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국토해양부가 도로 위를 달리는 공중전선도 자릿세(점용료)를 물리겠다고 나섰다. 국토부는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지금까지 별도의 점용료 산정기준이 없던 공중전선에 대해서도 급지와 표준 공시지가, 점용길이 등을 따져 일정수준의 자릿세를 물리겠다고 나섰다. 국토부는 이미 도로위의 전주에 대해서는 점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국토부는 나름대로 자릿세를 받아야 할 이유를 내놓고 있다. 전선으로 인한 도로기능 및 미관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라는 것. 복잡한 전선 및 통신선으로 도로기능이 떨어져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비용 부담을 줌으로써 전선을 지중화하도록 유도한다는 얘기다. 언뜻 들으면 상당히 일리가 있고 그럴듯한 논리다.
그러나 공중전선은 그 자체가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공중에 전선을 걸쳐놓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선은 불가피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익적 기능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도 공중 전선에 자릿세를 받는 나라는 없다.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들은 전주와 전선 등 전력설비를 국민생활의 필수 서비스로 간주해 별도의 점용료를 징수하지 않고 있다. 징수한다 하더라도 그 부담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간다. 왼쪽 주머니의 돈을 꺼내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더욱이 한전은 원가의 9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싼 전기요금으로 최근 3년간 8조50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전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공중전선에 점용료를 부과할 경우 기존선로와 신설선로의 측량에 1조480억원, 연간 점용료 569억원 등 모두 1조2500억여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 또한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한전 측은 전주와 공중전선 등 전력설비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편익설비로 전주에 이어 교통에 지장이 없는 전선까지 점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한전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판에 공중전선 점용료까지 물리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다.
같은 정부안에서 엇박자가 나는 것도 문제다. 지식경제부는 한전의 적자상황으로 신규투자 및 재투자 등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국토부의 이같은 공중전선 점용료 부과 움직임을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 된다. 관련부처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국무조정실이나 청와대의 콘트롤 타워 기능은 작동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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