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에너지정책 대해부

 

글 싣는 순서

(1) 신재생에너지
(2) 전력산업
(3) 해외자원개발
(4) 기후변화협약

대규모 지진과 해일 등 자연재해는 영화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세계 유수의 전문기관들은 지구 온도 상승이 지금 속도를 유지한다면 향후 50년 안에 섭씨 3~5.4도 정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현재보다 3도 올라가면 생물종의 최대 50%가 멸종 위기에 놓이며 5도 올라가면 뉴욕ㆍ마이애미ㆍ런던ㆍ도쿄ㆍ상하이 등 해안 인접 도시들은 수몰 위기에 직면한다. 실제로 남태평양의 섬 국가 투발루는 전체 8개의 섬 가운데 2개가 수몰, 국토 포기를 선언했다. 이쯤 되면 영화가 현실이 되는 셈이다.

결국 모든 국가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대량 사용으로 인해 야기된 지구온난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을 디뎠지만 앞으로 여정은 더욱 험난하기만 하다. 지구온난화 현상의 주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그 실천에 있어서는 이론적인 원리와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17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끝난 유엔 기후변화협약 12차 당사국총회 결과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추가 감축량 설정과 개도국의 감축 참여 문제를 놓고 이해 당사국간 팽팽한 이견 대립을 보인 끝에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선진국은 2012년 이후의 감축량을 2000년 대비 절반 이하 정도로 급격히 줄인다는 목표 아래 구체적인 감축량을 설정하기 위한 작업 일정 및 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채택하는데 그쳤다. 반면 개도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절차를 자세히 제시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은 구체적인 결정 없이 종결됐다. 이에 따라 현재 개도국의 지위로 의무감축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한 신규 감축 대상국 편입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2012년 온실가스감축 의무국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에 비준했지만 의무감축 부담은 없다. 1997년 발효 당시 외환위기를 겪은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와 멕시코에 대해 2008~2012년까지 1차 이행기간 동안 의무감축을 면제해주고 2차 기간 이후에 편입시키기로 합의했다. 다행히 국가 차원의 부담은 피한 것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0위에 해당하는가 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포함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든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처지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후변화협약 관련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의무부담에 대비한 산업계의 대응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철 산업자원부 에너지환경팀장은 “국제협상에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적정한 대응전략을 수립 중”이라며 “기후변화 협약 이행 기반을 구축하고 온실가스 저배출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노력도 진행 중이다. 에너지관리공단 내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소를 개소한 우리나라는 2006년 10월 현재 45개 등록신청 사업 중 25건을 등록완료해 연간 약 100만톤(이산화탄소 기준) 이상의 감축실적이 예상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역량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ㆍ환경 등 부문별 기후변화 영향 분석 및 대응 로드맵을 작성하고 부문별 기후변화 영향평가 및 적응대책 마련을 위한 국가로드맵 수립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기후변화 전문가 양성과 지자체 지원 및 교육 홍보를 강화한다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교토메커니즘 구축 이행 및 온실가스 관리 강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다. 신부남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 기반 구축뿐만 아니라 한반도 온실가스 측정관리 강화 및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계획에 따르면 석유화학ㆍ반도체 등 주요업종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모의거래 실시 및 수도권 대기오염 배출권거래제와 연계방안을 마련 중에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잠재량 분석을 위한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 및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전문가 포럼을 개최해 민ㆍ관ㆍ연 테스크포스팀 구성하고 2012년 이후의 의무감축량 협상에 대한 대응논리를 개발 중이다. 김현철 팀장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가 등 국제회의의 꾸준한 참가를 통해 2012년 이후의 교토체제의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2007년부터 검증된 감축실적에 대해 현금을 지원하고 온실가스 인벤토리시스템을 내년 말경 구축해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작성, 관리 및 부처 간 업무 협조채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개발과 기후변화협약 간 줄다리기
중국은 자국의 경제개발과 기후변화에 대한 조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재 개도국의 입장과 비슷한 정책을 표명하고 있는 중국은 선진국이 먼저 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즉 선진국이 개도국에 온실가스감축관련 기술이전을 우선 이행할 것을 고집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빈곤층이 기후변화 영향에 취약하므로 적응 능력 제고가 필요하다”며 “청정개발제도(CDM)를 2012년 이후에도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토의정서의 주기적 검토에 대해서도 중국은 일본과 다르게 선진국에 한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교토의정서 검토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부속서 I 국가의 의무부담ㆍ재정지원ㆍ기술이전 이행에 한정돼야 한다”며 “개발 및 기술이전에 관한 기술협력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즉 교토의정서 검토가 비부속서 I 국가의 의무부담 도입과 연계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중국이 개발과 기후변화대응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사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빠른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은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노종환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대책실장은 “청정개발체제(CDM)은 중국을 위한 개발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이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을 주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CDM투자에 나서 얻을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실적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인 선진국이 개도국 또는 후진국에 기술개발이나 공정개선을 이전해 주고 감축분을 챙길 수 있는 CDM사업의 또 다른 황금시장으로 중국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CDM사업에 투자하는 유러피안카본 펀드의 로랑 세갈렌 대표는 “앞으로 CDM사업은 중국과 인도의 싸움”이라며 “국토가 크고 산업화 속도가 빨라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기후변화협약에 직면한 일본
에너지 수급구조에 큰 영향을 주는 기후변화문제나 핵 비확산에 관한 국제적 협약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적극적인 협력과 공헌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은 기후변화협약에 근거하는 교토의정서의 발효에 따라 일본 내각은 지난 2005년 4월 교토의정서 목표달성 계획을 결정하는 등 한ㆍ중ㆍ일 3국 중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시작되는 제1차 공략기간을 향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앞서 일본은 내각에 ‘지구온난화 대책 추진본부’를 설립하고 1998년에는 지구온난화방지대책법을 제정했다.

