방침임을 밝혔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허위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장기간 전부서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 등으로 볼 때 윗선이 자금 모금을 지시했거나 최소 묵인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