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국주유소협회(회장 김문식)가 또다시 주유소 '동맹휴업'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정부의 공공기관 주차장 알뜰주유소 설치를 반대하기 위한 목적이다.

주유소협회는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알뜰주유소 숫자를 계속 늘릴 경우 동맹휴업에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기자회견에서는 김문식 주유소협회 회장의 삭발식도 거행하는 등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유소협회가 정말 동맹휴업을 단행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주유소협회는 이날도 동맹휴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향후 동맹휴업 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 김문식 회장은 그에 대한 답변보다는 동맹휴업을 외치는 이유에 대해서만 재차 설명했다.

일각에서 동맹휴업에 대한 계획뿐 아니라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된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유소협회의 동맹휴업은 전 한진우 회장이 있을 때부터 주유소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줄곧 꺼내들던 카드다. 하지만 실제 제대로 이뤄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주유소협회가 동맹휴업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1000명도 안되는 주유소 사업자만 답을 했고, 동맹휴업의 전단계인 궐기대회에도 1000명이 갓넘은 사업자만 모여 맥빠진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동맹휴업 카드는 변죽도 제대로 못올리고 사그라 들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전국 1만3000개에 달하는 주유소의 동맹휴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주유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유소마다 처한 상황과 의견이 다른데, 그 많은 의견을 모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갈수록 주유소 사정이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존권을 내걸 만큼 바닥까지 내려가지는 않은 듯하다. 대다수 주유소 사업자들이 동맹휴업에 동참하지 않는 게 이를 방증한다.

주유소협회가 적은 인원으로 전국 수많은 주유소의 의견을 취합해 이들을 설득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이를 이해못하는 바 아니지만 협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경영난에 처한 회원사들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말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은 게 더욱 시급하지 않을까.

동맹휴업이 진정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회원사 모두를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 추진력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의지가 뒤따라야 한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주유소 사업자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는 주유소협회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실상 동맹휴업은 사업자들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 하겠다. 정말 필요할 때 써야할 것을 너무 남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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