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19대 총선거가 끝났다. 7개월이 조금 지나면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같은 해에 치러지는 올해는 우리나라에 정치적으로는 물론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양대 선거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에너지정책의 큰 줄기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은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행로가 결정될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에너지 정책은 나라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거나 창출하는 나라가 세계의 선두에 서 왔다. 2차대전 이후 세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미국이 석유를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고 가스도 처음 사용했다. 근년 들어서는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에너지를 장악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우리가 가장 먼저 국민적 수용성을 확보해야 하는 에너지 문제는 원자력이다.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촉발된 반 원자력 운동은 지금도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는 원자력비중을 최고 59%까지 끌어올리는 원전 확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정권을 담당할 세력들은 아직까지 원전 정책에 대해서 뚜렷한 방향을 내놓지 못한 상태.

다만 새누리당의 경우 현재의 원자력정책을 고수 또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야당은 원전 비중을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정책 차이에도 불구하고 원전 비중 조정에 따른 파급 영향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나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12월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의 에너지 정책 근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에너지 전체를 구성하는 비율을 말하는 에너지 믹스를 둘러싸고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핵심은 원자력을 늘릴 것이냐 아니면 현상유지할 것이냐 혹은 줄일 것이냐로 압축된다.
그러나 이런 선택방안에 대한 장단점은 물론이고 국민의 부담 가중 여부에 대해서는 진솔한 논의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원자력비중을 줄일 경우 우리 국민은 현재보다 훨씬 많은 전기료 부담을 안아야 한다.

그럼에도 후손에 빚을 넘겨주는 격이 되고 있는 원자력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이 그런 부담을 기꺼이 안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원자력은 우선 생산원가가 저렴하지만 사용후 핵연료의 원천적인 처리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바꾸어 말하면 후손에게 그 짐을 넘기는 거나 다름이 없다.

두번째는 왜곡된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을 시장경제에 맞게 현실화해야 하는 문제다. 이번 정부는 전례없이 생산원가보다 싼 전기요금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은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웃지못할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외국의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값싼 전기요금을 이용해 전기먹는 하마로 알려진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를 국내에 구축하고 있거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는 결국 국민의 부담인 싼 전기요금을 외국 기업에 퍼주는 격이 되는 IDC 유치까지를 한때 추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확실히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값싼 전기료로 인한 국민부담을 안아가면서 우리나라 일부 업종의 산업경쟁력을 유지시켜야 하는 지에 대해서다. 근년에 완공된 현대제철은 연간 전기요금으로 3300억원을 한국전력에 내고 있는데 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요금으로 치면 6000억원이 넘고 일본의 산업용 요금에 적용하면 9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국민이 부담하는 싼 전기료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이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우리 산업경쟁력에 대해서는 보다 밀도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한 값싼 전기요금을 이용해 외국업체까지 달려든다는 것은 코메디가 아닐수 없다.

마지막으로 고유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다. 국제유가는 이제 순환기적 가격변동의 곡선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 특히 중국과 인도 등의 자동차 증가는 세계 석유수요를 더욱 늘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휘발유 소비추세를 봐도 2008년 배럴당 147달러까지 국제유가가 올랐던 때보다 수송용 연료값이 더 올랐는데도 여전히 증가세이다. 올들어 1월과 2월 3월까지 연속 3개월동안 전년 같은 때 보다 7.59%, 4.35%, 4.11% 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데도 일각에서는 휘발유에 붙어있는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세금을 낮추면 당연히 고소득층이 많은 수익을 보게 되어 있다. 앞에서 본 것처럼 휘발유값이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어섰는데도 휘발유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소비자들이 버틸만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금을 더 높여야 한다는 논리도 나올수 있다.

이런 모든 현안에 대해서 올해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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