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무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면서 냉방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7일 예비전력이 350만kW 이하로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전력당국은 곧바로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전압을 낮추는 등 비상조치를 취해 예비전력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급증하는 수요를 낮추기 위해 운영 중인 전력부하관리 사업이 되레 부하가 걸리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전력당국은 전기 사용량이 많은 기업들이 조업시간을 조정해 일정시간대 전력부하를 줄이도록 하고 그 대가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하지만 전력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요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부하 감축에 따른 기업 손실을 보전해주는 데 들어간 비용이 2000억원대에 달한다.

올초 책정한 전력산업기반기금 가운데 전력부하관리에 할당된 금액 666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전력당국은 사업예산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글귀에 눈길이 간다. 사안의 무게감을 느꼈는지 손으로 직접 쓴 편지에는 어려운 전력수급 여건에 대한 그의 고민이 묻어 있었다.

김 총리는 '하루에 100억원을 날려보낸다고 생각하니'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6월1일 현재 이미 2191억원을 (기업에) 보전해줬고 앞으로도 수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절전하면 얼마든지 아낄 수 있는 예산"이라며 "하루에 100억원 정도 날려보내는 것 같아 너무 아깝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냉방기 가동 자제 등 절전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말미에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고 OECD 국가 평균인 9.1%보다 높다는 사실을 참고해달라는 것이다. 한전이 요구하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안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이튿날 전기위원회는 한전이 요구한 평균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부결했다. 산업용 인상폭이 너무 컸다는 게 위원들의 입장이다. 산업계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논리가 먹힌 셈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반바지와 샌들 차림의 패션을 선보이며 '쿨비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수요관리도, 쿨비즈도 다 좋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게 빠졌다. 가장 강력한 수요관리 수단인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얘기다. 싼 전기를 마음 놓게 쓰게 한 뒤 수요를 줄인 기업에 돈을 퍼주는 꼴이다. 쿨비즈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모양새다.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표류하는 사이에 전력대란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절약 운동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제값 주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김광균 기자 kk9640@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