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이터센터 전기소모량 선진업체 비해 2배 수준
IDC 대형화 가속 … 그린 데이터센터로 거듭나야
인증제 실효성 의문, 강력한 제도 및 지원책 시급

 

▲ 국내 인터넷 데이터센터들이 외국의 첨단 그린센터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형편없이 낮아 '전기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사진은 한 외국기업의 그린데이터 센터.
[이투뉴스] IT천국 대한민국,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 등으로 일컬어지는 무선인터넷 시장도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빨리 빨리’를 외치는 우리 국민성 때문이라는 우스갯말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인터넷 데이터센터((Internet Data Center), 즉 IDC가 있기에 가능하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우리의 IDC를 사용할 정도다.

인터넷 및 스마트폰 확산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인해 이같은 데이터센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데이터센터들의 전기 소모량이 엄청난데 반해 에너지 효율은 형편없이 낮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부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단지에 입주한 대형 데이터센터는 고집적화된 시설로 28만MWh의 전력사용이 예상된다. 이는 무려 인구 22만명인 충주시의 1년치 전기 사용량(26만MWh)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은 스웨덴 북부 룰레오시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새로 짓는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페이스북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저장해야 할 데이터가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미국 이외 지역에 처음 짓는 IDC다. 미국에서도 새로 짓는 데이터센터 중 상당수가 캐나다 접경지역이나 알래스카에 세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왜 페이스북이 머나먼 스웨덴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할까? 그것은 바로 북유럽에 위치한 스웨덴의 차가운 날씨 때문이다. 우리가 컴퓨터를 사용하면 열이 발생하듯이 대단위 서버와 스토리지가 있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이 열을 식히는데 많은 전기를 소비한다. 따라서 스웨덴이나 알래스카처럼 추운 지방의 외부 공기를 활용, 냉각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 IDC, 세계적으로 대형화 및 고집적화
디지털 데이터와 멀티미디어 정보의 증가, 스마트폰 보급 확대 등으로 IDC가 대형·집중화하는 것은 물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IT업계는 2008년 70개 수준이던 국내 IDC가 최근엔 9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양적·질적 확장에 따라 전력사용량도 8년 동안 무려 150배가 증가해 지난해 기준 20억Kwh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으로도 IDC 증가로 인한 전력 소모량은 5년마다 2배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 기준 전세계 사용량은 1000억kWh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항공기 운행 소비량과 동일한 2% 수준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여기에 컴퓨팅 자원을 소유에서 임대 개념으로 전환한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플랫폼으로 즉시 활용이 가능한 IDC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IDC의 효용가치는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IDC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 역시 부산에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단지’를 짓는 등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데이터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해외기업이 동북아시아권에 IT서비스 제공시 우리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업이 직접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정부의 ‘동북아 데이터 허브’ 구상은 주변국에 비해 저렴한 전기요금과 안정적인 전력품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까지 갖춘 만큼 최상의 입지여건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KT와 합작으로 김해에 데이터센터를 지어 이전하기도 했다. 
 

▲ 지식경제부 윤상직 차관이 서울 목동에 있는 kt 인터넷 데이터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 어마어마한 전력소모 비해 효율 낮아
기본적으로 IDC는 수많은 서버 장비뿐만 아니라 안정성·신뢰성 보장을 위한 2중 전원시설, 냉각장비, 공조시설 등이 24시간 가동됨에 따라 전기소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냉각비용을 포함한 전기료가 IDC 전체 운영비용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IDC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에만 상대적 비중을 두고 에너지효율에는 무관심해 ‘전기먹는 하마’라는 비아냥을 듣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AC(Alternating Current) 전원공급체계로 인해 불필요한 AC/DC→DC/DC→DC/AC 변환이 발생, 전력 전달과정에서만 40%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외국 선진업체들은 IDC의 에너지 효율확보를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구글은 컨테이너 박스에 서버와 스토리지를 넣는 모듈을 만들고, 외부의 찬 공기를 이용하는 외부순환냉각장치를 설치해 전력사용효율(PUE) 1.1을 기록했다.

페이스북 역시 스웨덴에 최첨단 IDC를 새로 짓는 것은 물론 지난해 4월 준공한 데이터센터(美 오레곤주 프라인빌 소재)에 자체 개발한 고효율 전력공급 장치와 외부공기를 이용한 냉방장치 등을 설치, PUE 1.07을 달성했다.
 
 <용어 설명>
◇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 전력사용효율(총전력량 / IT장비전력량)
◇ PUE는 1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음을 의미
◇ ISO는 PUE를 데이터센터 에너지효율 측정표준으로 추진하기로 결정(2011년 9월)


반면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효율은 평균 2.3으로 추정되는 등 외국의 첨단 그린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경쟁력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최근 들어 새로 들어서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경우 1.7∼1.8 수준을 맞추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데이터센터의 약 80%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송전손실 증대, 지역간 수급 불균형은 물론 적정전압의 유지곤란 등 안정적 계통운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올해부터 수도권 소재 데이터센터의 경우 지식서비스산업 전기요금 특례대상에서 제외, 일반용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제가 추진되고 있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지경부,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제 추진
IDC 전력효율에 대한 지적이 커지자 지난해부터 지식경제부가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제를 본격 도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발벗고 나섰다. 2013년까지 전력사용량 30% 절감을 위해 IDC 그린화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올해부터는 ‘그린 IDC 인증제’를 도입해 기업들의 절전노력을 촉구하겠다는 내용이다.

인증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그린 IDC인증 추진위원회를 구성, 국내 데이터센터에 대한 PUE 실증조사 등 구체적인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지경부는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 수여를 위한 PUE 기준 값을 미국 500개 데이터센터의 평균 PUE 값인 1.8 또는 국내 데이터센터의 상위 30% 수준을 목표로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린 데이터센터 인증 업체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클라우드 도입시 그린 데이터센터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클라우드 또는 그린 데이터센터 R&D에 우선 참여 등 정책 인센티브를 확대할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당초 지경부가 앞장서 추진하던 인증제도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에 넘기면서 민간 자율인증제로 전환, 많은 전문가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인증기준에 대해서도 PUE 만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친환경-에너지효율-안정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인증을 받더라도 구체적인 인센티브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유인책이 미흡한 것은 물론 전력효율개선이 시급한 노후 데이터센터의 그린화를 위한 방안 등도 부족해 절감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인증제도를 만들고 이를 운영하기에 급급할게 아니라 ▶업계 현실과 기술발전 속도에 알맞은 인증기준 제정 ▶준 강제성 부여와 충분한 인센티브 제공 ▶다양한 에너지절감 솔루션 개발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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