개발도상국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겠다는 게 일본의 계획이다.
실제로 최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12차 당사국총회에 앞서 일본은 개도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해당국국가의 경제현실을 고려한 온실가스감축기준을 따로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추가 감축량에 대해서도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의 무라야마씨는 “모든 국가가 자국의 능력 하에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시행하고 모든 주요 배출국이 최대한 온실가스 감축하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후변화협약을 궁극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중심의 논의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기후변화협약의 궁극적 목표달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에 따라 교토의정서의 공약기간 5년보다 긴 공약기간이 필요하며 공약의 이행 여부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도 필요하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아울러 일본은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저감잠재량 및 저감능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부문별 에너지효율에 대한 평가를 참조해 전 세계적인 저감잠재량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립할 방침이다. 에너지 공급 제약과 기후변화문제를 동시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을 기본 축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구상이다. 무라야마씨는 “원자력발전은 공급 안정성이 뛰어나고 운전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클린 에너지원”이라며 “일본 정부는 에너지 안전보장의 확립과 지구환경문제의 1차적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감축 목표는 2008~2012년 사이 청정 연료와 신재생에너지 사용량을 1990년 대비 6% 정도 증가시키고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다.

 

6개국 아시아ㆍ태평양 기후변화 파트너십(APP)

지난해 7월 미국 주도로 구성된 아시아ㆍ태평양 기후변화 6개국 파트너십은 온실가스감축의 효율적 기술의 개발ㆍ보급ㆍ이전과 기후변화대응체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출범했다. 참가국은 미국ㆍ일본ㆍ호주ㆍ중국ㆍ인도ㆍ한국이다.
지난 1월11~12일 호주 시드니에서 각료회의를 개최하고 헌장, 추진계획, 공동선언서를 채택해 공식적으로 출범했으며 민간기업의 CEO도 참가해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또 지난 4월18~21일에 미국 버클리에서 활동 전반을 논의하는 정책이행위원회 및 구체적인 협력의 행동계획을 논의하는 8개의 테스크포스(재생에너지, 건물ㆍ가전기기, 철강, 시멘트, 발전, 알루미늄, 청정화석연료, 석탄채광) 회합을 동시 개최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와 건물ㆍ가전기기 테스크포스의 의장국이다.

아ㆍ태 파트너십에 참여한 6개국은 온실가스 저배출 첨단 및 차세대 기술의 개발ㆍ확산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함으로써 교토체제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 및 전문가들은 유럽연합이 주도하는 교토의정서 체제에 대해 미국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하고 이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강제감축을 주장하는 EU와 자발적 노력을 추구하는 미국 진영으로 양분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이유에서 알 수 있듯 교토체제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양적으로 규제하는 강제 규제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지만 미국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라며 “두 번째 이유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장대로 기업 활동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아ㆍ태 파트너십은 교토의정서와 달리 참가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첨단 차세대 기술의 개발과 이전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토의정서를 공식 채택한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아ㆍ태지역 6개국 파트너십은 온실가스 위험 수준을 낮추기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목적과도 일치한다”며 “지구온난화에 공동 대처하겠다”고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아ㆍ태 파트너십에 대해 일본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8개의 태스크포스별로 뛰어난 기술의 활용 등으로 에너지 이용효율의 향상을 하는 것과 동시에 성과를 일정한 기준으로 평가, 공개하는 일정 수준에 근거해 기술력이 있는 기업의 활동지원과 6개국간의 에너지절약 기술이전의 추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아ㆍ태 파트너십을 통해 에너지절약 기술을 자국의 기업에 도입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을 실천해 가는 가운데 가능한 많은 국가와 아ㆍ태 파트너십과 유사한 국가간 파트너십을 결성하고 기후변화협약에 적극 참여한다는 전략이다. 따라서 교토체제와 아ㆍ태 파트너십에 가입한 것이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정부의 입지를 줄인다는 지적은 잘못된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신부남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아ㆍ태 파트너십 참여는 효율적인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이에 따라 온실가스 참축 성과도 이뤄 앞으로 기후변화 협상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힘으로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협상을 이끌어 가기 힘들기 때문에 여러 국가들과 힘을 합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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