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없는 ‘관행’이 파행 불렀다

신고제 불구 그동안 사전승인 형태로 요금조정
법적으로 전혀 하자 없어…지경부 대응책 고심 

[이투뉴스] 집단에너지 및 CES사업자들이 정부 사전승인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신고를 통해 열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국내 집단에너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즉 정부가 통제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 요금조정과 상관없이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이를 적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한난과 함께 정부에 열요금 조정 필요성을 설득하다 기재부 반대로 난관에 부딪치자 사업자 대부분이 동시에 열요금 인상내역을 신고하고 나선 점에서 사실상의 하극상이자 혁명적 시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암묵적으로 적용해왔던 지역난방공사의 프라이스캡(요금상한제)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는 향후 사업자별 개별요금제 전환 등 집단에너지사업 전체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지경부와 사전교감 있었나(?)
당초 한난이 열요금 인상을 추진하자 지경부 에너지관리과 등 실무책임자 들은 요금조정 필요성에 동의하고 그동안 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였다. 인상요인 누적으로 사업자들이 한계상황에 이른 만큼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재부가 물가를 이유로 인상에 반대하자 사업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열요금 조정신고를 했다. 사전에 한난이 요금조정 승인을 받은 후 여타 업체들이 뒤를 따르는 관행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과 지경부 간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사전에 지경부의 암묵적 동의를 얻은 후 열요금 인상신고를 함으로써 요금인상을 반대하는 기재부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양측 관계를 봤을때 하루아침에 관례를 벗어난 집단행동을 벌이기는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업계는 이같은 사전교감설을 부인했다. 이번 기회에 법적인 구속력이 전혀 없는 열요금 사전승인 관행을 철폐하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신고서 제출과 이에 따른 지경부의 수리 관행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가 열요금 조정에 관여하는 근거가 되는 공공요금에 대한 불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물가안정에관한법률 어디에도 열이 공공요금에 포함된다는 조항이 없는데도 ‘공공요금적 성격’을 띤다는 이유만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 역시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원칙없는 탁상행정 바로잡아야
이번 열요금 독자신고 사태는 정부가 언제까지 요금을 억누를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한전과 가스공사라는 공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전기와 가스에 비해 열요금은 한난 외에도 다수의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 등 에너지가격에 대한 문제가 열요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장자본주의를 천명하는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에너지가격을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곪아있던 문제가 터진 것이다.

정당한 법규정에 맞춰 요금조정을 신고했다는 점에서 지경부나 기재부의 대응책 마련도 궁색해 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의 신고내용을 수용하자니 체면이 구겨지고 거부하자니 법적 하자가 없다. 정확한 근거없이 ‘관행’이라는 비정상적 통제였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GS파워 김광균 부장은 “정부에 반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원칙에 맞게 정상적으로 가는 것이다. 인상요인 누적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요금현실화를 추진하는 것일 뿐”이라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지역난방공사 요금 준용이라는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열요금체계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적 네트워크를 소유한 한난의 요금을 독립적, 소규모 사업구조인 신규업체 모두에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구역전기협회 김홍권 회장은 “한난 요금을 준용해 온 것은 요금차이에 따른 민원을 없애기 위한 관행이었을 뿐 제도적 의무사항이 아니다”면서 “장기적으로 도시가스처럼 사업자 별 원가에 기초한 개별요금체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조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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