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SR코리아 대표

황상규 sr코리아 대표
[이투뉴스 황상규 칼럼] 연일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력예비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 문제가 나올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큰 딜레마에 빠진다. 일상 생활과 경제 활동을 위하여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대가로 환경파괴와 일정한 위험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현대 문명에 치명상을 입혔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탈(脫)원전의 길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일본의 ‘반(反)원전 10만명 집회’에 17만명의 시민이 참가한 것은 일본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전통적으로 정부 정책과 관료의 입김에 순종적이고, 축소지향적인 일본인들이 풀뿌리 시민운동 집회에 대대적으로 참여한 것은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와 일본의 유명 음악가인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는  “고작 전기를 위해 아름다운 일본을 망치고,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려야 하겠느냐”면서 “아이들을 지키고, 원전을 없애 일본 국토를 지키자”고 호소했다.

경제대국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을 보유하고 있던 주요 국가들의 정책을 크게 흔들어 놓고 있다. 특히, 독일은 작년 6월, 가동 중인 17기 원전을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일본도 보유하고 있는 원전 54기 대부분을 중지시키고, 현재 거의 ‘원전 0(제로)’ 상황에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경우는 원전이 멈추어도 전력이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 8일 우리나라의 전력수요가 오후 3시 현재 최대를 기록하여 전력 사용량 7250만㎾를 기록, 전력예비율이 6%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비슷한 시기 일본의 최대 전력수요는 1억3726만㎾를 기록하여 최대수요 대비 전력예비율은 19%나 되었다. 원전 없이도 전력 수급에 큰 차질을 빚지 않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더욱이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한여름에도 다양한 전력에너지원을 재정비하고, 절전을 기본으로 효율 개선과 나눔을 통한 최적의 사용과 관리로 요약되는 일본의 사례. ‘원자력’ 없이 가고 있는 일본의 경험은 우리나라 정부에도 우리 시민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일본은 향후 원자력 비중을 어느 수준으로 가져갈지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다.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본 국민의 68%는 ‘원전 0(제로)’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1%는 2030년까지 원전 비율을 15%로 낮출 것을 주문했고, 국민의 16%는 전력 공급 안정을 위해 원전 비율을 20∼2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는 2030년 원전 비율 등을 담은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조만간 확정할 방침이라 한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는 반드시 위험사회란 단계를 거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매스컴을 통해 실시간 중계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위험사회’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위험사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성찰적 과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문제는 특히 그 사회의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경성(硬性,hard)의 기술로 갈 것인지, 연성(軟性,soft)의 기술로 갈 것인지 항상 점검되어야 한다. 원자력은 대표적인 경성의 기술이다. 기술집약적이라서 규모도 크고 자본도 많이 든다. 대용량 공급 중심이라 리스크가 발생하면 사회에 큰 충격과 피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연성의 기술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자연 에너지원을 중심으로 한다. 수요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다양하게 에너지원을 설계하고 조합할 수 있다. 비교적 안전하며 자연 환경에 리스크도 적다. 

성찰적 과학은 서로의 의견에 대해 귀를 열고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민의 안전과 국가 에너지 수급문제가 달려 있는 문제라면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우리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야 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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