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최근 서울시는 신월동이나 도림천 유역의 수해방지 대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지하에 대규모 저류터널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대개 이와 같은 수방대책은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공학적, 경제성 분석은 물론, 적법한 행정절차까지도 생략하고 초스피드로 진행된다. 이와 같은 관행은 시설을 만들면 절대로 안전해질 것이라고 믿는 지역주민들, 자신에게 피해만 안주면 관계하지 않는 일반시민, 지역주민들의 바람을 잘 아는 정치가, 그리고 이때를 틈타 자신이 유리한 설계를 제안하는 전문가들의 합작품이다.

 

서울시에서는 이와 같이 대규모의 집중형 시설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 과연 이것이 필요한지, 다른 대안이 없는지는 검토하지 않고 너무 졸속으로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며, 서울시에서 시작한 이러한 방식은 전국의 모든 시군에서 유행처럼 따라 할 것이 걱정이 된다. 대규모 시설에 치우친 수방대책의 안전성과 경제성과 절차와 상식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제시하고 그 답변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자 한다.

첫째는 안전성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30년에 한번 오는 큰 비에 홍수피해를 당해서 50년 빈도로 높여 시설을 만든다면, 그보다 더 큰 비가 올 때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이러한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 공사는 설계부터 시작하여 완공 때까지 시간이 많이 든다. 그사이에 큰 비가 오면 안전하지 않다. 시설물을 만든 지점의 하류는 안전할지 모르나, 상류에 있는 지역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만약의 경우 대형시설이 작동을 못하면 그 위험도가 매우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안전한가? 게릴라성호우라고 불리는 국지성 집중호우는 언제 어느 지역에 올지 모르므로 대비하지 못한 서울시내 전체가 모두 다 위험한 셈이다.

둘째는 경제성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건설비로 수천억이 들어가고, 추후에 펌프나 처리비용, 그리고 청소 등 유지관리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것은 뻔하다. 건설비의 일부와유지관리비를 피해 지역에서 내야 하는데 지역의 주민들과 정치가는 그것을 고민하지 않은 듯하다. 큰 비가 올 때 더러운 물을 빨리 한강에 내 보내면 수질오염총량제로 하천수질관리를 위해 만든 비용과 노력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된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이 수질관리 비용을 내야만 한다면 무작정 무관심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셋째는 절차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자연을 훼손하는 시설을 만들려면 그것을 합리화시킬 납득할 만한 서류나 보고서가 있어야 한다. 그 수준은 전문지식이 없는 정상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면 납득할 수 있는 정도로 쓰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급박하게 이루어지는 수방대책의 설계나 시설에 관한한 이러한 것은 없는 듯하다. 안전성만으로 모든 것을 합리화했던 사회적, 정치적 관대한 관행이 오히려 미래의 안전성을 보장 못한 결과가 되었다. 새로운 강우패턴, 대책, 피해 모두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최고의 기술을 발휘하고, 점점 더 진보된 기술로 나가기 위해서는 진부한 대응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비슷한 경우를 당한 선진국의 대응절차를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넷째는 상식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물은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하류에 시설을 하면 하류만 해결할 수 있지만, 상류에 시설을 두면 상류, 하류 모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류에 두면 홍수방지 한 가지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지만, 상류에 두면 깨끗한 빗물을 모아 홍수방지는 물론 수자원확보, 수질오염방지 등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보다 큰 비가 적게 오는 선진국에서 만든 기술은 기후와 지형 특성이 훨씬 더 열악한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수 없다. 이러한 집중형의 시설을 만들면 당장 우리는 약간의 안전성이 높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 유지관리 비용은 우리의 아들 딸들이 내야 하고, 시설의 수명이 다 했을때 우리의 손자 손녀들이 그 위험과 비용의 뒷감당을 해야 한다.

대안은 있다
그것은 대형의 집중형 시설을 하기 보다는 작은 규모의 시설을 도시 전역에 분산하여 설치하고, 다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정책만 잘 만들면 큰 돈 안들이고도 신속하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빗물관리 시설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것이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전세계적으로 바뀌고 있는 빗물관리의 첨단 방식이다.
내년 여름을 목표로 부지런히 침수피해 예상지역을 대상으로 대책을 세워 수립해야 한다. 그러면 모두가 행복한 물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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