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22일 "아파트 가격이 (주민의) 자존심에 의해 올라가는 희한한 나라"라며 국내 부동산 현상을 꼬집었다. 서울 뚝섬이 상업용지가 되면 평당 7000만원 이상 호가할 것이라는 뉴스 때문이다. 서울 압구정동과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뛸 것이고 이는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도미노처럼 올리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서울 강남의 자존심이 아파트 가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유행ㆍ트랜드ㆍ대세 등 본인의 의지나 주관과 무관하게 주변의 상황을 쫓는 현상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 심지어 국가적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육성하는 데 목적을 둔 그린프라이싱(Green Pricing) 제도 도입 타당성을 확인해보는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신새쟁에너지는 세계적인 트랜드이므로 우리나라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의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풍력은 초속 9~10미터 정도의 바람이 불어야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지리적 조건으로 우리나라엔 그 정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바람이 분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풍력이 불가능한 나라에 풍력발전소를 세우고 있다는 말이다. 신재생에너지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관계자의 말이다. 


물론 소규모 집단을 위해 풍력발전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먼 바다 위에 풍력발전소를 건설해 지리적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트랜드이기 때문에 우리도 해야한다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 한 개인이나 기업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부는 국가적 정책을 결정하는 데 세계적 추세를 따라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공공기관 관계자가 이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유행의 시험대로 삼는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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