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강희찬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이투뉴스 / 강희찬 칼럼] 2012년 5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거의 만장일치(찬성148, 기권3)로 통과되었다. 설마 설마하며 법안 통과 과정을 지켜보던 산업계도 법안이 통과되자 매우 당황해 하는 눈치다.

 

배출권거래제 문제는 이제 먼 나라 유럽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근시일 내로 맞닥뜨려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 국회통과의 의의를 살펴보고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이번 배출권거래제가 양당의 합의에 의해 도출되었다는 것은 한국이 향후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부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동안 한국은 글로벌 기후변화 협상에서 개도국도 선진국도 아닌 좋게 이야기 하면 중재자적 입장에서, 나쁘게 이야기하면 다소 입장을 유보한 상태로 역할을 해 왔다. 물론 아직까지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의 지금까지의 포지셔닝은 경제 및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을 때, 나름 지혜로운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배출권거래제 관련 법안이 통과된 결과를 통해, 국내적으로 국민들이 기대하는 정도와 해외 다른 국가들이 기대하는 수준은 분명 높아질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국내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바는 보다 실질적인 저탄소 국가로의 전환을 달성하여, 그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국제 협상에 나가 한국이 보다 주도적으로 기후변화협상을 이끌어 달라는 뜻이며, 국제적으로는 전세계가 주목하며, 벤치마킹 하고자 하는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 및 어젠다를 빠르게 전파시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들은 한국이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국가비전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실질적인 국내 환경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다소 회의적인 상태에서, 이번 배출권거래제 법안의 통과를 지켜보며, 향후 국민 개개인의 삶과 행동을 변화시킬 커다란 제도의 변화를 실감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변화 거버넌스에서는 한국이 이번 배출권거래제 도입 과정을 예의 주시하면서, 성공사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실패로 끝나게 될 것인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온실가스 감축의무도 지지 않는 나라에서, 중국, 일본, 인도 등 경쟁국들이 도입을 주저하고 있는 마당에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는가 하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향후 2020년부터 전세계 190여개 국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단일의 글로벌 기후변화체제(더반 플랫폼)가 도입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체질 개선에 앞장선 한국 국민의 결단과 용기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향후 이번 배출권거래제 국회통과가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지, 선제적 대응을 통해서 가장 성공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로 전환한 사례로 남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상황 속에서, 한국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 한국의 큰 결심이 자국의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제도의 도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고 우려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우리와 경쟁하는 국가 중에는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도 도입으로 자국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개선될 것이라며 좋아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가 이러한 큰 변화에 앞서 어떻게 준비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변화는 커다란 시련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미 상당수 발전사 및 에너지다소비 기업들은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다가올 온실가스 감축 의무와 배출권획득 및 거래에 대해 다각적인 방식을 찾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우선적으로는 기업들은 각 사업장 별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에 대한 분석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 즉 감축가능량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의 내부역량을 고려하여 에너지효율개선, 신재생에너지 이용확대 등 다양한 방식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하여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거래 경험을 쌓아 향후 2015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배출권거래제에 차질 없이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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