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호용 한국전기연구원장
"올해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증설사업 역점"
"경쟁 없이 경쟁력 없다" 강소형 조직 탈바꿈 주력

[이투뉴스] "경쟁 없이 경쟁력 없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을 이끄는 김호용 원장의 경영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경쟁'이다. "완벽한 경쟁체제는 아니지만 올해부터 '나눠먹기'식은 없다"는 그의 단호함은 조직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제11대 전기연구원장의 자리에 오른 그는 조직을 재정비하고 핵심연구분야 방향을 재정립하는 등 강소형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최근 화두인 융합기술 발전을 위한 국내 대표 기업 및 기관들과의 기술교류도 빼놓을 수 없다.

공학도로서 연구원의 길을 걸어온 그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기관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은 "기관에 부여된 미션 달성을 위해 구성원들이 매진할 수 있도록 조직의 꿈과 비전을 설정하는 것"이란 답으로 귀결된다.

'연구소 냄새가 나는 연구소'를 꿈꾸는 김 원장의 경영목표와 비전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호용 전기연구원장과 일문일답.

"경쟁력 없이 경쟁력 없다" 강소형 조직 탈바꿈 주력

-지난해 취임 이후 6개월가량 시간이 흘렀다. 소감은.

▶연구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다. 설립 초기부터 근무해 왔지만 새삼 느끼게 된 것은 KERI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목표가 정해지면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하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KERI를 방문한 사람들은 'KERI는 연구소 냄새가 나는 연구소'라고 표현하곤 한다. KERI가 전기분야 연구개발에서 해마다 양적·질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시험인증 분야에서는 세계 3대 공인시험기관의 하나로 인정을 받을 정도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도 임직원들 모두 주어진 목표 달성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취임사에서 조직, 인사, 평가 등을 강조했고, 강소형 조직을 목표로 조직을 재정비했다.

▶취임 이후 '나는 한국 최고, 우리는 세계 최고'를 슬로건으로 삼아 강소형 연구원 만들기를 통한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저탄소, 고신뢰성, 융복합을 전략방향으로 설정, 차세대 전력망 기술, HVDC 기술, 용복합 의료기기 기술, 전기추진 기술, 전기기기 시험인증, 나노기반 전기신소재 기술 등을 중점 추진해 대학이나 기업과 차별화되는 분야이자 세계최고가 가능한 분야로 연구방향을 강화하고 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경쟁없이 경쟁력 없다'라는 철학으로 기관을 운영해 나가고자 한다. 구성원간 건전한 경쟁은 연배나 인정, 관계 등에 따른 인사가 아니라 능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적임자를 발탁한다는 의미다.

즉 기관의 미션과 전략방향에 맞는 사업을 선정한 후 가장 우수한 책임자 또는 집단에 맡기고, 그 성과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는 것이 기관장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직원상호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기관 운영의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부서장에게도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또 연구자들이 단순히 단기간의 성과 위주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닌, 수요자 중심 연구를 강화해 가고자 한다. 연구과제의 선정, 평가에서도 이를 반영해 국가와 산업계의 요구에 맞는 연구성과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연구원의 성과는 무엇이며 또 올해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각 조직별 현안과 계획은.

▶상업화 실용화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같은 굵기의 구리전선과 비교해 170배가 넘는 전류를 보낼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고온초전도선을 개발해 기술이전했으며,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대량제조 기술을 개발하여 정부출연 연구원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가 선정한 '세계 1등 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기술은 올 초 착수료 5억원, 경상기술료 매출의 2.7% 조건으로 전문기업에 이전했다.

우수 연구성과의 바로미터 중의 하나인 기술료 수입만 해도 지난해 55억원에 달하는 등 매년 18% 이상의 증가율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산업계에서 필요한 기술을 우리가 선행연구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는 실질적인 지표라고 생각한다. 

시험인증분야에서는 세계 중전기기 산업계 시험인증분야의 'G10'이라 할 수 있는 '세계 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을 획득해 1차적인 목표를 달성했으며, 네덜란드 KEMA와 이탈리아 CESI와 함께 세계 3대 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립했다.

