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반 플랫폼' 실행방안 논의 부속기구(ADP) 신설
장관급 회의 의제 설정이 본회의 성공여부 판가름

[이투뉴스] 지구촌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논의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18)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지난달 1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본에서는 올해 첫  UNFCCC 협상회의가 열렸다. 본회의인 당사국 총회에 앞서 매년 최소 두 차례씩 개최되는 협상회의는 각국의 주요 논의사항을 사전에 조율하고 협상 의제를 설정하는 실무급 회담이다.

이번 협상회의에서는 지난해 더반총회(COP17)에서 합의됐던 '더반 플랫폼'의 구체적인 실행방안 논의를 진행하자는 내용의 포괄적 의제가 채택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더반총회의 합의 사항을 논의할 부속기구(AWG-DP)를 설립하고 의장 선출까지 완료했다는 것이다.

본래 UNFCCC에는 당사국총회를 보조하기 위한 2개의 영구 부속기구인 이행자문 부속기구(SBI)와 과학기술자문 부속기구(SBSTA)를 비롯해 장기협력행동에 관한 협상그룹(AWG-LCA), 교토의정서 추가감축의무를 논의하는 협상그룹(AWG-KP) 등 2개의 임시 그룹을 합쳐 모두 4개의 부속기구가 존재한다.

이번에 설립된 AWG-DP(이하 ADP)는 더반 플랫폼에 따라 선진·개도국 구분 없이 모든 국가가 감축 의무를 지게 되는 2020년 이후의 문건을 채택하기 위해 앞으로 논의가 전개될 협상그룹인 셈이다.

교토의정서 상의 선진국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주를 이뤘던 이전의 총회가 LCA와 KP 투-트랙 구도 협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새롭게 설립된 ADP의 논의 동향이 향후 기후협상의 주요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ADP를 이끌어갈 수장에는 인도의 자얀트 모레슈와르 마우스커와 노르웨이의 하랄 도브랜드가 공동의장으로 선출됐다.

강희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남미와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경합을 벌여 인도와 노르웨이가 각각 아시아와 유럽을 대표해 공동의장으로 선출됐다"면서 "이들은 오는 2013년 중반까지 약 1년 임기로 의장직을 수행하고 이후 3개 지역에서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각 국 또는 각 지역마다 주목하고 있는 의제가 달라 어느 지역에서 의장직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논의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수준 조정 논의는 난항 예상
올해로 종료되는 교토의정서의 2차 공약기간 설정 문제는 일본과 캐나다, 러시아의 탈퇴와 기존 불참 국가인 미국과 중국, 인도의 무관심 속에 선진·개도국간 감축 논의가 정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역시 지난달 1일 마감된 감축목표 국가보고서를 현재까지도 유엔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의 개도국 감축행동 지원과 개도국의 자발적 감축 등록 등 AWG-LCA의 논의 사항들도 오는 8월 방콕에서 열리는 두 번째 협상회의로 넘어갔다.

박흥경 외교통상부 녹색환경협력관은 “2020년 이후 모든 국가가 감축행동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더반 플랫폼의 논의를 두고 선진국들은 의제의 구체화(how to)를, 개도국들은 자신들의 감축행동 지원방안 도출을 각각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진국들의 감축 회피와 경제개발에 발목이 잡혀있는 개도국 사이의 이익다툼에서 비롯된 기후협상의 '불편한 진실'이다.

다만 녹색기후펀드(GCF)의 운영위원회 설립과 유치국 선정 등 COP17 이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기후변화 적응 이슈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을 만큼 각국의 감축행동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기후협상이 작지만 희망적인 불씨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 당사국 장관급 회의(Pre-COP18)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어느 정도 협상 여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어떤 의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두 달 뒤 개최되는 도하총회(COP18)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관급 회의 협상 테이블에 오를만한 의제로는 ▶임시 부속기구의 연장 ▶신설된 ADP의 구체적인 형태 ▶GCF 재원마련 및 활용 방안 등 굵직한 사안들이 꼽혔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