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이원화로 마찰 불가피…예산 직결 정부 핵심사업에 눈독

[이투뉴스]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알뜰주유소를 놓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석유관리원의 미묘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알뜰주유소 등록 신청은 석유공사가 담당하고, 시설개선자금은 석유관리원이 내주는 등 하나의 사업을 두고 이원화가 돼 있다보니 알게 모르게 물밑 경쟁이 생기는 것이다.

이에 일부 주유소 사장들로 부터 일원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양기관이 정부의 핵심사업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뜰주유소가 한층 탄력이 붙은 모양새를 보이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알뜰주유소 개수에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유소들의 전환 숫자가 더해지면서 덩치가 커지는 모습이다.

또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가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회원 주유소들의 알뜰주유소 전환을 돕기로 한 것도 증가세에 힘을 보탰다.

자영주유소연합의 경우 하루 평균 알뜰주유소 전환을 문의하는 회원 주유소가 3∼5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주유소가 늘어나면서 인근 주유소를 중심으로 기름값도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주유소 인근 주유소의 경우 정유사들이 경쟁을 위해 공급가를 싸게 주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알뜰주유소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이 같은 최근의 기세만 놓고 보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움직임에 정유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최근 대전 리베라호텔에서 개최된 자영주유소연합회 설명회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주유소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미 알뜰주유소로 전환을 완료한 일부 주유소 사장들은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답이 보이지 않는 경영 어려움에 알뜰주유소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정부도 이 같은 주유소들의 움직임에 소득세, 법인세, 지방세 등을 일시 감면하고 시설개선자금, 외상거래자금 지원 등으로 화답하고 있다.

또 국내 석유유통시장을 개선하기 위해서 알뜰주유소, 석유전자상거래와 같은 사업을 계속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알뜰주유소가 탄력을 받으면서 이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의문에서 가능성으로 크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알뜰주유소 사업 전체를 가져가려는 공기업간 주도권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모든 공기업들이 예산을 늘릴 수 있는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데, 알뜰주유소 역시 눈독을 들일만한 사업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은 석유공사와 석유관리원이다.

현재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신청을 받는 업무를 하고 있고, 석유관리원은 알뜰주유소에 시설개선자금을 내는 한편 품질보증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알뜰주유소 전환을 위해 두 기관을 모두 거쳐야 하면서 적잖은 시간이 소요돼 주유소 사장들은 불만이 많다.  

지방에서 최근 알뜰주유소 전환을 신청한 한 주유소 사장은 "한 곳에서 일괄처리하면 좀 더 좋을 것 같다"며 일원화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알뜰주유소 전환을 독려한다는 기준으로 본다면 한 공기업에서 사업을 일괄처리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공기업은 아직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러나 외부로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알뜰주유소에 대한 참여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석유공사의 경우 내부에 유통사업추진전담반을 꾸려놓고 주유소들에게 알뜰주유소 참여를 독려하는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석유관리원은 지난해부터 석유유통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알뜰주유소에 대해 영향력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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