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검 특별수사결과 발표 파장
한수원, 강도높은 경영쇄신 추진

[이투뉴스] 원자력발전소 설비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챙긴 한국수력원자력(사장 김균섭)의 간부 22명이 한꺼번에 구속됐다. 이로써 지난 3월 이후 착수된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로 구속된 한수원 간부 및 직원은 모두 27명으로 늘어났다.

울산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김관정)는 2개 업체로부터 7000만원을 받아 챙긴 김모 한수원 경영관리본부 처장(1급)과 이모 경영지원센터 처장을 포함한 본사 간부 6명과 자재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수수한 박모 고리원전 과장 등 지역원전 관계자 16명을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또 한수원 직원을 상대로 수억원대의 금품을 살포한 K중공업 대표 C씨를 포함한 업체 대표 7명과 특정업체로부터 6억9000만원을 받고 한수원 본사 고위간부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브로커 9명에 대해서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지난해 9월 은행 주차장에서 불상자가 거액의 현금을 음료수 박스에 담아 포장하는 것을 목격한 한 울산시민이 울산지검에 뇌물 의심 제보를 넣은 이후 지난해 3월 한수원 로비스트 Y씨를 구속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 원전 납품비리가 특정지역이나 특정 발전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일선 발전소 현장직원부터 본사 처장까지 연루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전 검사실을 투입해 신속하고 강도높은 수사를 벌였다는 설명이다.

울산지검에 의하면 이번 원전 비리는 한수원 본사부터 각 발전소까지 직급을 가리지 않고 산재한 형태로 자행됐다. 관리감독을 맡아야할 본사 고위간부와 직원에서부터 한 발전소의 경우는 팀장을 포함한 직원 대부분이 금품수수에 연루되 구속될 정도로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비리였다.  

우선 구속된 김모 본사 처장은 감사실장 근무 시 납품업체 등록 및 수주 편의를 명목으로 업체 대표로부터 7000만원을 수수했다. 또 협력업체 등록 및 입찰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까지 금품을 받아 챙겨  일선 발전소에 대한 통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구조였다.

현재 한수원은 발주금액 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전 발전소를 상대로 하는 주요입찰은 한수원 본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대형 원자로부터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갑에 이르기까지 한수원에 제품을 납품하려면 협력업체 등록과 수요예측을 통한 입찰준비가 필수적이다.

이런 점을 노린 브로커들은 컨설팅을 빙자해 업체로부터 직접 금품을 받고 한수원 직원들을 상대로 골프, 향응, 금품제공 등의 로비를 대신했다.

구체적 비리사실을 살펴보면 A계측제어팀장은 적정가보다 2억원을 더 부풀린 13억5000만원에 견적을 제출한 W모 원전계측제어시스템 공급업체의 견적을 묵인해주고 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후 이 견적은 표준가격으로 인정돼 W모사는  다른 발전소 납품 시에도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한수원 직원이 직접 관련업체를 운영하다 적발된 케이스도 있다.

고리발전소 전기팀 과장으로 근무한 K씨는 친적 명의로 한수원 협력업체를 설립한 다음 한수원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들로부터 다시 하청을 받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이런 사실을 묵인해 준 K씨의 상사는 억대의 현금을 상납받았다.

K씨는 직무상 금지된 수익사업이 탄로날까봐 한수원 밖에서는 최고급 대형차를 타고, 회사 안에서는 경차를 이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 납품자재를 눈감고 거액을 수수한 현장 감독자도 있었다. 고리 2발전 담당과장인 P씨는 원자로 격납건물 내부 배관 등의 특수보온재를 납품하는 D상사가 특수보온재 대신 일반보온재를 납품한 사실을 3년 6개월간 눈감아주는 대신 모두 4억5200만원을 받아챙겼다.

원전내 부품을 무단으로 빼돌려 특정업체에 전달한 뒤 사례금을 챙긴 직원도 적발됐다. 

계측제어팀장으로 근무하던 H씨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M사의  대표 L씨에게 외국업체의 밀봉유니트를 불법 반출해 제품 메뉴얼과 함께 넘겼다. M사는 이를 토대로 밀봉유니트 복제품을 생산해 한수원에 납품하고, H씨에게 사례로 8000만원을 전달했다.   

이밖에 한수원 본사 K처장은 납품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B사의 주식 상당량을 2008년 주당 2900원에 사들여 1년뒤 10배가 넘는 주당 3만9000원에 되팔아 7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K처장이 직무상 알게된 UAE 수출 호재를 기회로 매도시기를 조절, 거액의 시세차액을 노린 것으로 보고 이를 한수원에 통보했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원전비리는 안전과 관련된 중대 범죄임을 인식, 수수자에 대해서도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 공여자에 대해서도 수수자보다 가볍게 처벌하는 통상의 예와 달리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엄정한 수사를 진행했다"며 "향후 관계기관에 수사자료를 적극 제공해 원전 안전성에 대한 검사가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한수원은 즉각 유감을 표하고 강도높은 경영쇄신안을 내놨다. 

먼저 한수원은 현재 보직해임 중인 검찰 기소대상자 전원을 해임하고 기관통보한 비위행위자 12명에 대해서도 즉각 보직해임하고 가장 엄격한 징계처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울산지검 수사결과 발표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통렬히 반성하고 간절히 용서를 구한다"면서 경영 쇄신 추진계획을 설명했다.

쇄신안에 의하면 한수원 모든 간부 직원은 부패 근절 차원에서 '청렴사직서'를 제출하고 비리가 적발되면 사유나 금액과 무관하게 즉시 해임된다. 또 업무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원전 본부장을 사내외 공모를 통해 선임하고 동일 사업소 장기 근무자의 순환보직이 정례화된다.

이밖에 한수원과 협력업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청렴행동강령을 제정, 이를 위반하는 업체와는 거래를 중단하는 '비리 적발업체 영구퇴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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