올해 역점사업으로는 하나는 국내 중전기기업계 오랜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증설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해당사업을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대전력설비증설사업본부를 별도로 만들어 추가예산 확보와 증설사업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5월 세계 중전기기산업계에서 독보적 권위를 갖고 있는 시험인증 분야 협의체인 STL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KERI는 이미 시험인증 전문성에서 세계 3대 공인 전력기기 시험인증 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립하고 있지만 그간 두 가지 숙원 사업을 해결하지 못했다. STL 정회원 자격 획득과 설비 노후 문제가 대두된 4000MVA급 대전력시험설비 증설 문제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시험인증기관을 만들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여러 번의 도전 끝에 지난해 5월 드디어 STL 정회원 자격을 얻어 국내 중전기기 산업계의 오랜 숙원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ERI에서 받은 시험성적서가 전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국내 중전기기 산업 수출경쟁력의 획기적 증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해외 시험·인증서비스 유치를 통한 외화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증설사업 역점"

-전기연구원은 최근 산·연 기술교류에 공을 들이는 듯한 모습이다. 어떤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향후 어떤 식의 협업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인지 알려달라.

▶연구기관의 존재이유가 실용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단순히 연구성과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에 가장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 확산해 나가는 것이 출연연의 중요한 미션이 되고 있다.

KERI는 이미 수년 전부터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을 활용해 우수 연구성과의 기술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지난해 55억원의 기술이전 수입을 기록했고, 이는 산업기술연구회와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27개 출연연구원 가운데 기술료 수입 3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기술이전한 기업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 최근 6년간 KERI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거나 공동연구를 진행한 420여개사 가운데 1차로 52개사가 참여한 'KERI 기술사업화 협의회'를 발족했다. 협의회는 KERI와 함께 개발된 기술에 대해 공동 홍보하고 회원사 상호간 자사의 기술과 제품을 교류해 연구과제 발굴과 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취임 이후 융합과 기술교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 노력을 기울여왔다. 우선 전문기술분야별로 이종분야 전문가 집단이 융합해 연구하는 조직을 신설 또는 보완했다. 아울러 내부 전문가 간 협력과 기술교류는 물론 연구원의 담을 낮춰 외부 기관 및 전문가들과의 실질적인 협력 네트워킹을 통해 기술융합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향후 초전도, 차세대 전력망, 신재생에너지 및 전력변환 기술 등 여러 분야의 대표 기업 및 유관기관들과 연구분야 미래 성장동력 공동발굴 및 추진, 공동 관심분야 워크숍 개최, 산·연 컨소시엄에 의한 장기국책과제 발굴, 양 기관 장비공동활용 등을 추진해 기술경쟁력 증진과 산·연간 기술협력의 모범사례를 창출할 계획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공식 출범과 국가연구개발원으로의 출연연 통합안 등 대외 여건은 정부출연 연구원들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R&D정책 역시 제일 먼저 도마에 오르고 지배구조와 관리제도가 매번 바뀌어 왔다. 그러나 그 설립목적에 따른 미션을 정확히 하고 정체성을 유지하며 성과에 따른 냉정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임직원들이 건전한 긴장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한다면 어떠한 외부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KERI는 이미 탄소나노튜브(CNT) 투명전극제조기술, 세계 최고 성능 2세대 고온초전도선 개발, 나노노광장비 기술 등과 관련, 업계가 주목하는 세계 최초 수준의 원천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대전력시험기술, 반도체소자 기반 펄스전원 기술, 고온 초전도 에너지저장장치 기술(MJ급 HTS SMES용 코일기술), 나노하이브리드 융합소재 기술 등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선도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세계적 수준의 연구실(WCl)로 육성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험분야에서는 KERI 설립 이래 최대 사업이 될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증설사업을 2015년까지 1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기업들의 연구개발 활성화뿐 아니라 중전기기산업의 수출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 네덜란드의 KEMA를 능가하는 세계 제일의 전기전문 국제공인 시험ㆍ인증기관의 위상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약력>
▲1952년 경남 진주 출생 ▲경남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전기공학 학사 ▲UT at Austin 전기공학 석·박사과정 수료 ▲1978년 ㈜금성사 회전기 설계실 기사 ▲1980년 울산공대 강사 ▲1986년 한국전기연구소 배전연구 실장 ▲1990년 한국전기연구소 전력계통연구부 부장 ▲1991년 한국전기연구소 KODAS 사업책임자 ▲1996년 한국전기연구소 선임연구부장 ▲1997년 경남대학교 겸임교수 ▲2002년 한국전기연구원 전력연구단장 ▲2005년 한국전기연구원 시험인증 본부장 ▲2008년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 본부장 ▲2011년 10월~ 한국전기연구원장

<창원=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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