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신록의 캠퍼스는 벌써 졸업앨범 촬영이 한창이더군요. 그대도 머잖아 청춘의 둥지를 박차고 드넓은 세상으로 날아오르겠네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꼭 열하루전 저는 숙명여대 캠퍼스 진리관에 있었습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의 '에너지와 원자력 토크콘서트'를 도강(盜講)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시 그대는 200여명의 학우들과 더러 박장대소하며 홍 장관 특유의 유머가 곁들여진 O,X 퀴즈를 풀고 있더군요.

그날 느끼셨겠지만, 홍 장관은 한 나라의 각료이기 이전에 인품이 훌륭한 분입니다. 매사에 성심을 다하고, 사람을 실리로 따져 가려 만나는 일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2008년 중소기업청장으로 발령이 나 당시 산업자원부를 떠날 때 친필메모를 적은 수필집 100여권을 말단 여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실천한 분입니다.

각설하고, 오늘 제가 뒤늦게 서신을 전하는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바로 그날 홍 장관이 에너지정책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설명한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리려 함입니다.

먼저 홍 장관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비교 설명하면서 "오늘 현재 태양광 발전단가는 원자력의 200배쯤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국내 태양광 발전단가는 kWh당 330원 수준으로 원자력(kWh당 40원) 대비 약 8배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최근 기술개발과 산업화로 태양광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속도라면 5~10년 사이 기존 화력·원자력의 경제성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성인으로서 현재의 원전 발전단가가 사후 처리비용까지 포함된 실제 발전단가가 아니란 사실도 유념해 주었으면 합니다. 원전은 전력 생산과정에 반감기가 수백년에서 수십만년에 달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발생시킵니다.

이 폐기물을 반감기동안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얼마일지는 추정조차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확률은 낮지만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복구 등에 천문학적 비용과 시일이 걸립니다. 방사능 노출에 따른 생물학적 피해는 차치하더라도 말입니다.

물론 원자력만큼 우리 세대가 싼값에 에너지를 향유하기에 제격인 에너지도 없을지 모릅니다.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 1g은 석유 9드럼, 석탄 3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만듭니다. 화력발전과 달리 발전과정에 CO2가 발생하지 않는 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늘의 이야기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고 먼나라 독일부터 가까운 일본까지 '탈(脫)원전'을 꿈꾸는 나라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가 쓰기에 싸고 편하다는 이유로 원전을 고집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는 K양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그날 홍 장관은 "큰 비즈니스는 철학에서 나온다. 큰 일을 하고 싶다면 거대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백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어찌보면 지금껏 우리는 경제성이란 용어에 매몰돼 철학이 부재한 선택을 반복해 왔는지 모릅니다.

우리 후손에 30여기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와 방폐물 저장소를 물려줄 지, 아니면 재생에너지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워 먹을거리 산업으로 넘겨줄 지 이성적 판단과 결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K양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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