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절전예산 확보를 위해 에너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는 때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전력사용이 크게 늘어나자 기업에 돈을 주면서 전력 피크 시간대에 공장을 가동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런 비용이 하루에 100억원 이상 소요되는 날이 잦아 벌써 200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 폭염이 본격화되는 7, 8월도 되기 전에 이처럼 전력 수요관리에 이상이 생기자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재원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전력수급의 안정 및 전력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소비자로부터  사용한 전기요금에 3.7%를 추가해 징수한 뒤 이를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모인 돈이 매년 2조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들이 부담한 돈이기 때문에 이 자금은 에너지 R&D 분야와 함께 전력산업의 융합 원천기술 개발 및 원자력융합 원천기술 개발, 에너지 전문 인력 양성 등에 사용된다. 올해 에너지 R&D 분야에 배정된 자금은 약 5300억원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지원에 쓰이도록 편성됐으나 이중 약 20%인 1000억원 가량이 삭감돼 전력 수요관리 비용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미 공고가 나간 에너지 R&D 단기 및 중·장기 신규과제 계획에 대한 예산 배분이 전면 보류 또는 대폭 수정할 처지에 놓였다. 에너지 기술평가원은 지난 4월 올해 에너지 R&D 신규과제 모집 및 평가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과제를 선정한 뒤 6월말께 과제 수행자에게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중단 상태라는 것이다.

정부의 R&D 예산 삭감 움직임에 대해 업계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렵사리 확보해 놓은 연구개발 예산은 한번 삭감되면 다시 늘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 삭감된 예산 규모가 내년 예산을 편성할 때 기준으로 작용해 잘못하면 올해 당초 예산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R&D 예산 중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전력산업 융합 원천기술 및 원자력에 비해 민간기업의 참여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전력기금에서 예산지원이 줄어들 경우 다른 곳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없어 향후 산업 육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규모는 약 3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 수요관리를 위한 예산확보도 중요하겠지만 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해 확보된 자금을 절전비용으로 쓴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미래를 위해 연구 개발을 위해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해 놓은 자금을 소진시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에너지 문제의 해결이 미래의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필수적인 분야라고 보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소요성 경비로 탕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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