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이란으로부터 석유 수입이 이달 말부터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여 비상이다. 유럽연합(EU)은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에 대한 유럽 보험사의 보험제공을 오는 7월1일부터 중단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란을 왕복하는 유조선이 45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5월 하순이면 이란산 원유수입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란으로부터 전체 석유수입량의 9.4% 약 8700만배럴을 연간 수입하고 있다. 이란산은 다른 중동 국가보다 배럴당 3~5달러가량 싸 SK와 현대오일뱅크가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산을 수입하지 못할 경우 인근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등으로부터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입단가가 올라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올 초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란에서 들여오는 원유 비중은 지난 3월 6.5%로 줄었으나 적은 양은 아니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의 이란의 핵의혹에 따른 경제제재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입을 계속 차단할 경우 국제유가는 지금보다 약 10%가량 올라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가량 오르면 우리나라 휘발유값 인상요인이 리터당 7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그렇지 않아도 고유가로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소비자들은 또한번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

당초 우리 정부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에 따라 이란 은행과의 거래금지 조치로 이란산 원유수입이 막힐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방안 마련에 골몰했으며 미국으로부터 예외조치를 인정받는데 성공. 그러나 엉뚱하게 보험문제가 터져나왔다. 200만배럴을 수송하는 대형 유조선의 경우 보험료가 원유에 대해 2억5000만달러, 선박 1억달러, 민형사 사고 배상책임 10억달러 등 모두 13억5000만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정도의 재보험을 처리하는 보험사가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것이다.

이 정도 보험을 취급하는 회사는 유럽에 5개사, 미국에 2개사 정도. 보험없이는 유조선이 운항할 수 없기 때문에 이란산 원유를 들어올 수 없게 되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석유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EU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유조선 보험문제와 관련해 다각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열리는 외무장관회담 등에 호소하는 등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으나 유럽연합의 이란 핵의혹 제재에 대한 의지가 단호해 어느 정도 보험 적용 여부가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 역시 이란산 원유 수입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여러 가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불가능해지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전면적인 대책을 모색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차제에 휘발유과 경유 등 교통용 연료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수단도 강구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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